황당한 K방역, 칭다오서 김해 왔는데 인천 찍고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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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10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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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김강한 기자 입력 2020.10.22
인천공항서만 검역 받을 수 있어… 지방 거주자들 큰 불편
지난 15일 중국 칭다오에서 출발한 에어부산 비행기가 김해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 비행기는 김해공항에서 30분간 급유만 한 뒤 곧바로 이륙해 인천국제공항으로 떠났다. 승객 40여명은 비행기에 그대로 앉아 인천공항까지 가서 검역을 마친 뒤 KTX나 차량 등을 이용해 부산으로 다시 내려왔다.
이는 정부의 ‘인천공항 검역 일원화’ 정책 때문이다. 방역 당국은 코로나 사태가 확산하자 검역 강화 차원에서 4월 6일부터 해외에서 들어오는 모든 승객을 인천공항을 통해서만 입국하도록 통제하고 있다. 항공사는 국가 간 운수 협상에 따라 허가받은 국제선 노선을 임의로 바꿔 운항할 수가 없어 해외에서 지방 공항을 오가는 노선의 항공기는 인천공항에 먼저 착륙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지방에 사는 승객들은 일단 지방 공항을 찍고 인천공항으로 이동해 입국 수속과 검역 절차를 거친 뒤 다시 지방으로 내려가야 하는 불편함을 겪고 있는 것이다.

현재 지방 공항에서 운항 중인 국제선 정기 노선은 에어부산의 부산~칭다오 노선(주 1회)과 진에어의 제주~시안 노선(주 2회), 티웨이항공의 대구~옌지 노선(주 1회) 등 3개다. 인천공항을 통해서만 입국이 가능해지면서 지방 거주자들이 겪는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부산·대구행 승객들은 방역 당국이 지정한 유료 셔틀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에서 광명역으로 간 뒤 KTX열차의 전용칸을 이용해 다시 이동해야 한다.
칭다오에서 입국한 부산 거주 승객들은 다시 부산으로 이동하기 위해 5~6시간을 허비하고, 교통비도 5만원 이상 추가로 지불하고 있다. 진에어의 제주~시안 노선으로 귀국하는 승객은 시안에서 출발해 제주공항에 잠시 착륙한 뒤 인천공항으로 이동해 입국하고, 이후 공항버스를 타고 김포공항까지 가서 다시 제주행 비행기를 타고 귀가해야 한다. 공항버스 비용과 국내선 항공료도 모두 본인 부담이다.
코로나 사태가 터진 후 이 노선들은 운항이 중단돼 이 코미디 같은 문제는 한동안 불거지지 않았다. 하지만 제주~시안(7월 16일), 대구~옌지(8월 20일), 부산~칭다오(10월 15일) 노선이 속속 운항을 재개하면서 해당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일본의 경우 도쿄·오사카·나고야·삿포로·후쿠오카 등 여러 지역 공항을 통해 입국을 허용하고 있고, 중국 또한 칭다오·옌지·시안·정저우·하얼빈 등을 통해 들어갈 수 있다.
인천공항 검역 일원화 정책은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항공사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에어부산의 경우 부산에 내린 비행기가 다시 인천을 왕복하면서 2000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인천공항에서 김해공항으로 내려가는 비행기는 승객 없이 텅 빈 상태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영업손실 899억원을 기록해 한 푼이 아쉬운 에어부산에는 큰 부담이다. 여행 업계도 “지방 공항 입국을 하루빨리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부산관광협회 관계자는 “부산 내 여행 업체 1500여개 가운데 80% 이상이 현재 휴업 중이고 50여곳은 폐업했다”며 “국제선이 활성화하지 않으면 부산 지역 여행 산업 생태계는 완전히 붕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방역 당국의 행정력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무리하게 지방 공항 입국을 허용할 경우 방역망이 뚫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앙방역대책본부 관계자는 “현재 인천공항에서 특별 검역 절차·이송 체계·격리 시설 등을 운영하는 것만으로도 행정력이 한계에 부딪힌 상황이기 때문에 지방 공항에도 같은 인프라를 구축·운영하는 것은 어렵다”면서 “LCC(저비용 항공사)와 지방 공항이 힘든 것은 알고 있지만 해외 입국자를 통해 방역망이 뚫리면 지역 사회 감염으로 번질 위험이 커 지방 공항 입국 허용은 신중하게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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