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벽 건너편 엄마… 손 못 잡아드리는 자식들은 웁니다
- senior6040
- 2020년 5월 6일
- 2분 분량
요양원 어르신들, 코로나로 가족과 생이별 석달… 우울한 어버이날
어버이날을 닷새 앞둔 지난 3일 박모(60)씨는 어머니 김모(98)씨를 모신 울산 남구의 한 요양병원을 찾았다. 어머니가 좋아하는 물김치와 젓갈 반찬을 준비해간 박씨가 들어선 곳은 모친이 있는 병실이 아닌 1층 원무과였다. 이곳에서 박씨는 휴대폰을 켜고 모친에게 영상 통화를 걸었다. 화면 속 모친은 "어미 보러 대체 언제 오겠다는 거냐"며 아이처럼 떼를 썼다. 박씨가 "코로나 때문에 면회가 안 된다"고 설명해 봤지만 고령의 모친은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박씨는 "어버이날은 다를까 해서 병원에 면회가 가능하냐고 물었지만 고령의 환자가 많아 안 된다는 답을 들었다"며 "세상에 이런 불효가 없다"고 말했다.
6일부터 국내 코로나 방역 체계가 생활 방역으로 전환되면서 상당수 시설이 조심스럽게 정상 운영에 들어갔다. 그러나 고령 환자가 많은 요양시설은 특별 관리 대상으로 당분간 면회 금지가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 코로나 확진자 중 사망자 비율을 나타내는 치명률은 60대 2.66%, 70대 10.85%, 80세 이상 25%로 고령일수록 가파르게 높아진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6일 "어버이날을 맞아 가족 간 정을 나누는 게 정말 필요한 시기지만, 방역 당국 입장에서는 어르신들의 안전을 먼저 걱정할 수밖에 없다"며 방문 자제를 요청했다.

일러스트=박상훈
생이별이 석 달 넘게 이어지는 부모·자식들은 애가 끊어진다. 부산의 한 요양병원에 10년째 어머니 이모(68)씨를 모시고 있는 아들 남모(35)씨는 지난 1일 무작정 병원을 찾아갔다. 남씨는 병원 측에 "저는 건물 밖에 있을 테니 엄마가 창 너머로 저를 보고 손만 흔들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병원은 "한 명 허용하면 너도나도 찾아올 것"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남씨는 "아쉬운 마음에 정신 나간 사람처럼 건물을 향해 손을 흔들었는데 그렇게 눈물이 나더라"고 했다. 안타까움을 호소하는 글은 인터넷 카페에도 잇따르고 있다. 한 맘카페에는 "뇌경색을 앓고 계신 아버지가 2주 내내 같은 양말을 신고 있다는 간병인의 전화를 받았다"며 "갖다 드린 기저귀마저 다 썼다고 하는데 마음이 너무나 아프다"고 했다. 뇌질환 환자 가족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지난 2일 경기도 성남시 한 요양병원에서 아버지 임종을 못 지켰다는 사연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병원에서 마음의 준비를 하라면서도 면회는 안 된다고 하더라"며 "결국 임종을 못 지켰는데 입관할 때 눈물밖에 나오지 않았다"고 썼다. 어버이날을 앞두고 요양 시설에서는 궁여지책을 내놓고 있다. 대전 보훈요양원은 '통유리 상봉' 아이디어를 냈다. 1층 회의실과 로비 등 통유리 창문이 있는 곳곳에 '안심 면회존'을 설치하고 창을 통해서나마 서로 얼굴을 볼 수 있게 했다. 6일 오후 이곳에서 구순의 어머니를 만난 양기훈(55)씨는 "오랜만에 뵀는데 건강해 보여서 마음이 놓인다"며 "술빵을 드시고 싶다고 해 넣어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총 20팀이 창 너머로 가족 상봉을 했다. 울산 울주군 이손요양병원은 병원 야외에 비닐 천막 6개동을 지었다. 가족들은 병원 내부로는 들어가지 못하고 투명 천막 사이로 만날 수 있다. 이날 이곳에서 아버지를 만난 주성환씨는 "3개월 만에 아버지 얼굴을 봤다"며 "손은 못 잡아드렸지만 얼굴이라도 뵈니까 한결 안심이 된다"고 했다. 어버이날 행사를 동영상으로 찍어서 공유해주는 곳도 있다. 나윤채 경기도 고양시 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장은 "올해는 시설 내부에서 간단하게 행사를 치르고 동영상을 가족들과 공유하겠다는 곳이 많다"며 "어서 코로나가 종식돼 자유롭게 면회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모두가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5/07/2020050700062.html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