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생활비 주는 부양제도로 갈라설 자유를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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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10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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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양은경 기자 입력 2020.10.15

바람피운 배우자의 이혼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는 ‘유책주의’를 깨자는 주장이 법조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혼 후 생활비를 주는 부양 제도를 도입해 ‘이혼의 자유’를 주자”는 내용이다.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7대6으로 아슬아슬하게 유지했던 유책주의에 대한 폐지론이 또다시 부상하는 것이다.
‘유책주의 폐지론’은 15일 대한변협 주최 학술대회에서 ‘이혼의 자유와 이혼 후 부양에 관한 검토’란 주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이 문제가 학술대회에서까지 등장한 적은 좀처럼 없었다.
이혼과 관련, 잘못한 배우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는 ‘유책주의’, 부부 관계가 실질적으로 파탄 난 경우 잘잘못을 떠나 이혼을 허용하자는 ‘파탄주의’가 있다. 우리 법원은 지난 55년간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유책주의를 유지해 왔다. 배우 김민희씨와의 불륜을 인정한 홍상수 감독이 이혼소송에서 패소한 것도 그 때문이다.
15일 발제자로 나서는 엄경천 변호사는 “유책주의는 상대방의 ‘부정행위’를 밝히기 위해 감시·도청까지 하는 등 폐해가 심각하다”며 파탄주의를 도입할 것을 주장했다. 파탄주의를 인정할 경우 잘못 없는 배우자도 이혼을 당해 내쫓기는 ‘축출이혼’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상당수는 생계 곤란에 이른다. 엄 변호사는 ‘이혼 후 부양 청구권’ 도입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자고 했다. 이는 재산 분할 및 위자료와 별도로 이혼 후에도 일정 기간 생계비를 주도록 하는 제도다. 파탄주의를 채택하는 미국⋅독일 등에서 시행하고 있다. 엄 변호사는 “민법상 ‘부부간 부양 의무’를 이혼 후까지 확장 해석하는 등으로 이혼 후 부양 청구권 인정이 가능하다”고 했다.

서울가정법원 전경.
법원은 파탄주의 도입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서울가정법원 염우영 부장판사는 토론문에서 이혼소송을 당한 아내들이 내는 답변서를 인용했다. “남편은 이미 수년 전부터 다른 여자랑 살고 있다. 재산도 그 여자 앞으로 다 빼돌렸다. 죽으라 일해 두 아들을 키웠고 지금까지 ‘이혼 가족’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너무 억울하다”는 내용이다. 염 부장판사는 “이런 경우 판사가 이혼을 명하는 게 사회 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최근 부정을 저지른 배우자가 이혼소송에서 패소 확정판결을 받고도 다시 1심부터 시작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대법원이 유책주의를 깨는 판례 변경을 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배인구 변호사는 “'서류상 부부'로 있으면서 가정을 저버리는 것보다 ‘이혼 후 부양 청구권’을 도입하는 게 나은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배우자 중 한 명이 쫓겨나듯 이혼당하는 ‘축출이혼’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가정법원 관계자는 “이혼 제도 변경에 대한 입법 시도가 없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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