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방역도 힘든데… 돼지열병 1년만에 또 나왔다
- senior6040
- 2020년 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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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다목리 A 양돈농장으로 향하는 길목은 플라스틱 바리케이드로 가로막혀 있었다. 이날 오전 이 농장에서 키우던 돼지가 인근 철원군의 도축장으로 옮겨졌다가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폐사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바리케이드엔 ‘이곳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 방역 조치로 일반인의 출입을 금지합니다’라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바리케이드에서 200m가량 떨어진 농장에선 쉴 새 없이 굴착기가 움직였다. 방역대원은 “오전부터 살처분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했다.

9일 오전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폐사한 돼지가 나온 것으로 확인된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의 한 양돈농장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방호복을 입은 방역 당국 관계자들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농가로 향하는 인근 차량과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생에서 자라는 멧돼지가 아닌 양돈농장에서 키우는 이른바 ‘집돼지’에게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것은 1년 만이다. 농장에서 키우는 돼지는 작년 9월 16일 국내에서 처음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으나, 작년 10월 9일 이후로는 발생 사례가 없었다.
이 농장은 지난 8일 철원군 한 도축장에 암퇘지 8마리를 출하했다. 이 과정에서 돼지 8마리 중 3마리가 폐사하며 아프리카돼지열병 의심 증세가 발견됐다. 방역 당국은 즉각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정밀 분석을 의뢰했고 이날 오전 5시 40분 최종 양성 판정을 받았다. 강원도 관계자는 “폐사한 돼지와 같은 우리에서 길러진 돼지 2마리도 검사했는데 모두 아프리카돼지열병 양성 판정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번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농장은 지난 7월 27일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걸린 멧돼지가 발견됐던 곳에서 250m 떨어진 곳에 있다. 방역 당국은 야생 멧돼지를 유력한 감염원으로 지목하고 있다.

정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농장과 인근 농장의 돼지를 모두 살처분하는 등 확산 방지에 주력할 계획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전염성이 매우 높고, 감염되면 폐사율이 100%인 치명적인 가축 전염병이다. 아직 백신·치료제도 없어 살처분을 통해 확산을 막는 수밖에 없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이번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농장의 돼지 940마리와 인근 10㎞ 내 농장 2곳에서 키우는 1525마리 등 총 2465마리를 살처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판정이 내려진 이날 오전 5시부터 11일 오전 5시까지 48시간 동안 경기·강원 지역의 돼지농장과 도축장·사료공장 출입 차량에 대한 일시 이동 중지 명령을 발령했다. 화천군 내 나머지 12개 양돈농장에 대해서는 돼지 이동 중단, 분뇨 반출 금지 등의 조치를 취했다. 화천 지역 양돈농가는 “올 것이 왔다”면서 지역 내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소식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화천군 간동면에서 돼지 1000마리를 사육 중인 최기해(61)씨는 “가족들의 출입도 제한하는 상황”이라며 “혹여나 자식 같은 돼지를 잃을까 밤새 뜬눈으로 방역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중수본은 이날 “경기·강원 지역 양돈농가에 대한 재입식(돼지를 다시 들여와 키우는 것) 절차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중수본은 지난달 9일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방지를 위해 비워뒀던 농장 261곳에 대한 재입식 절차를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야생 멧돼지에게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는 빈도가 감소 추세를 보인 탓에 정부의 방역이 허술해졌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야생 멧돼지에게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발견된 것은 지난해 10월 7일이 처음으로 당시 한 달간 18건이 발견됐다가 올해 2~3월 한 달 평균 166건으로 급증했었다. 이후 차츰 발생 빈도가 줄어들어 지난달에는 한 달 동안 27건이 발견됐다. 환경부가 지난 8일 발표한 ‘야생 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10월 7일까지 12일간 멧돼지 시료 180건 중(폐사체 49마리, 포획 개체 131마리) 13건이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판정을 받았다.
문제는 가을철에는 야생 멧돼지들이 먹이 활동을 활발히 하면서 활동 반경을 넓힌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야생 멧돼지끼리의 접촉 빈도도 높아지고 집돼지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커진다. 환경부는 “여름철까지 총기 포획을 유보했던 지역 중 확산 위험이 낮은 지역에 대해서는 제한적 총기 포획 지역으로 전환했다”며 “광역 울타리 경계 지역에서는 포획틀, 포획장 등 포획 도구를 활용한 포획을 확대 실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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