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 코리아] “돌팔매질을 모르는 척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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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12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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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정우상 기자 입력 2020.12.12
정권 수사에 돌팔매질… 어용을 ‘저항’으로 미화 반목했던 野, 지식인, 중도… 민주주의 戰線에 집결
작년 9월 ‘조국 수호 집회’를 보며 나치의 뉘른베르크 집회가 떠올랐다. 정권 보위 집회, 그때는 횃불, 지금은 촛불, 유대인과 검찰이라는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 등 유사성이 보였다. 지금은 공영방송 사장이 된 언론인은 “딱 보니 100만명”이라고 바람을 잡았다.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하는 가운데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상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가결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런 집회는 나치 독일에서, 그리고 중국 문화혁명 때 ‘영구혁명’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됐다. 기득권을 뿌리 뽑으려면 계속 적을 만들어 싸워야 한다는 이론이다. 요즘 말로 하면 ‘중단 없는 개혁’쯤 되겠다. 마오쩌둥(毛澤東)은 ‘조반유리(造反有理)’라는 미학을 부여했다. 모든 반항에는 이유가 있으니 젊은이여 일어나라! ‘어용(御用)’ 소리 듣기 딱 좋은 이런 짓을 ‘저항’으로 미화했다. 이런 투쟁은 지주와 자본가, 유대인이라는 타도 대상에 대한 ‘혐오’를 자양분으로 했다. 볼셰비키는 딴소리하는 지식인 160여 명을 1922년 ‘철학자들의 배’에 실어 국외로 추방했다. 중국 지식인들은 홍위병들에게 돌팔매질을 당했다. 어용 지식인, 관변 언론은 권력의 방패가 됐다.
검찰은 우군(友軍)이 없었다. 국민적 혐오감도 컸다. 국민에게 군림하고 권력에 순응했던 일부 정치 검사의 전력 때문이다. 조국 집회를 시작으로 검찰에 대한 돌팔매질이 시작됐지만, 국민 다수는 구경꾼이었다. 권력은 ‘우리 총장님’이 적당히 타협하고 공수처로 마무리할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집권층이 예상 못 한 게 있었다. ‘조국 집회’를 계기로 ‘촛불’에 참여했던 일부가 돌아섰다. 진중권, 서민, 김경율 같은 ‘조국 흑서파’다. 이들의 외침은 “이건 아니다”였지 “정권 타도하자”가 아니었다. ‘양념’ 세례가 쏟아졌고 진중권과 서민은 ‘변절자의 배’에 실려 추방당했다.
그때 권력이 자제력을 발휘했다면 ‘소수 고립’ 작전은 성공했을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찍어내기’는 관망하던 지식인과 중도층의 이탈을 초래했다. 국민은 정치 검찰을 혐오했지만 권력형 비리를 수사할 수 있는 건 검찰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윤석열 찍어내기’와 안면몰수식 공수처법 처리는 민주적 절차와 가치 유린이었다. 권력의 폭주였고 ‘촛불’의 변절이었다.
검찰 혐오를 ‘상식의 연대(連帶)’가 압도했다. 그래서 조국 집회 때보다 더 많은 지식인과 법조인, 그리고 국민 다수가 정권의 반민주(反民主)에 경악하며 등을 돌렸다. 정권 수사를 이유로 퍼붓는 돌팔매질을 두고 볼 순 없다는 함성이다. 방역한다며 광장을 봉쇄하고, 5·18을 놓고 다른 주장을 하면 처벌하겠다는 법을 만드는 역사의 반동은 서로 반목하던 집단을 ‘민주주의 전선(戰線)’에 함께 서게 할 것이다.
25년 전 가수 이적은 ‘왼손잡이’로 다수파의 폭력과 획일성을 비판했다. 그가 새 노래를 냈다. “우린 때론 적이지/ 한 곳을 향해 겨룰 때도 있지/ 하지만 누군가 너를 다르다는 이유로 지우려 한다면 그땐 우린 또 하나지/ 돌팔매를 모르는 척할 순 없지.” 공수처법을 기권하며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남긴 “민주주의 없이 검찰 개혁 없다”는 말은 정치사에 빛나는 유산으로 기록될 것이다.
진보니 보수니, 수꼴이니 좌빨이니 으르렁댔던 야당, 지식인 그리고 국민이 “돌팔매를 모르는 척할 수는 없다”며 손을 잡으려 한다. 권력은 윤석열과 검찰을 겁낼 게 아니다. “민주주의가 위험하다”며 전선에 집결하는 사람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음을 두려워해야 한다.
정우상 기자사실이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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