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없앤 카페 맞은편 브런치점 '북적'…"그냥 3단계라 해라"
- senior6040
- 2020년 12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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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앙일보]기사입력 2020/12/04

“서민 경제 고려해 2단계 유지한다더니, 이건 2.5단계일 때보다 상황이 심각합니다.”
서울시가 4일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화한다는 소식에 서울시에서 장사하는 소상공인들은 단단히 화가 났다. 앞으로 2주간 소규모 동네 마트와 편의점, 식당의 포장·배달 영업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상점이 오후 9시 일제히 문을 닫아야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뒤로 가장 강도 높은 방역 조치가 시작됐다.
정부는 이날 오후 9시 이후 영업을 중단해야 하는 업종 범위를 대폭 늘렸다. 원래는 음식점·카페·실내체육시설·아파트 내 헬스장 등 중점관리시설에 한했지만, 5일부터 상점·영화관·PC방·오락실·독서실·스터디카페·놀이공원·미용실·대형마트·백화점 등 일반관리시설도 영업시간이 오후 9시로 제한됐다.
"코로나19 피해서 밤에 나오는 쇼핑객은 어찌하라고"

쇼핑몰에 입점한 의류·신발·인테리어 소품 매장도 매출 감소를 피할 수 없게 됐다. 한 패션 브랜드 매장 직원은 “최근 코로나19 때문에 사람 많은 시간을 피해 오후 9~10시쯤 후다닥 쇼핑하는 고객들이 종종 있는데, 앞으로 인파가 몰리는 낮에만 쇼핑하라는 소리냐”며 불만을 제기했다. 익명을 요구한 복합쇼핑몰 관계자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개점 직후와 폐점 직전에 방문하는 고객이 지난해보다 늘어났다.
대형마트도 코로나19 확산 이후 처음으로 오후 9시에 문을 닫는다. 이마트·롯데마트 등은 영업 종료 시각을 1~2시간 앞당기면서 10% 안팎의 매출 감소를 볼 수 있다고 업계에서는 추정했다.
익명을 요구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마트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조치는 쇼핑객의 시간대별 분산을 오히려 가로막는다”며 “온라인 주문과 배송 서비스를 강화하는 식으로 소비자 불편을 줄이려고 노력하겠지만, 마트는 비대면 영업에 한계가 있어 맞벌이 부부 혹은 온라인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의 불편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연말 특수 기대하던 식당 줄폐업 위기

업종별로는 외식업체의 피해가 가장 크다. 특히 회식 장소로 많이 이용되는 대형 식당은 연말 저녁 모임이 완전히 끊기면서, 줄폐업 위기다. 영등포구 여의도동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박모(54) 사장은 “여의도에서는 이미 고급 참치 전문점이 네 곳이나 문을 닫았다”며 “연중 매출이 가장 잘 나오는 연말 특수를 기대할 수 없으니 올해 장사는 이미 끝났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박씨는 “인근에 월세와 직원 월급이 몇 달째 밀린 가게가 수두룩하다”고 덧붙였다.
수도권의 모든 카페는 지난달 24일 2단계 조치 시행 이후 처음으로 포장·배달만 허용되면서, 이미 실질적인 3단계 조치를 경험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밤 9시까지 실내 취식이 가능한 식당과 다르게 왜 카페는 손님을 받을 수 없냐며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카페는 취식 안 되는데, 브런치 카페는 된다?

마포구 연남동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33)씨는 “테이크 아웃 전문점이 아닌 개인 카페는 배달 주문이 적어 실내 취식을 금지할 경우 디저트와 먹거리 매출이 거의 전무할 수밖에 없다”며 “샌드위치 가게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은 되고, 카페에서 케이크를 먹는 것은 왜 안 되느냐”며 모호한 방역 기준에 불만을 토로했다.
정부는 자영업자 보호를 위해 방역 단계를 상향 조정하기보단, 위험 시설을 중심으로 ‘핀셋 규제’를 하겠다는 것인데, 모호한 기준이 자영업자에게 혼란만 준다는 지적이다. 김씨는 “최소한 규제가 명확하고, 이해가 간다면 수긍하겠는데, 맞은 편에 있는 브런치 가게는 버젓이 영업하는데, 카페만 의자와 테이블을 치워야 하는 상황은 억울하다”고 말했다.
소비자들도 확진자가 600여명이 넘는 상황에서 거리두기가 강화된 데 대해 어쩔 수 없다고 이해하면서도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에 사는 직장인 신모(35)씨는 “최근 저녁 약속이 모두 취소되고, 헬스장도 못 가게 되면서, 저녁에 가볍게 산책하다가 마트에 들려 장을 보는 낙이라도 있었는데, 앞으로는 생활이 더 갑갑해질 것 같다”며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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