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대통령 오기전 새벽까지 망치질, 물 새는 건 안고쳐주고...”
- senior6040
- 2020년 12월 17일
- 3분 분량
文대통령이 둘러본 임대아파트, 4290만원 들여 벼락치기 공사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전 경기 화성시 LH 임대주택 100만 호 기념단지인 동탄 공공 임대주택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현 LH 사장)와 함께 단층 세대 임대주택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방문한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 행복주택(공공 임대주택) 행사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총 4억5000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 대통령이 둘러본 투룸(44㎡)과 복층(41㎡) 가구의 인테리어 비용으로만 4290만원을 썼다. 한 시간 정도 되는 대통령 방문 행사를 위해 공실(空室)을 급히 꾸미느라 든 비용이다. 행사를 위해 새벽까지 벼락치기 공사를 하느라 수일 동안 주민들이 겪었던 소음 피해도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민의 현실을 외면한 대통령만을 위한 쇼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은혜(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LH는 이날 대통령의 임대주택 방문 연출을 위해 인테리어 공사 비용 4290만원, 행사 진행 예산 4억1000만원 등 총 4억5000만원을 지출했다. 최신식 TV·침대·식탁·벽그림 등의 가구를 빌려 쓰는 데 3300여만원, 조명·커튼 설치 등을 위한 공임비에 650만원을 썼다. 이날 대통령이 방문한 집은 최저 보증금 900만원대에 월 임대료 35만~36만원, 최고 보증금 약 9000만원에 월 임대료 10만원 수준이다. 하루 대통령 행사에 서민 보증금 70%가량의 인테리어 비용을 쓴 것이다. 또 LH 측은 행사 진행을 위해 계약한 4억1000만원은 사회자 섭외와 유튜브 영상 촬영을 위한 인력 등에 쓰였다고 밝혔으나, 이날 행사 사회자는 국토교통부 사무관이었다.

(위 사진)인테리어 전 모습 - 인테리어 공사를 하기 전의 경기 화성시 동탄 행복주택(공공임대주택) 내부 모습. LH는 대통령 방문 행사를 위해 4290만원을 들여 커튼을 새로 달고 최신형 가구와 전자제품도 빌려왔다. (아래 사진)대통령이 구경한 집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방문했던 동탄 행복주택 218동 107호의 내부 모습. 문 대통령은 이곳을 둘러보며“아늑하고 아주 아기자기하다”“신혼부부 중에 선호하는 사람이 많겠다”고 했다. /국토부·이태경 기자
문 대통령이 방문한 집과 실제 주민이 거주하는 환경도 상당히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아파트는 지난 8월 완공됐지만 부실 시공 논란과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LH에 접수된 민원만 여러 건으로 주민들은 곰팡이·누수 등 갖은 불만을 토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 커뮤니티 게시판에 “민원을 해도 시공사와 LH 측이 서로 책임을 떠넘긴다”는 글이 올라왔다
또한 문 대통령이 “누구나 살고 싶은 임대주택”이라고 했던 이 단지의 총가구 1640세대 중 25%인 410가구는 지난 9월부터 비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 집 중 한 집이 공실인 셈이다. 올해 소득 기준을 중위소득 100%에서 130%로 완화해 추가 모집 공고를 두 차례나 냈음에도 입주자를 아직까지 못 찾은 것이다.

11일 문재인대통령의 경기도 화성 공공임대주택 방문행사에 4천여만원의 인테리어보수비용을 포함 4억이 넘는 비용이 들어간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있다. /TV조선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1일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 행복주택 두 가구를 돌아보며 “아늑하고 아주 아기자기하다” “신혼부부에 아이 한 명은 표준이고 어린아이 같은 경우는 두 명도 가능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행복주택 주민들은 “살기 좋은 임대주택”이라던 문 대통령 발언과 달리 곰팡이와 누수, 엘리베이터 소음 등 시공 오류에 따른 각종 불만을 쏟아낸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김은혜 의원실이 16일 LH에서 받은 민원 접수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완공 이후 LH엔 “거실과 천장이 전부 곰팡이 범벅이고 누수로 벽지와 장판까지 뜯어냈다” “에어컨 구멍을 너무 높게 뚫어 에어컨을 연결할 수가 없다” “2층 베란다에 배수구가 없다” 등의 주민 불만이 잇따라 접수됐다. “LH와 시공사가 서로 책임을 미룬다” “입주자에 대한 배려 없이 지었다”는 비판도 있었다.
문 대통령이 방문한 행복주택은 반면 상당히 말끔하게 꾸며졌다. 대통령 방문 행사를 위해 커튼을 새로 달고 최신형 TV와 침대·냉장고·커피머신·조명·벽걸이 그림 등을 갖춰 놓은 것이다. 주민 A씨는 “고급 가구들로 채워 놓아서 그런지 우리 집과 상당히 달라 보인다”고 했다.
행복주택 주민들은 또 문 대통령 방문 행사 전날인 10일 밤늦게까지 ‘벼락치기’ 공사 소음이 계속돼 상당한 불편을 겪었다고 했다. 대통령이 방문한 가구 바로 위층에 산다는 주민 B씨는 본지 기자와 만나 “10일 새벽 3시까지 망치질 소리가 들려서 잠을 이루질 못했다”고 했다. 행복주택 온라인 주민 커뮤니티에도 “당장 여기 사는 분들 ‘하자’ 처리도 안 되는데 대통령 보여줄 ‘쇼룸’ 만드느라 새벽에도 ‘드릴질’ 하더라”는 글이 올라왔다. 논란이 빚어지면서 해당 글은 현재 삭제됐다. LH 측은 뒤늦게 “공사는 8일 하루에만 진행됐고 야간 공사를 한 적도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한 시간 방문 행사를 위해 서민들이 입주해야 할 공실(空室)을 ‘본보기 집’으로 급조했다는 비판이 나오자 LH 측은 “해당 두 가구는 계속 본보기 집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나 인테리어 업체 견적서에 따르면 12월 말이면 가구 및 소품 임대 기간이 끝난다.
이날 행사 홍보를 위해 사용한 4억1000만원도 논란이 되고 있다. 4억1000만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주관한 크고 작은 행사를 여러 차례 수주한 대행사와 계약한 금액이다. 이날 행사도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LH 측은 행사 진행자 섭외와 무대 설치, 유튜브 촬영을 위한 방송 인력, 문 대통령 방문에 맞춰 어린이집 앞에 85인치 TV를 설치하는 비용 등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행사 진행은 국토부 사무관이 했다. 유튜브 홍보 영상 촬영엔 연예인 제이쓴·홍현희 등이 출연했다. 비판이 이어지자 LH 측은 “두 가구 방문 행사에만 쓰인 예산이 아니라 공공임대주택 인식 제고와 홍보에 필요한 예산을 합산한 것”이라면서 “해당 금액은 발주 금액으로 추후 정산되면 대폭 줄어들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시절 행사를 주관한 한 행사 업체 대표는 “특수한 상황을 감안해도 지나치게 많은 비용이 책정된 것으로 보이는데 명확하게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은혜 의원은 “현재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공급 실상을 보면 주민 요구를 외면하는 경우가 수두룩한데 이번에도 비슷한 맥락으로 보인다”고 했다. 청와대 내에서도 부동산처럼 여론에 민감한 문제를 다루는 행사에 문 대통령의 말과 행동이 있는 그대로 노출되는데 대한 적절성 문제가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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