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농업은 과학](16)누에의 재발견… 쪄서 말리니 파킨슨병 증상 억제 효과 탁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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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12월 4일
- 2분 분량
조선비즈 박지환 농업전문기자 입력 2020.12.04

쪄서 말린 누에 홍잠, 말린 누에보다 효능 우수해
거무튀튀한 색에 주름이 자글자글한 번데기. 생김새가 영 꺼림칙하다. 비호감이다. 명주실을 생산하고 남은 부산물을 굳이 돈을 주고 사먹어야 하나 싶을 정도다. 생김새와 달리 마늘 등 양념을 듬뿍 넣어 간간하게 끓인 번데기 탕은 별미다. 과거에는 유원지를 찾은 아이들의 단골 군것질거리 중 하나였다.

뽕잎을 먹고 있는 누에 모습. /농진청 제공
일손이 많이 가는 양잠업이 쇠퇴한 탓에 국내에서 판매되는 번데기의 대부분은 수입산이다. 그래도 누에를 키우는 농가들이 존재한다. 비단을 뽑기보다는 누에가 몸에 좋은 기능성 식품으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누에는 당뇨병·고혈압·간 기능 저하·혈당 강하·중풍·뇌신경 질환·위장병 등과 같은 성인병을 치유하고, 예방하는데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누에에 함유된 아스파트 겔신은 숙취 해소에 좋다. 동의보감 등을 살펴보면 백강잠이라는 이름으로 이용됐다.
누에는 번데기가 돼 실주머니를 만들기 전 햇볕에 말려 가루를 만들어 급속 냉동으로 살균시킨 뒤 건조해 가루 또는 환으로 만들어 먹는다. 5령 3일쯤 되는 이 때 영양분이 가장 많다.
최근에는 홍삼처럼 가공한 누에 ‘홍잠(弘蠶)’이 주목받는다. 새로운 효능이 확인됐다. 농촌진흥청(이하 농진청)이 한림대 일송생명과학연구소와 공동으로 실험을 진행한 결과, 누에를 쪄 익힌 ‘홍잠(弘蠶)’이 파킨슨병 주요 증상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얻었다.
파킨슨병은 뇌에서 근육 움직임에 관여하는 물질인 도파민 신경세포가 죽어 근육이 마비되거나 경련, 자세불안정, 운동장애 등의 증상이 빚어지는 퇴행성 질환을 말한다.
홍잠은 누에가 완전히 자라 고치를 짓기 직전의 익은 누에를 수증기로 쪄 동결 건조한 익힌 누에를 가리킨다. 단백질과 아미노산, 오메가3 지방산을 비롯해 플라보노이드, 폴리페놀 등 기능성 성분이 찌지 않고 말린 누에일 때보다 풍부하다.
연구팀에 따르면 홍잠을 먹인 쥐의 경우 이런 증상이 완화되는 것으로 타나났다. 동물모델 쥐와 초파리에게 1일 기준 체중 1kg당 홍잠 1g을 36주(9개월)동안 투여해 운동능력·자세 조절 능력·도파민 신경세포 보호 효과 등을 분석한 결과, 운동신경이 개선되고, 수명이 연장됐다.
운동 능력 측정을 위해 줄에 매달리는 비교시험(Wire Hang Test) 결과, 홍잠을 먹은 파킨슨병 쥐(138.8초)는 홍잠을 먹이지 않은 파킨슨병 쥐(33.6초)보다 운동 능력이 4배 향상됐다.
또 홍잠을 먹지 않은 파킨슨병 쥐의 비정상 자세 수는 2.42였으나, 홍잠을 먹은 파킨슨병 쥐는 2.07로 줄었다. 홍잠을 먹지 않은 정상 쥐의 경우 1.71로 조사됐다.
특히 홍삼을 먹인 쥐의 경우 파킨슨병의 주요 해부학적 증상인 도파민 신경세포의 사멸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홍잠이 운동능력 저하와 도파민 신경세포 사멸 등 파킨슨병의 주요 증상을 억제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파킨슨병 유발 초파리 실험에서도 유효한 결과가 얻었다. 홍잠을 먹은 파킨슨병 초파리의 기대수명은 19.44일, 건강수명은 15.41일로 나타나 홍잠을 먹지 않은 파킨슨병 초파리보다 각각 7.02일, 9.11일 증가했다.
또 파킨슨병 초기에는 냄새 맡는 기능이 약화되는 증상이 나타나는데, 홍잠을 먹인 초파리는 미세배열(Microarray)과 생물정보학을 이용한 발현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 후각 감각 유전자들의 발현이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홍명수 농진청 농업생물부 부장은 "홍잠이 파킨슨병 주요 증상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돼 앞으로 홍잠을 이용해 파킨슨병 환자를 위한 특수용도 의료식품이나 운동수행 능력증진 건강기능식품을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연구 결과는 아시아·태평양 곤충학회 등에 논문으로 게재됐다. 농진청은 ‘견사단백질을 갖는 누에를 함유하는 파킨슨병의 예방 또는 치료용 조성물’로 특허를 등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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