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내 자동차 공장 잇따라 폐쇄…한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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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7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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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앙일보]기사입력 2020/07/27

‘리쇼어링’(Reshoring·해외 생산시설을 자국 내로 회귀하는 것)의 모범 국가였던 일본이 자국 내 완성차 공장을 잇달아 폐쇄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인한 수요 절벽에 따라 국내 생산 감축에 나선 것이다. 세계 자동차 시장이 격변하는 상황에서 한국도 비슷한 상황을 맞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일본 미쓰비시자동차는 기후현 사카호기마치(坂祝町) 공장을 향후 3년 내에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미쓰비시의 일본 내 3개 생산공장 가운데 하나인 사카호기마치 공장은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파제로’를 생산한다. 미쓰비시는 사카호기마치 공장 폐쇄와 함께 파제로도 단종하기로 했다.
미쓰비시가 일본 내 공장을 폐쇄하는 건 2001년 나고야 오에(大江)공장 이후 처음이다.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이 면허 생산(1991~2003)했던 ‘갤로퍼’의 원 모델이기도 한 파제로는 도심형 SUV 인기로 수요가 줄면서 지난해 일본 내 판매를 중단했다.

앞서 일본 최대 완성차 업체인 도요타가 시즈오카현 히가시후지(東富士) 공장 폐쇄를 결정했고, 혼다도 내년까지 사이타마현에 있는 사야마(狹山) 공장을 닫기로 했다. 세계 3위 자동차 생산국가(2019년 973만대)인 일본이 자국 내 생산 감축에 나선 것이다.
일본은 한때 자동차 산업의 ‘리쇼어링 모범국가’로 통했다. 혼다가 2016년 멕시코에 있던 생산 공장을 국내로 옮겨왔고, 도요타가 2017년 미국 완성차 생산라인을 국내로 이전했다. 일본 완성차 업체들의 글로벌 판매가 증가한 데다, 배로 수일 내에 운송할 수 있는 동남아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갖고 있어서였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국내·외 판매가 급감하고 전기차·자율주행차로의 시장 변화에 따라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감소하자 일본 내 자동차 생산 감축에 나선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르노-닛산과 연합관계에 있는 미쓰비시는 지난해 257억원(약 291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조만간 1000억엔(약 1조1320억원) 규모의 비용 절감 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문제는 한국도 이 같은 변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다. 올 상반기엔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 등으로 내수 판매가 선전했지만, 코로나19로 수출이 크게 줄면서 국내 자동차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19.8% 줄어든 162만7534대에 그쳤다. 2009년 상반기(152만9553대) 이후 가장 적은 숫자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 5개사는 코로나19로 인한 수출 감소로 상반기 가동 중단을 반복했다. 아직 완성차 공장을 폐쇄할 단계는 아니지만 국내 생산 자동차의 수출 비중(61%·현대차그룹)이 높은 데다가, 당분간 국내·외 수요 절벽이 계속될 가능성이 커 낙관할 수만은 없다. 여기에 내년엔 ‘광주형 일자리’ 인 광주글로벌모터스 공장이 완공된다. 수요는 줄어드는데 오히려 국내 생산 능력이 확대되는 셈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일본은 인구 대비 내수시장(450만대)이 한국(155만대)보다 크고 수입차 시장 점유율이 낮은 데도 자국 생산공장을 폐쇄한다는 건 수요 절벽에 대비한 선제적 조치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한국은 오히려 내년 ‘광주형 일자리’ 공장이 새로 가동하는데, 노사관계 합리화로 생산 원가를 줄이고 부품 공급망, 판매 시스템 등을 효율화하지 않으면 한국도 일본이 간 길을 따라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경고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외자(外資)계 완성차 업체인 한국GM 창원·부평공장이나 경영 위기를 겪는 쌍용차 평택공장의 경우 수요 절벽이 가속하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8509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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