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나쁜 사기꾼이라던 與 “김봉현 진술 신빙성 있다”
- senior6040
- 2020년 10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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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옵티머스 의혹] ‘兵風 김대업’ 처럼 의인 만드나
라임 배후 전주(錢主)인 김봉현(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씨가 옥중 편지로 ‘야권 인사 및 현직 검사 로비 의혹’을 주장한 이후 여권(與圈)에서 “김씨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며 무게를 싣는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여권은 김씨가 최근 이강세 전 광주 MBC사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전 사장을 통해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5000만원을 전달했다”고 증언했을 때만 해도 ‘질 나쁜 사기꾼’이라고 깎아내렸다. 그런데 김씨가 야권과 검찰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는 주장을 내놓자 “처벌을 각오한 행동”이라며 달라진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자 야당에선 "자기들에게 유리한 입장을 내놓자 의인(義人)으로 추켜올리느냐”며 특검 수사로 진상을 규명하자고 맞받고 나왔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수원여객의 회삿돈 241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지난 6월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19일 라디오에서 김씨의 옥중 편지와 관련, “시기와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라며 “신빙성이 상당히 있는 부분이 많다”고 했다. 이어 “검사 출신 야당 정치인의 우리은행 로비 의혹은 여태 언론에 보도된 적 없던 부분”이라며 “(김씨가) 검찰 수사관에게 돈을 줬다는 부분도 떡값 액수가 구체적으로 기재돼 상당히 신빙성이 있다”고 했다. 박주민 의원도 김씨 편지에 대해 “야당에서는 내용 자체가 기획됐거나 조장됐다고 주장한다. 제가 봤을 땐 그렇게 보기 어렵다”며 “김씨가 추가 수사,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까지 각오한 것”이라고 했다. 박범계 의원도 “로비한 사람과 금액이 특정돼 있다”며 신빙성이 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서울고검·수원고검 산하 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라임 펀드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문자 메시지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여권이 일제히 김씨를 추어올리자 정치권에선 과거 민주당의 ‘의인 만들기’가 연상된다는 반응도 나왔다. 여권 일부 인사는 최근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을 제기한 ‘제보자X’ 지모씨를 ‘정의로운 내부 고발자’처럼 묘사해 논란을 빚었다. 민주당은 2002년 이른바 ‘병풍(兵風)’ 사건 장본인인 김대업씨를 ‘의인’이라고 부르기도 했었다. 국민의힘 성일종 비상대책위원은 “사기꾼 김봉현 편지에 ‘야당에도 로비했다’는 말이 나오자 여당이 반색하며 공세에 나섰다”며 “전과 7범의 김대업을 이용한 이회창 병풍 의혹 사건, 전과 5범 지모씨의 권언유착을 이용한 한동훈 검사장 찍어내기 사건 등 국민은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같은 당 김웅 의원은 “사기 피해자들은 피눈물 흘리는데 사기범들은 ‘검찰 개혁’ 한 방으로 의인이 되는 나라”라고 했다.

라임 자산운용 사건
국민의힘은 이날 ‘라임·옵티머스 특검’을 공식 제안하며 ‘장외 투쟁’까지 언급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사태를 가장 객관적이고 말끔하게 처리하기 위해 특검을 실시하자고 제의한다”고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특검법을 제출하겠다”며 “특검 관철을 국민께 호소하는 방법으로 장외 투쟁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이날 “흰 쥐든 검은 쥐든, 나라의 곳간을 축내고 선량한 국민의 돈을 갈취한 쥐새끼가 있다면 한 명도 남김없이 색출해 모두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안 대표는 “윤석열 검찰총장도 권력의 방해로 힘이 부친다면 특검 수사의 불가피성을 지적해야 한다”며 “추미애 법무장관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라임·옵티머스 수사에서 손을 떼라”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야당의 특검 도입 주장에 대해 “정치 공세”라며 오히려 공수처 수사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김씨의 옥중 폭로를 공수처 출범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한편 정의당은 공수처와 특검이 모두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정의당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검사의 연루 의혹이야말로 더 이상 공수처 출범을 미룰 수 없는 강력한 이유”라며 “국민의힘은 더는 공수처장 추천위원 추천을 미뤄선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민주당도 특검 등 모든 수단을 열어놓고 진상 규명에 임해야 한다”고 했다.
원선우 기자 정치부 정당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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