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능라도 마이크' 값을 갚겠다는 文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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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8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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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배성규 정치부장 입력 2020.08.24
北 "쇼나 하라고 능라도에서 연설 기회 줬겠느냐" 대가 요구

배성규 정치부장
지난 6월 초 한 대북 사업가가 중국에서 북한 측 인사를 만났다. 북측 인사는 "문재인 정부는 쇼 좀 그만하라"고 쏘아붙였다고 한다. "말뿐이고 아무것도 하는 게 없다. 무능한 이벤트 정부"라고도 했다. 이 인사는 "김정은 위원장께서 이러라고 능라도 경기장에서 문 대통령에게 마이크를 준 줄 아느냐"고 힐난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9월 평양 능라도 5·1 경기장에서 김정은과 손을 맞잡고 15만 북 주민 앞에서 연설했다. 당시 "나는 평양의 놀라운 발전상을 보았고, 어려운 시절에도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며 끝끝내 스스로 일어서고자 하는 불굴의 용기를 보았다"고 추켜세웠다. 그런데 이 연설을 두고 김정은이 큰 시혜를 베푼 것처럼 얘기한 것이다. 그러면서 '마이크 값을 내놓으라'고 으름장까지 놓았다. 북한 관영 매체도 같은 달 능라도 경기장 연설 장면을 내보내면서 "(김 위원장이) 특대형 환대를 했는데 남북 관계는 파국"이라고 했다. 그 직후 김여정의 문 대통령 비난 담화와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사건이 벌어졌다. 북한의 노골적 불만 표출에 놀란 청와대와 통일부는 북한에 무슨 선물이라도 주겠다고 나섰다. 미국이 제동을 걸자 대북 제재를 피해갈 창의적 대북 지원 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최근엔 국책 기관과 은행들에도 "대북 제재를 우회해 남북 교류를 활성화할 수 있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내라"고 지침을 내렸다고 한다. 국책 기관 관계자는 "대북 사업 아이템을 찾으려고 전문가를 초청해 강연을 듣는 등 난리가 났다"며 "하지만 결론은 대북 제재를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고 했다. "이러다 우리 은행이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한 기관·기업에 대한 제재)에 걸리면 어쩌려고 하느냐"는 우려도 많았다고 한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북한의 술과 남한의 설탕을 맞바꾸는 '물물교환 남북 교류 방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거래 상대방인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가 대북 제재 리스트에 포함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실상 없던 일이 됐다. 북한 측은 이 사업에 대해 "액수가 얼마 되지도 않는데 그따위 거래를 왜 하느냐"며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력한 대북 소식통은 "경제난 해소에 도움은 전혀 안 되고 김정은의 체면만 구기는 '대북 찔끔 지원'은 싫다는 것"이라며 "김정은이 원하는 '능라도 마이크 값'은 미국을 설득해 대북 제재를 풀라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북한은 문 대통령이 "남북 관계 개선과 북미 대화 진전은 서로 선순환 관계"라고 거듭 강조하자 "달나라 타령"이라고 비판했다. 남북 관계가 북미 관계를 앞서갈 수 없다는 뜻이다. 정작 북한도 원하지 않고 미국도 반대하는데 우리 정부만 '대북 지원과 교류를 하겠다'고 호들갑을 떠는 모양새다. 북한은 지금 심각한 경제난과 코로나 위기에 처해 있다. 하지만 우리의 '찔끔 지원'을 받고 대화의 장으로 나설 생각은 없어 보인다. 대북 제재 해제는 원하지만 완전한 비핵화를 할 의지는 없는 것이다. 이런 북한에 미국이 제재 해제란 당근을 줄 리가 없다. 미국과 보조를 맞추지 않은 채 북한과 직거래로 돌파구를 뚫겠다는 발상 자체가 비현실적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의 대북 집착증은 고쳐질 기미 가 없다. 북한과 중국 눈치 보기 바쁠 뿐 미국 등 국제사회와 보조 맞추기는 뒷전으로 밀렸다. 미 대선에서 민주당 바이든 후보가 승리할 경우에 대비한 정책적 준비도 돼 있지 않다. 정부가 대북 환상에 빠져 있으면 외교 안보 정책은 결국 난관에 부딪힐 것이다. 지금은 북한이 경제난을 버티지 못해 스스로 비핵화 대화로 나올 경우를 대비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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