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람선보다 더한 코로나 비극, 지금 한국 요양병원에”
- senior6040
- 2020년 12월 30일
- 1분 분량
<조선일보>이준우 기자 입력 2020.12.30
“일본 유람선보다 더한 일들이 요양병원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갇혀서 죽어가고 있는 요양병원 환자들을 구출해 주세요.”
서울 구로구 미소들병원은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15일부터 코호트(외부 출입 차단) 격리돼 있다. 간호사, 의사, 병원 직원 등 50여 명이 2주째 병원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요양병원 중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자신들도 언제 감염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구로구 미소들 요양병원 최희찬 신경과장
이 병원 최희찬 신경과장은 27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절박한 호소 글을 올렸다. “일본 유람선이 일본 정부의 오판으로 코호트 격리돼 712명이 확진되고 13명이 사망했다. 전 세계에서 이를 비난했는데 이보다 더한 일들이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이 병원 340명 입원 환자 가운데 절반 넘는 175명이 코로나에 걸렸다. 이 가운데 46명은 여태 병상조차 배정받지 못해 그대로 격리 중이다. 요양병원엔 기저 질환을 앓은 중환자들이 대부분이다. 병상에서 죽을 날만 기다리며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최 과장은 29일 “병원이 격리 조치되자 100여 명 정도이던 간병사들이 감염이 두려워 모두 병원을 떠났다. 기저귀 갈기, 식사 등 모든 환자 돌봄을 간호사와 의사들이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확진 판정을 받은 간호사만 9명에 달하는 등 “의료진의 피로가 극에 달해 있다”고 했다. 그런데도 그간 정부와 지자체 지원은 전혀 없었다고 한다.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것이다.
음성 확진 판정을 받고 병원에 남아있는 환자도 80명 정도 된다. 최 과장은 “국민 청원 글을 올리니 어제 보건소가 병원 내 확진자를 10명 정도 다른 병원으로 이송해줬다”며 “의료 인력 지원도 약속했지만 아직까진 별다른 소식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병원에 사실상 갇혀 있는 46명 확진자들이 다른 음성 환자들까지 감염시키면서 “추가 감염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최 과장은 “정부는 ‘너희는 그래도 병원이니까 어떻게든 버텨봐라. 급한 환자는 빼주겠다’는 식으로 이야기한다”며 “감염병을 치료할 역량이 없고, 다른 일반 병원보다 의료 시설도 많이 부족한 요양병원에 정부가 이런 말을 할 수 있느냐”고 했다.
이준우 기자 조선일보 경제부 이준우 기자입니다.
コメン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