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문자 번역, 마스크 봉제…'코로나 봉사' 151만명의 온정
- senior6040
- 2020년 1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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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앙일보]기사입력 2020/12/18
경북 성주군에 사는 고등학교 2학년 이해인(17)양. 이양은 지난 4~6월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마치고 오후 5시마다 재봉틀 앞에 앉았다. 이양은 어머니와 함께 매일 8~10개 씩 마스크 몸통을 만들어 봉사센터에 가져다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을 돕기 위해서다.

이양 가족이 취약계층에게 전달한 마스크는 593장. 이양은 "당시 사재기 때문에 마스크를 구하기도 어려웠다"며 "비대면 수업으로 생긴 여유시간에 마스크 만들기 봉사를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학교에 가기 시작할 때쯤에서야 마스크 수급이 안정됐다"며 "이후로도 기회가 생길 때마다 다른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19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양처럼 올해 1월 20일부터 11월 30일 사이 ‘코로나 19 대응 자원봉사’에 참여한 시민은 151만2051명이다. 방역·소독 작업, 마스크 제작 배부, 격리자 지원 등 분야에서다. 지난해 같은 기간 재해·재난·응급 분야 자원봉사 활동 참여 인원보다 10배 이상 늘었다.
복지관 문 닫자 마스크, 음식 배달
봉사자들은 주로 취약계층을 도왔다. 코로나 19 대응 봉사자들이 참여한 봉사는 방역ㆍ소독(45만1000명), 마스크 제작·배부(25만1000명), 취약계층 지원(22만6000명) 순이다.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 관계자는 "코로나 19 감염 위험에 노출된 취약계층이 있는 곳에서 봉사한 경우가 많았다"며 "코로나 19 대응 봉사는 사실상 취약계층 지원 봉사"라고 설명했다.

갈 곳이 마땅찮은 어르신을 돕기 위한 도움의 손길도 이어졌다. 코로나 19 유행으로 사회복지관·무료급식소가 문을 닫으면서다. 경기도 시흥에 사는 이상기(59ㆍ여)씨는 지난 4월부터 매일 40가구 이상에 3가지 이상 반찬을 만들어 1인 노인 가구에 전달했다. 취약계층을 위해 마스크도 만든 이씨는 노인 및 저소득층 가정을 찾을 때마다 안부를 묻고 말벗이 돼줬다.
‘방역 사각지대’라 불리는 외국인을 도운 봉사자들도 있었다. 김영아(39·여)씨는 휴대전화로 날아오는 긴급 문자 메시지를 보고 "외국인들은 정보를 어떻게 알까"하는 의문이 생겼다. 이후 김씨는 동료 봉사자를 모아 재난 문자를 아랍어ㆍ태국어 등으로 번역해 난민 커뮤니티에 제공하는 봉사를 시작했다. 재난 문자뿐 아니라 거리두기 단계별 주의사항을 정리해 카드 뉴스도 만들었다. 김씨는 "코로나 19 사태에 외국인 혐오도 많이 생겼다"며 "사회가 보호해줘야 할 사람들이라고 생각해 봉사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의료진 힘내세요"
코로나 19와 싸우는 의료진을 돕는 봉사도 꾸준하다. 경기도 수원에 사는 강은주(43ㆍ여)씨는 지난 3월부터 의료진에 간식을 제공하는 ‘주부봉사단’ 활동을 하고 있다. 당초 동네 어르신에게 쿠키를 구워 나눠주던 강씨는 코로나 19가 유행하자 방역을 이유로 봉사를 중단했다. 하지만 곧바로 봉사를 재개했다. 지난 3월부터 철저하게 방역 조치한 조리 공간을 마련해 매주 한 번씩 인근 병원 의료진에게 간식을 배달하고 있다.

주부봉사단은 쿠키를 나누던 어르신에게도 매주 1회 도시락을 제공한다. 강씨는 "우리는 잠깐의 시간을 내 모인 주부"라며 “우리보다 더 고생하는 의료진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코로나 19 봉사는 급증했지만, 전체 자원봉사자 수는 1249만 9530명으로 지난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김장봉사·연탄봉사 등 대면 활동을 모두 취소하면서다. 다만 1365 자원봉사포털에 따르면 코로나 19 대응 활동과 비대면 언택트 봉사 방식이 정착된 뒤 시민 참여가 다시 늘고 있다.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 관계자는 "코로나 19 유행 이후 방법을 몰라 봉사하지 못한 분이 많다"며 "이웃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공유하거나 학생들에게 온라인 멘토링을 해주는 것도 좋은 봉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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