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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연의 시시각각] 야성 잃은 야당, ‘국민의 짐’ 맞다

  • 작성자 사진: senior6040
    senior6040
  • 2020년 10월 31일
  • 2분 분량

[중앙일보]입력 2020.10.30 최상연 기자


최상연 논설위원


기업체 인사관리자들에겐 효과적인 리더십에 대한 연구와 자료가 산더미다. 대체로 권한 위임을 잘하고 팀원의 성공과 복지에 관심을 쏟는 게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결론나 있다. 하지만 이런 지침을 목 놓아 강조해도 현장에서 리더의 행동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최악의 리더가 안 되려면 이것만은 피하라는 처방전도 나와 있다.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고, 말과 행동이 따로 놀며, 개인의 친분과 자신의 이익을 중시할수록 수렁에 빠져든다는 경험적 분석 말이다.



조롱에도 무기력한 고장난 보수 역주행 국정난맥 견제 못하는 건 책무 내팽개친 정치적 배임이다


지금 정권의 리더십과 행태야말로 그런 수렁으로 돌진했다고 금태섭 전 의원이 얼마 전 쓴소리를 퍼부었다. ‘편 가르기와 내로남불, 말 뒤집기 행태에 절망했다’는 게 민주당 탈당의 변이다. 틀린 말이 없다. 골병든 민생 현장은 부동산이든, 고용대란이든 죄다 ‘이명박근혜’ 탓이다. 집권 4년 차에도 그러고 있다. 심지어 수해도 4대강 사업을 한 야당 탓이다. 토착왜구 탓도 있다. 대신 ‘우리 편’이면 정권 전체가 경쟁하듯 막아선다. 조국·윤미향·추미애 사태가 그랬다.


‘이 선만은 지키고 넘지 않는다’는 원칙 같은 건 없다. 단일대오다. 당장 금 전 의원 탈당을 놓고선 ‘앓던 금니 빠져 시원’ ‘함께해서 더러웠다’는 조리돌림이 봇물이다. 그래놓곤 민주주의의 성숙이라는데 김대중·노무현의 민주당은 이렇지 않았다. 안하무인이 된 건 무서운 게 없어서다. 있으나 마나 한 야당이 1등 공신이다. 장외 투쟁을 겁내는 국민의힘은 장내에서도 맥을 못 춘다. 폭주 정권 견제는커녕 맥락 없는 반말과 욕설로 밉상을 보탰다. 그런 국정감사였다. 자기들끼리도 ‘5공 때 민한당만도 못하다’고 숙덕인다.


지금 정권이 출범할 때 여권 지지자들 사이에선 “우리 이니 하고 싶은 거 다해”란 말이 들불처럼 번졌다. 하지만 지금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란 말은 야권 지지자들이 하는 냉소다. 분통 터진 국민이 거리에서 ‘나라가 네 거냐’고 한탄하고 왕조시대 상소문을 빗댄 풍자를 청와대 신문고에 올려도 도통 거들떠보질 않아서다. 딱한 건 야당마저 그런 소리를 달고 산다는 거다. 국회 18개 상임위원장을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라’고 맥없이 내준 야당은 끝도 없이 야당 연습 중이다. 말로만 국민의힘이다.



잘하는 건 자기들끼리의 전투다. 가치 다툼도 아니다. 자리 싸움이다. 유력하게 거론되는 서울시장 후보는 모두 당 밖에 있는데 고만고만한 도토리 키재기로 이리저리 갈려 치고받는다. 비대위원장은 기회만 있으면 당내 주자를 깎아 내리고, 주자들은 밤낮으로 비대위 해체와 조기 전대를 외친다. 조선시대 붕당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붕당 역시 혈연·지연·학연 중심의 이익결사적 행태를 보였다. 하지만 성리학적 가치를 두고 치열하게 논쟁했다. 자신이 속한 붕당에 대한 의리도 확고했다.


‘야당의 시간’이란 국감 기간에 ‘지지 정당 없다’는 무당층이 국민의힘 지지율보다 두 배 높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당연한 결과다. 여당은 패스한 원내대표 몸수색까지 당하고, 경기도지사로부터는 ‘국민의 짐’이란 조롱을 받고도 무기력증에 변화가 없는 당이다. 나라는 엉망인데 자기들은 따뜻하다. 공무원이나 기업인이 임무에 반해 자기 이익을 챙기면 배임으로 처벌받는다. 지금 국민의힘은 보수 정당의 책임을 망각한 정치적 배임을 저지르고 있다. 국민의 짐 맞다.


내년 선거 결과를 지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설사 야당이 이긴다 해도 정권 헛발질에 편승해 이기는 건 큰 의미가 없다. 우파 자멸로 집권한 현 정권이 선거 승리 전에 자기 혁신의 과정을 거치지 못했던 것과 마찬가지다. 국민의힘은 당명을 바꿀 때마다 ‘익숙했던 과거와 결별하고 새로운 미래를 펼쳐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의원들은 그렇게 적힌 현수막을 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글귀대로 하면 된다. 이미 4연패했다. 얼마나 더 망해야 글귀대로 할 것인지. 



[출처: 중앙일보] [최상연의 시시각각] 야성 잃은 야당, ‘국민의 짐’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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