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공수병과 공수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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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12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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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정권현 선임기자 입력 2020.12.30
곧 출범 ‘공수처’ 논란에 떠올린 게슈타포 그리고 ‘공수병’ 권력 비리 수사 막으려 해도 불법 행위는 반드시 드러난다

미친개에 물리면 공수병(恐水病·광견병)에 걸린다. 새해 벽두에 출범하는 공수처(公搜處)가 논란이 되던 참에 ‘공수’라는 발음이 같다 보니 그 병(病)을 떠올린다. 공수처가 그 병의 공포처럼 다가올지 아직은 실감이 안 난다. 공수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선 유례가 없다. 야당은 중국공산당 공안이나 히틀러의 게슈타포처럼 대통령이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직속 사찰 기구가 될 것이라고 반발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빠르면 오늘 낙점하는 공수처장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것이다. 여당이 온갖 협잡으로 법을 개정해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자격 요건을 낮춘 탓에 수사 경험이 없는 민변 변호사와 시민단체 출신들이 대거 완장을 찰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친인척과 특수 관계자를 비롯한 권력형 비리에 대한 특별 사정 기구로서도 의미가 매우 크다”고 했지만 이 말을 누가 믿을까. 순전히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검찰을 무장 해제시키는 정권 친위대 조직일 것이기에 그렇다.
여당 스스로 ‘공수처법의 핵심’이라고 했던 야당 거부권(또는 추천권)을 없애버린 것은 처음부터 ‘대통령 친위 기관’이 목표였음을 자인한 것이다. 문빠들과 민주당 친문 의원들의 공수처 집착은 광적이다. 공수처가 출범하면 나라가 바로 서기라도 하는 것처럼 요란을 떨고 있다. 공포와 광기가 합쳐져서 어떤 사태가 전개될지는 머지않아 드러날 것이다.
서두르는 이유는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직접 재가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정직 처분이 두 차례 법원에서 제동에 걸렸다. 추미애 장관은 윤 총장 찍어내기에 끝내 실패하고 먼저 나가떨어지는 운명을 맞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내 정경심 교수가 1심에서 4년 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는 등 악재(惡材)가 한꺼번에 덮쳤다. 코로나 확진자는 매일 1000명에 이르는 환란 속에 연말연시를 맞았다. 문 정권은 K방역 홍보에만 열을 올리다가 백신을 확보하지 못했다. 남미 국가까지 포함해 30여 국이 새해를 맞이하기 전에 백신 접종에 들어가는데 우리 국민들은 백신 없이 혹독한 겨울을 나야 한다.
그들에게는 월성 1호기 평가 조작, 울산 선거 공작, 라임·옵티머스 등 정권이 붕괴할 지경에 몰릴 수 있는 권력형 비리 수사를 막으려면 공수처가 최후의 보루일 수밖에 없다. 공수처는 어떤 사건이든 검찰에서 넘겨받고, 사건을 뭉갤 수도 있다. 판검사가 저항하면 사찰하거나 압박해 재판과 수사를 좌지우지할 수도 있다. 윤석열 총장에게 사실상 2연패한 정권은 공수처의 제1호 표적으로 윤 총장을 겨냥해 3차전에 나설지 모른다. 모든 것이 퇴임 후 안전판을 만들고 연초 기자회견에서 밝힌 대로 퇴임 후에는 국민들에게 잊히기 위함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그들이 짜놓은 대로 착착 진행됐을 때의 시나리오다.
법원 판결에서 보듯 바람의 방향은 분명히 바뀌고 있다. 대통령 지지율은 40%대가 무너지면서 30%대 후반으로 내려앉았다. 국정 수행 동력이 상실된 것으로 평가되는 수준이다. 윤 총장은 가장 강력한 대권 후보로 떠올랐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비리와 불법 행위는 백일하에 드러나게 돼있다. 비리가 드러났는데도 넘어가려는 권력을 우리 국민 정서는 한 번도 받아들인 적이 없다. 윤석열이 아니라도 코로나 백신 참사나 전세 대란이 문 정권을 잡을지 모른다. 그런데도 그들은 공수처가 서울·부산시장은 물론이고 차기 대권도 거머쥐게 해줄 ‘요술 방망이’라고 믿고 있다. 미친 짓을 정의하면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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