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지앵과 연애하는 할머니… 아픔도 밝게 그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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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7월 12일
- 2분 분량
박해현 문학전문기자 입력 2020.07.13
소설집 '여름의 빌라' 낸 백수린
"내 소설은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려고 한다. 언어로 포착되진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감정을 들여다보고 사람을 이해하는 작업을 해왔다." 소설가 백수린이 세 번째 소설집 '여름의 빌라'(문학동네)를 냈다. 2011년 등단한 뒤 현대문학상, 문지문학상, 젊은작가상, 이해조 문학상을 잇달아 받았다. 이번 소설집은 그 수상작들로 꾸몄다. 시인 박연준은 '인생의 불가사의에 대해 가장 우아하게 말하는 법'이라고 평했고, 소설가 김금희는 '그동안 백수린이 그려온 세계에서 아주 우아하게 다른 방향으로 결을 뻗은 놀라운 작품들'이라고 추천했다. 작가는 "등단할 때도 '우아하다'는 추천사를 받았는데(웃음), 좋은 표현이니까, 좋게 생각한다"며 눙쳤다.

프랑스 문학을 전공한 백수린은 "중학생 때 파리 주재원이 된 어머니를 따라가서 잠시 체류한 적이 있고, 그 뒤로 틈틈이 파리에 가서 재충전하고 온다"고 했다. /남강호 기자
백수린 소설은 매끄러운 문체로 삶을 우아하게 그린다. '시간이 갈수록 할머니 안의 고독은 눈처럼 소리 없이 쌓였다. 처음엔 곧 녹을 수 있을 듯 얇은 막으로. 하지만 이내 허리까지 차오를 정도로 두텁고 단단한 층을 이루었겠지'라거나, '창밖에는 커다란 눈송이가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깃털처럼 부드러운 눈송이가 역청빛 어둠을 덧칠한 이웃집의 지붕 위에도, 옥상 위의 장독대와 비탈 아래쪽의 앙상한 나무초리 위에도, 고요하게'라는 식이다.
백수린 소설에서 할머니와 어머니는 구태의연하지 않다. 단편 '흑설탕 캔디'에서 할머니는 어린 손녀를 프랑스 파리에서 키우면서 현지 남성과 연애를 한다. '그럼에도 가을 오후에 각설탕을 사탕처럼 입안에서 굴리면서 아무짝에 쓸모없는 각설탕 탑을 쌓는 일에 아이처럼 열중하는 늙은 남자의 정수리 위로 부드러운 햇살이 어른거리는 걸 보고 있노라면 할머니는 삶에 대한 갈망과 미래에 대한 기대가 또다시 차오르는 것을 막을 도리가 없었다.' 그 할머니는 세상을 뜬 뒤 손녀의 꿈속에 나타난다. '꿈속에서, 할머니는 돌아가시기 전의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아니라 칠십대의 건강한 모습으로 아름다운 옷을 입은 채 희붐한 빛에 둘러싸여 서 있다.'
백수린 소설집은 긍정적 어조로 여성의 삶을 그려낸다. 작가는 "저는 초지일관 밝게 쓰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희망이 있는 세계관을 그리려 한다"며 "기존 여성 서사에서 수동적으로 살았던 할머니도 자아실현에 나서게 했다"고 말한 뒤, "여성 소설은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다양한 작가들이 다채로운 결로 자기 고민을 소설로 쓰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백수린 소설은 주로 1인칭 화자로 전개되지만, 화자 못지않게 타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작가는 "관계성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이해와 소통이 주된 주제"라며 "대부분 2명 정도 인물에 집중된 소설을 많이 썼는데, 나를 경유해서 본 타인을 그려왔다"고 설명했다.
백수린 소설은 직선적 시간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작가는 "회상적 구조가 소설이란 장르와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일상적으로 흘러가는 시간을 사는 게 아니라, 그 시간을 곱씹고 되돌아보는 게 소설"이라고 했다. 외국을 무대로 한 소설이 많은 것에 대해서는 "사람은 누구나 어디에 있든지 이방인 정서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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