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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계숙씨 “유머·자식 걱정…치매노인도 ‘인간적 감정’ 다 있어요”

  • 작성자 사진: senior6040
    senior6040
  • 2020년 12월 11일
  • 2분 분량

<경향신문>사람과사람 ,문주영 기자 mooni@kyunghyang.com 입력 : 2020.12.09


돌봄이 아니라 인생을 배우는 중입니다’ 저자


문인 출신 요양보호사 전계숙씨는 지난 8일 “일은 힘들지만 어르신들이 제 도움을 통해 편안해진 모습을 보면 큰 보람을 느낀다”며 “기저귀 가는 일조차 거부감이 별로 없어서 이 일이 천직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어머니 돌보다 시설에 모신 인연으로 ‘요양보호사’ 자격 취득 “코로나 이후 종사자들은 외부와 단절, 그 어느 때보다 더 조심 노인을 덜 늙은 노인이 돌보는 백세시대 ‘실버 일자리’ 인식을”

한국사회는 2018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섰다. 2026년이면 그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르신 돌봄은 이제 누구나 겪는 일상의 문제가 된 셈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치매를 앓는 부모를 요양원에 모시는 것은 불효라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

책 <돌봄이 아니라 인생을 배우는 중입니다>(책익는마을) 저자 전계숙씨(61)는 요양보호사다. 요양보호사가 되기 전 그 역시 치매에 걸린 친정어머니를 홀로 돌보다가 결국 요양원에 모셨다. 어머니는 이후 1년 만에 세상을 떠났다. 이 책은 그의 이런 개인적 경험과 더불어 요양보호사로서 보고 느낀 지난 수년간의 기록이다.

전씨가 일하는 인천의 요양원에는 총 15명의 요양보호사들이 38명의 어르신들을 돌본다. 주간근무와 야간근무, 휴무를 이틀씩 돌아가며 교대로 근무한다. 기저귀 돌봄, 식사 및 간식 챙기기, 목욕케어, 재활 프로그램 참여 등이 주요 일과다.

“어르신들이 폭력을 휘두르고 폭언하시는 경우도 간혹 있어 항상 긴장의 끊을 놓쳐선 안 되어요. 저 역시 한 어르신의 목욕을 돕다가 발로 가슴을 맞은 적이 있거든요. 그래도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게 행복해요. 치매를 앓는 분들도 인간적인 감정은 다 갖고 계시거든요. 유머가 있고, 자식을 늘 걱정하고, 눈높이에 맞추면 대화도 충분히 가능하죠. 같이 노래하고 농담도 주고받아요. 무엇보다 제 도움을 통해 어르신들이 편안해하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끼죠.”

무섭다고 생각되던 죽음도 이곳에선 일상이다. 그는 “삶과 죽음은 다른 게 아님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과거 20여년간 논술교사로 활동했다는 그는 등단작가이기도 하다. 2002년 인천 시민문예 소설부문 대상을 수상하고 이듬해 계간 ‘학산문학’으로 등단했다. 그런 그가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것은 2016년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과외 일거리가 줄어든 탓도 있지만 전씨는 “엄마를 요양원에 모셨던 그 1년의 인연이 나를 자꾸 그쪽으로 끌어당기는 듯했다”고 말했다. 문인 출신이기에 주변에선 요양원 일을 얼마 못할 거라고 쑤군대기도 했다지만, 그는 “이 일이 제겐 천직”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요양보호사는 백세 시대에 걸맞은 실버 일자리예요. 노인을 덜 늙은 노인이 돌보는 시대가 됐죠. 산전수전 겪은 장년층이 모여 어르신들과 함께 늙어가는 곳이 바로 요양원입니다.”

그러나 올 한 해 요양원에서의 코로나19 확진 소식이 잇따랐다. 이와 관련해 전씨는 “요양원들은 현재 외부 프로그램 일정을 모두 취소했고, 가족 면회 조차도 금지시켰다”며 “종사자들은 집과 일터만 오가는 등 그 어느 때보다도 조심하고 있는데 마치 요양원이 특히 문제라는 식의 언론보도는 자제해줬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어르신 돌봄에 대한 개선 바람도 내비쳤다. 정부가 2008년 장기요양급여를 도입한 이후 민간 요양원들이 급증했다. 이에 따라 영세한 요양원들이 아직 많다. 그는 “정부 지원을 늘리고 요양보호사 자격증 요건을 강화해 요양서비스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최저시급을 적용받는 요양보호사들에 대한 처우개선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근무하는 요양보호사는 44만4000여명이다.


“고령화시대인 만큼 요양원은 우리 삶에서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 됐어요. 고급 실버타운만큼은 안 되더라도 의사 권유에 따라 개개인에게 적합한 식사가 제공되고, 물리치료 시설이 완벽하며, 가족들이 면회왔을 때 하룻밤 같이 잘 수 있는 게스트룸이 마련된, 그런 요양원을 꿈꾼다면 너무 이상적인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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