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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보다 ‘집’이 더 위험···페루여성 915명 외출제한뒤 실종

  • 작성자 사진: senior6040
    senior6040
  • 2020년 7월 30일
  • 2분 분량

[중앙일보]입력 2020.07.30 서유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을 막기 위해 3개월간 강도 높은 외출 제한 조치를 했던 페루에서 915명의 여성이 '행방불명'됐다. 


29일 AFP에 따르면 여성들이 갑자기 실종된 배경에 유난히 심한 '가정폭력'이 있다는 주장이 현지 인권단체들에서 제기됐다. 봉쇄 기간 실종된 여성들 상당수가 가정폭력을 견디다 못해 집을 나갔거나, 이미 숨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페루에서 신종 코로나로 인해 외출제한령이 내려졌던 약 3개월동안 여성 915명이 실종됐다. 여성 실종의 배경에는 심각한 가정 폭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 4월 페루 리마에서 코로나 방지를 위해 마스크를 낀 아이들이 무료 음식을 배급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AP=연합뉴스]



페루 정부에서 여성권리 부문 책임자인 엘리아나 레보야르에 따르면 3월 16일부터 6월 30일까지 계속된 외출 제한 기간에 여성 실종자는 915명이었다. 코로나 19 이전에 페루에서 실종되는 여성의 수는 하루 5명이었지만 외출 제한이 시작된 이후 하루 8명으로 늘어났다.  


현지에선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인한 스트레스와 피로감, 가계 수입 감소로 인한 불안 등이 가정폭력·성폭력·아동학대 증가로 이어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상대적으로 약한 이들이 '화풀이' 대상이 됐을 것이란 추정이다. AFP는 페루에서 행방불명이 된 여성 중 70%는 미성년이라고 보도했다.  


페루 여성 3분의 1은 폭력에 시달려 


여성 살해(페미사이드·여성에 대한 성폭행 살인 등 성별 요인이 작용한 살인사건)는 사실 코로나 이전에도 페루를 비롯한 남미에서 큰 사회 문제였다. 지난 2018년 페루 수도 리마에는 수천 명이 길거리에 나와 여성을 타깃으로 한 범죄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더 이상 여성에 대한 폭력은 안 된다'는 스페인어 문구. 남미에서는 코로나 봉쇄 기간 중 많은 여성이 가정 내 폭력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12차례 여성 살해가 일어난다는 통계도 있다. [AFP=연합뉴스]



영국 인디펜던트는 "남미는 세계에서 여성살해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지역이다"면서 "남미에서만 2000만 명의 여성들이 성적·물리적인 폭력을 당한다"고 보도했다. AFP는 "페루 여성의 3분의 1(국제연합 조사결과)은 배우자·연인에게 평생 물리적·성적 폭력을 당한다"고 보도했다. 


공권력조차 여성들이 기댈 곳이 못 되었다. 페루 여권 단체와 비정부기구(NGO)에 의하면 현지에선 경찰이 가정폭력의 수사를 거절하거나 피해자를 희롱하는 일이 잦다고 한다. 행방불명자가 "자기 의사로 집을 나갔다"고 주장하는 일도 빈번하다고 한다.   


한 여성 운동가가 2016년 실종됐다가 3년여 만에 사망한 채 발견됐지만 당국이 제대로 수사조차 하지 않아 현지 여성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페루에서 여권운동에 매진했던 여성인 로드리게스의 사진을 든 여성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2016년 실종된 로드리게스는 약 3년만에 시체로 발견됐다. 로드리게스는 남편의 쌍둥이 형제에게 성폭행을 당해 고통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EPA=연합뉴스]



코로나가 장기화하면서 남미뿐 아니라 각국에서 가정 폭력이 증가하는 추세다. 프랑스에선 코로나 19로 이동제한이 실시된 후 가정 폭력이 평소보다 30% 증가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코로나 19 관련 사이트에서 가정 폭력 신고 전화도 안내하기 시작했다.    


멕시코에서는 페미사이드가 큰 폭으로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 멕시코에서 여성살해로 분류되는 살인 사건은 48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2% 증가했다. 특히 6월에만 99명의 여성이 숨졌다.


서유진 기자·김지혜 리서처 suh.youjin@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코로나보다 ‘집’이 더 위험···페루여성 915명 외출제한뒤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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