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생로병사의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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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10월 15일
- 2분 분량
[뉴욕 중앙일보]발행 2020/10/15 윤봉춘 / 수필가

어려운 수학 문제는 공식에 대입하면 간단히 풀린다. 살다 보면 절망할 때도 잦고, 또는 이 기쁨이 꿈이냐? 생시냐? 하고 환희에 들떠 있는 날도 있다. 한평생 인생사를 생로병사라는 공식에 대입하여 보면 모든 인간은 누구나 엄마의 뱃속에서 탯줄을 달고 태어나서 한 많은 이 세상을 살다가 육신이 노쇠하여 떠날 때는 주검이라는 너울을 쓰고 영혼이 빠져나가면 생명이 없는 육신은 살아남은 자의 슬픔 속에 저승길로 간다. 몸이 아프면 신음하고 마음이 기쁘면 희희낙락하며 살다가 인생 말년에는 병들어 생을 마감하는 공통분모 위에 빈자나 부자, 왕후나 장상, 귀천을 가리지 않고 생로병사의 공식에 어긋나는 인생은 없다. 시골 농촌집에서 우릿간에 돼지를 기른 적이 있다. 보통 암놈 돼지 한 마리가 열 두세 마리를 출산한다. 갓 태어난 새끼 돼지들이 줄지어 엄마 젖을 빠는 모습은 정겹고 평화스러운 모습이다. 그중 용변을 보려는 놈은 젖 먹던 어미 곁을 떠나 돼지우리 가장자리에서 일을 보고 오는 일이었다. 태어난 지 한 시간도 안 된 미물인 돼지 새끼가 훈련이나 교육받은 적도 없건만 한쪽에 가서 배설물을 처리하는 본능적 행동은 경이로운 발견이었다. 언필칭(言必稱)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은 두 살, 세 살 때까지 기저귀를 차고 성장하는데 미물인 갓 태어난 돼지 새끼의 지적 행동은 본능에서 온 것인지 모른다. ‘늙으면 어린애 된다’는 우리말 속담이 있다. 나이 들어 육신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여 기저귀를 차고 생활하는 노인들이 많으니 약국에서는 성인용도 판매하고 있다. 유아와 노인의 대칭되는 재미있는 몇 가지 현상이 있다. 엄마 품에 안겨 유모차를 타던 젖먹이가 나이 들어 노쇠하니 휠체어 신세를 진다. 기어 다니다가 걸음마를 배울 적에 ‘워커’라는 보행기를 타고 몇 발씩 걷다가 노년이 되어 걷기가 불편해지면 역시 바퀴 달린 ‘워커’를 밀고 걸어간다. 인생이 다시 유아기로 돌아가 서글픈 삶이 시작된다. ‘개똥밭에 뒹굴어도 이승이 좋다’는 삶의 원초적 애착이 함축된 우리말 속담이 있다. 인간은 극도의 공포감이 엄습할 찰나에 죽음이라는 낭떠러지에서 육신과 정신이 패닉상태에 빠질 때가 있다. 수많은 선각자가 인생의 생사문제를 과학적으로 종교적으로 철학적 사색으로 탐구하였지만, 인간은 왜 태어났는지, 왜 죽음을 맞아야 하는지, 사후 세계는 어떤 곳인지 명쾌한 해답을 주지 못한다. 기독교에서는 영생을 믿고 불가에서는 환생을 믿는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생활인들에게는 먹고, 자고, 일하고, 웃고, 걱정하며 그저 평범한 하루하루가 삶의 전부이다. 병은 의사에게 맡기고 죽고 사는 운명은 신에게 맡기라는 말씀 속에 진리가 들어있다. 신생아는 태어나자마자 울음으로 신고식을 하고 청장년기를 거쳐 노년기에 들어서 육신은 안 아픈 곳이 없어 끙끙 앓는 신음으로 병자임을 스스로 광고한다. 천수를 다하고 죽음의 문턱을 넘어서 호흡을 멈추고 영계로 떠나면 남은 유족들은 슬픔 속에 망자와 영원한 이별을 한다. 이것이 인간이면 누구나 가야 하는 생로병사의 수레바퀴 공식이 아닐까. 살아 있을 때 잘해.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8742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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