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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호트 격리된 양지요양병원, 왜 206명이나 확진됐나

  • 작성자 사진: senior6040
    senior6040
  • 2020년 12월 15일
  • 2분 분량

<조선일보>김주영 기자 입력 2020.12.15


첫 확진자 발생 후 9일간 급증… 방역에 실패한 까닭


코로나 바이러스 집단감염이 발생해 코호트(동일 집단) 격리된 울산 양지요양병원에서 14일 47명이 추가로 확진됐다. 지난 5일 이 병원 요양보호사가 처음 확진된 이후 9일 만에 누적 확진자가 206명으로 늘었다. 이 병원 감염 상황이 심각한 것은 병원 내부 인원 확진자가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집단감염 사례는 보통 특정 집단에서 감염이 출발해 그 집단 외부의 인물로 확산되는 ‘n차 감염’ 숫자가 커지면서 심각해지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양지요양병원 확진자 206명은 환자 147명, 직원 42명으로 병원 내부 인물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외부 n차 감염자는 17명에 불과하다. 이날 오후까지 병원 환자와 종사자 총 342명 중 절반이 넘는 189명이 확진됐다. 어쩌다가 병원 내 인원이 초토화되다시피 무차별적으로 감염이 됐을까.


14일 오후 확진자 206명이 나온 울산 남구 양지요양병원 전경/ 김동환 기자



①방역 당국은 첫 확진자 발견이 늦어진 것이 방역 실패의 첫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치매·중증 환자가 많아 초기 감염 여부를 파악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지난 5일 요양보호사가 확진되기 전부터 병원 내에서 조용한 감염이 확산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방역 당국은 보고 있다. 주로 60~100세인 치매·중증 환자들은 코로나 증세를 느꼈더라도 제대로 의사 표현을 하기 어려워 초기에 감염 여부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14일까지도 이 병원 집단감염의 최초 감염원이 누구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울산시 관계자는 “해당 병원은 매일 2차례 발열 체크를 했으나 발열 이외 증상이 나타났을 경우엔 확인이 제대로 안 됐을 것”이라고 했다. 양승인 부산시의사회 공보이사(흉부외과의)는 “요양병원은 밀접·밀폐·밀집 등 3밀(密)의 특징 때문에 감염에 취약하다”고 말했다.


②병원 직원들이 층마다 돌아다니다 감염이 확산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확진자는 병원 10층 전체 층에서 발생했다. 6일까지만 해도 일부층에서만 확진자가 나왔으나, 7일에는 병실이 있는 2~10층 전체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환자들은 층간 이동이 거의 없었으나 청소 근로자, 요양보호사, 의료진들은 층마다 옮겨 다닌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매주 한 번 ‘목욕의 날’에 환자들이 단체로 목욕을 하면서 감염이 확산됐을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추정됐다.


③코호트 격리가 독이 됐을 수도 있다. 첫 확진자가 발생하고 이튿날인 지난 6일 38명이 무더기 확진되자 이 병원은 코호트 격리 조치됐다. 코호트 조치에 들어가면서 병원 종사자들의 층간 이동을 제한했다. 그러나 지난 7일에도 57명이 확진되는 등 확산세가 멈추지 않았다. 공간을 분리했다고 하지만 확진자와 비확진자가 함께 격리됐다. 더구나 요양병원 특성상 1인실이 거의 없고 6인 다인실이 대부분이어서 제대로 된 격리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옥민수 울산대병원 예방의학과 의사는 “무증상 잠복기인 비확진자 중 일부가 추가 감염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④울산 시내 병상이 부족해 확진자를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지 못한 점도 확산을 막지 못한 원인이 됐다. 지난 10월 확진자가 86명이 나와 코호트 격리된 부산 해뜨락요양병원은 병원 내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입원자 20여명을 다른 병원에 옮겨 추가 감염을 막았다. 병원 내에는 이날 현재 142명의 환자와 종사자가 남아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울산대병원에 추가로 병상을 확보해 환자들을 이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주영 기자 편집국 지방취재본부에서 울산과 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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