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유시민의 이상한 ‘자유론’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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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11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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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김태훈 출판전문기자 입력 2020.11.18
“광화문 집회 차단은 정당” 밀의 ‘자유론’ 인용한 유씨 권력 제한 주장은 외면하고 정권의 자유만 옹호하는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13일 “8·15 광화문 집회 당시 정부의 집회 차단 조치는 정당한 제약”이라고 주장하며 19세기 영국 자유주의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의 명저 ‘자유론’을 인용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유씨가) 자유론 가지고 사기를 친다”고 지적했지만, 책에 그렇게 쓰인 건 사실이다. ‘어떤 행동이 다른 개인이나 공공에 명백하게 해를 끼치거나 해를 입힐 위험성이 분명할 때, 그 행동은 자유의 영역에서 벗어나 도덕이나 법률의 적용 대상이 된다’는 대목이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자유론 가지고 사기를 친다”는 진중권 전 교수의 지적은 타당하다. 밀은 ‘정부가 개인에게 행사하는 권력에 일정한 제한을 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도 책 곳곳에 남겼는데, 유씨는 이런 내용은 빼고 자유 제한 조치의 정당성만 강조했기 때문이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유시민씨 주장과 달리 지금 우리 사회에서 제기되는 여러 문제는 개인의 자유방임이 아니라 이 정권의 유례가 없는 자의적 권력 행사에서 비롯되고 있다.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50명 선일 때 열린 집회엔 ‘살인자’라고 막말을 쏟아내고, 개천절 집회는 아예 봉쇄까지 한 정부가 하루 200명 확진자가 나오는 집회에는 인심 좋게 자제만 당부했다. 월성 원전 조기 폐쇄 과정에서 경제성 수치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원전 폐쇄는 통치 행위’라는 말로 법치를 부정했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휴대전화 비밀번호는 보호해주고 한동훈 검사장 비밀번호는 법을 만들어서라도 까겠다고 달려드는 게 정권에는 자유일지 모른다. 그러나 당하는 국민에겐 폭정일 뿐이다. 이 모든 ‘정권 맘대로’ 행태의 배후엔 극렬 ‘대깨문’이 있다. 유시민씨는 자유 제약의 필요성만 옹호할 게 아니라 ‘사람들이 자신과 정부를 동일시하게 되면 정부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위험도 커진다’는 밀의 통찰도 함께 인용했어야 한다.
정부가 자유를 구가하는 동안 국민 대다수의 자유는 위축되고 있다. 정부 멋대로 만든 부동산법 때문에 국민은 살 집을 고를 자유마저 빼앗겼다. 신용대출을 1억원 이상 받으면 규제 지역에서 집을 살 수 없게 하는 법안도 대기 중이다. 지키지 않으면 혹독한 처벌이 뒤따른다. 5·18 특별법으로 역사 해석 자유를 빼앗고 법을 어기면 7년형을 먹이겠다고 협박한다. 그 바탕엔 공공(公共)을 앞세워 국민 기본권을 제약하는 전체주의 사고가 어른거린다.
‘국민에게 좋은 것을 국가가 정해준다’는 게 사회주의 노선이다. 밀은 회의적이었다. ‘자신의 삶을 설계하고 선택하는 사람만이 타고난 능력을 사용하게 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밀의 명제가 참이라는 사실은 역사가 수없이 증명했다. 개인의 자유를 억압한 체제치고 성공한 사례는 드물다.
일부 국민은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국가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변한다. 이럴 땐, “한국도 개발 독재 하지 않았느냐?”며 박정희까지 동원한다. 잘못된 주장이다. 미국 정치학자 디드러 매클로스키는 저서 ‘트루 리버럴리즘’에서 ‘한국의 발전이 국가주의 덕분이라면 100% 국가주의인 북한의 처참한 실태를 설명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그는 한국의 성공 비결로 현명한 리더십과 함께 ‘자신의 능력에 자부심을 지닌 개인들’의 존재를 꼽는다. 반면 북한 주민은 100% 노예이기 때문에 발전할 수 없었다고 했다. 밀도 ‘자유론’에서 ‘개별성을 짓밟는 체제는 그 이름이 무엇이든 어떤 명분을 내세우든 최악의 독재 체제’라고 갈파했다. 대한민국 역사는 자유의 위대함과 효용성을 입증하는 산 증거다. 왜 이 성공한 역사를 외면하고 굳이 패배한 역사를 추종하려 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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