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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양로병원 어머니를 생각하며

  • 작성자 사진: senior6040
    senior6040
  • 2020년 5월 9일
  • 2분 분량

[LA중앙일보]발행 2020/05/09 유지애 / 시인 


화살촉이 과녁을 향해 가듯 세월이 빠르게 흐르고 있다. 한 줌의 쉼도 없이 숨가쁘게 살아온 날들이다. 이제는 시간의 속박에서 벗어나고 싶다. 조금은 여유 있는 시간을 갖고 싶다. 겨우내 걸쳤던 무거운 겉옷을 훌훌 벗어 장 속 깊이 넣은 후 이듬해 봄을 기다려보는 그런 느긋한 마음을 느끼고 싶다.


코로나19로 세계가 공포에 싸여 있다. 요즈음 하루 하루 안전한 항해를 꿈꾸지 않는 자가 어디 있을까 생각해 본다.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어가고 있다. 소소한 불만이나 다소의 외로움은 코로나라는 거대한 공포 앞에서 너무 사치스러운 감정이 아닐까 반성해 본다.


반가운 사람을 만나도 한 발 물러서게 된다. 반사적으로 물러서야만 하는 지금의 현실이 슬프다. 사람들과의 단절이다.


마음대로 문 밖 외출을 못하면서 일상이 단조로워지고 있다. 하지만 30여년 이민생활에서 처음 경험하는 한가롭고 뜻 깊은 시간도 있다. 코로나와 무관하게 출입이 허용되는 인근의 공원을 찾아 순례의 길을 나선다. 일상의 모든 것들을 떨쳐버리고 자유로울 수 있는 시간이다.


집에서 얼마 멀지 않은 연못가에 자리를 잡았다. 어느 새 수련은 수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새끼를 갓 깨운 어미오리가 어린 것을 보호하기 위해 바짝 쫓아다니는 모습이 무척 애처롭게 느껴진다. 노심초사하는 어미의 거동에 아랑곳없이 새끼들은 종종거리며 어미 날개를 파고 든다.


이런 모습을 보니 갑자기 양로병원에 계시는 노모의 근황이 가슴을 짓누른다. 정부 시책으로 면회가 금지된 지금 가로 막힌 담이 속히 풀리기만 기다릴 뿐이다. 구순을 넘긴 고령에도 치매기 없이 정신이 비교적 맑은 것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 좋아하시는 생선초밥과 메밀국수를 삶아 오이냉국에 버무려가던 지난 날들이 까마득하기만 하다. 그나마 양로병원 간호사의 도움으로 현관 대형 유리창 너머로 빨간 하트와 사랑한다고 쓴 종이를 어머니에게 보여드릴 수 있어 다행이다. 그것 외에는 자식으로 할 도리가 없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우리 형제들에겐 어머니는 지구상에 남은 유일한 탯줄이다. 우리 형제들은 견고히 지탱해온 존경과 믿음, 그리고 사랑의 탯줄이 좀 더 버텨주시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큰 사랑으로 자식들을 감싸 주셨던 어머니가 곁에 계시기를 기원하는 마음이다.


과자 부스러기를 던져주니 얼른 어미가 달려와 물고 간다. 새끼들이 잘 못 먹을까 걱정하는 모양새가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심성과 얼마나 닮아있는지. 비록 하찮은 동물이지만 새끼들을 향한 지고지순한 사랑을 본다.


마더스데이에 어머니에 보여드릴 새 하트를 준비해야겠다. 이번에는 지금까지 그렸던 것보다 더 큰 하트를 그릴 수 있는 큰 종이를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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