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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의사 6만 명 모자라” vs 전공의 “지방서 일할 병원 부족”

  • 작성자 사진: senior6040
    senior6040
  • 2020년 8월 7일
  • 3분 분량

중앙선데이]입력 2020.08.08 김창우 기자 김나윤 기자


입장차 극명한 의대 정원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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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여의도공원에 모인 전공의들이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안에 반대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장진영 기자

왜 젊은 전공의들은 이렇게 화가 났을까.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연 집회에는 인턴 레지던트 6000명(주최측 추산)이 참여해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 전면 재논의를 촉구했다. 대전협은 “정부가 우리를 코로나 전사들이라며 ‘덕분에’라고 추켜세우다가 단물 빠지니 적폐라고 부르고 있다”며 “정부는 모든 의료 정책 수립에 젊은 의사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라”고 촉구했다.


정부, 지역별 불균형 심각 지적 10년간 매년 400명씩 증원 추진 의료계 ‘환경·처우 개선이 해결책’ 1500억원 첩약 급여화도 비난 국민 여론은 의사 반발에 부정적


이들이 분노하는 부분은 크게 세 가지다.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한방첩약 급여화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달 23일 2022학년도부터 10년간 매년 400명씩 의대 정원을 늘리는 방안을 내놓았다. 부족한 의사 수를 충원해 지역별 의료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400명 가운데 300명은 최소 10년간 지방에서 근무하는 지역의사다.


의사들은 의료진 부족이라는 정부의 진단부터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5일 “현재 10만명인 우리나라 의사 수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에 도달하려면 6만명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지난달 발표된 OECD ‘보건통계 2020’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임상의 수는 인구 1000명당 2.4명(한의사 포함)으로 OECD 평균(3.5명)보다 낮다. 지역별 편차도 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서울은 3명, 경기는 2.1명인데 비해 제주는 0.1명, 충북은 0.25명, 강원은 0.27명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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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하지만 의사들의 시각은 다르다. 우리나라의 병상 수는 인구 1000명당 12.4개로 OECD 평균(4.5개)을 크게 웃돈다. 국민 1인당 연간 외래진료 역시 16.9회로 OECD(평균 6.6회) 국가 가운데 가장 많다. 그런데도 의료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8%에 그쳐 미국(17%), 독일(11.7%), 일본(11.1%)보다 적다. 다른 나라들보다 적은 수의 의사가, 저렴한 비용으로, 좋은 시설에서, 많은 환자를 효율적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의사 수만 볼 것이 아니라 국토 면적이 좁고, 인구가 줄고 있는 점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성종호 대한의사협회(의협) 정책이사는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지역, 전공별로 불균형한 것이 문제”라며 “의료 격차를 없애려면 지방이나 기피 전공에 더 높은 의료 수가를 적용하는 등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젊은 전공의들은 좀 더 직설적이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한 외과 레지던트는 “지방에 의사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의사가 일할 수 있는 병원이 부족한 것”이라고 말했다. 응급 상황에 주로 찾게 되는 흉부외과나 외과 등은 웬만한 도시에서조차 개원은커녕 종합병원을 제외하면 일자리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갈수록 신생아가 줄어드니 산부인과도 점점 문을 닫고 있다. 비뇨기과는 병원을 유지하기 위해 피부과를 함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과들은 10여년 전부터 전문의 지원자를 구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반면 ‘피안성’(피부과, 안과, 성형외과)은 전통적으로 인기과로 꼽혔고, 최근에는 ‘정재영’(정신의학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도 합류했다. 비급여 비중이 높은 분야다. 대전협 관계자는 “낮은 수가 탓에 유지조차 어려운데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기피과에 지원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지역의사도 의무 복무 10년 중 5~6년은 수련 기간이고, 군 복무와 출산휴가 등을 고려하면 실제 근무하는 인력은 소수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공의대도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 의사들의 생각이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공공의대를 통해 공무원 신분으로 공공의료기관에 근무할 의사를 양성하기보다는 좋은 채용 조건을 제시해 의사들이 자연스럽게 지원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전문의를 양성하려면 10년 이상 교육과 현장 수련이 필요한데 제대로 수련받을 병원조차 없다는 것이다. 박지현 대전협 회장은 “또다시 부실 의대를 양산하는 포퓰리즘 정책을 내놓은 것”이라며 “살인적인 업무 환경과 처우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단순한 인력 증원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고 말했다.


최근 한방첩약 급여화도 의사들의 역린을 건드렸다. 서울대병원 김중엽 전공의협의회장은 “중증 암 환자, 희귀질환자에게 필요한 면역치료제, 표적항암제는 가격이 비싸거나 환자가 적다는 이유로 급여화하지 않고 있는 정부가 3년간 1500억원이 투입되는 한약 급여화 사업은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의료계의 반발에도 여론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지난달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8%가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코로나19가 계속되고 있고 전국이 집중호우로 피해가 심각한 상황에서 파업은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정부가 의료계 요구를 수용해 협의체를 만들기로 한 만큼 대화에 참여해 문제를 풀어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와 의료계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어 갈등은 이어질 전망이다. 대전협은 오는 14일로 예정된 의협 총파업에도 동참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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