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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코로나 액셀과 브레이크

  • 작성자 사진: senior6040
    senior6040
  • 2020년 10월 21일
  • 2분 분량

<조선일보>도쿄=이태동 특파원 입력 2020.10.21


일본 정부가 여행 장려 정책인 ‘고 투 트래블’을 시작한 지 석 달이 지났다. 국내 여행 시 정부가 숙박 요금 절반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파격 정책’은 금방 효과를 냈다. 이달 초 하코네 등 관광 명소 몇 곳 이동량이 작년 수치를 넘어섰고, 고속도로 교통량도 빠르게 예년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다. 다른 분야에서도 ‘제한 완화’가 이어져 지난달 중순부터 일본에선 공연이나 전시회 등 입장객 제한이 풀렸다. 코로나 이전과 같이 정원 100% 허용이다.


코로나 확산세가 줄어든다는 소식은 없는데 사람은 이동시키고 모이도록 놔둔다. 일본 정부가 간판처럼 내걸어온 ‘3밀(밀집·밀접·밀폐) 회피’ ‘지역 이동 자제’ 같은 구호와는 정반대로 가는 행보다. 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에다노 유키오 대표 표현을 빌리면 ‘자동차 브레이크와 액셀을 동시에 밟는 대응’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마스크를 쓴 관광객 너머로 보이는 일본 도쿄도(都) 신주쿠구 국립경기장 모습. 도쿄올림픽 주경기장으로 지어졌지만, 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서 현재 경기장 주변엔 흰색 차단벽만 설치돼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일본이 바이러스와 공존하는 ‘위드 코로나’ 사회로의 진입을 강력히 밀어붙이는 건 궁극적으로 내년 올림픽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이 있다. 일본은 두 번째 도쿄올림픽을 제2의 부흥 계기로 삼고자 했으나 대회가 코로나 때문에 1년 연기돼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됐다. 우리 돈 7조원을 추가 손실로 떠안게 됐다.

그래도 취소보다는 개최가 낫다는 계산이 섰는지 강행 의지가 굳다. 역시 큰 손해를 보게 생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맞장구를 쳐 ‘유(有) 관중 검토론’까지 다시 나왔다. 바로 이 목표 때문에 ‘빠른 일상 복귀’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올림픽을 통해 ‘코로나에 지지 않은 일본’을 보여주고 싶을지도 모른다.


의도는 특히 스포츠를 통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일본 정부는 지난 7월 초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관중 입장을 허용했고, 지난달엔 ‘경기장 수용 인원의 50%까지’로 제한을 완화했다. 한 술 더 떠 이달 말부터는 관중을 80%까지 채워 코로나 대책 관련 실험을 하기로 했다.


이런 과정에서 코로나 확산 여부는 주요한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완화 정책이 시행된 7~9월은 코로나 재확산이 정점을 찍은 시기였다. ‘바이러스 겨울 대유행’ 같은 전문가들의 경고 목소리는 힘을 잃어갔고, 그 사이 확진세는 다시 늘어 며칠 전 한 달여 만에 다시 하루 700명 선을 돌파했다.


복잡한 심정으로 ‘위드 코로나’ 도박을 지켜보는 사이 최근 한국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나오는 것을 알게 됐다. 우리 정부는 지난 11일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는데도 거리 두기 단계를 1단계로 낮췄다. 브레이크 열심히 밟다가 급히 방역 완화 액셀로 발을 옮긴 것이다.


방역 당국은 1단계 완화 당시 “방역 수칙을 준수하는 국민을 믿고 선택한 길”이라고 했다. 얼마 뒤 정부는 소비 장려용 쿠폰 배포 정책을 다시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두 가지 입장을 종합하면 “몸 간수는 알아서 하고, 소비 활동도 열심히 해 달라”는 얘기로 들린다. 일을 벌이는 건 좋다. 혹 액셀을 과하게 밟다 브레이크가 필요할 때, 국민 탓하는 일이 없기만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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