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 코로나, 덮친 폭염…쪽방촌·방역 일선 겹재앙 닥친다
- senior6040
- 2020년 7월 4일
- 4분 분량
[중앙선데이]입력 2020.07.04
폭염과 방역 사이

서울 성동구청 직원이 지난달 16일 오후 마장동의 한 어르신 댁을 방문해 냉방 용품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역 인근 쪽방촌에서 살고 있는 40대 중반 A씨. 젊은 시절 일하다 사고를 당해 몸이 불편한 그는 기초생활수급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 무료급식소 몇 군데를 돌아가며 이용해 왔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로는 이마저도 어려워졌다. 코로나 감염에 대한 우려로 급식소들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 사태 때문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은 가기가 꺼려진다. 하지만 날이 더워지면 A씨는 찜통 같은 방에서 나와 거리로 나선다. 얼음팩이 후원물품으로 지급되지만 다가올 여름 무더위를 어떻게 견뎌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무더위 취약계층 이중고 올 폭염, 평년보다 2배 넘을 전망 무더위 쉼터 부족해 열사병 위험 온열질환, 코로나로 의심 받을 수도 동네 병원선 열 나는 환자 기피 코로나와 ‘분리 진료’ 체계 필요
코로나19 발생 이후 맞는 첫 여름은 사회적 취약계층에 더욱 혹독한 계절을 예고하고 있다. 이들은 폭염에 더 쉽게 노출돼 온열질환에 걸릴 위험도 그만큼 크다. 온열질환은 뜨거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될 때 발생하는 급성질환으로 열사병과 열탈진(일사병)이 대표적이다. 방치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어 빠르게 열을 내리기 위한 처치가 필요하다. 특히 고령자는 온도에 대한 신체 적응 능력이 낮고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 폭염으로 인한 피해가 더욱 크다. 야외에서 일하거나 생활해야 하는 일용직 노동자와 노숙인, 주거환경이 열악한 쪽방촌 거주민과 독거노인 등도 온열질환 위험군이다.
중증응급진료센터 57곳 한시적 운영
기상청은 우리나라의 올여름 낮 최고기온 평균치가 평년(23.6℃)보다 0.5~1.5℃ 높고, 폭염일수도 20~25일로 평년(9.8일)의 2배가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더웠다는 2018년 폭염일수는 31.4일이었다. 같은 해 질병관리본부(질본)가 집계한 온열질환자는 4526명에 달했는데, 통계에 잡히지 않은 환자는 그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게 대부분 전문가의 의견이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더욱이 올해는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쳤다. 전국의 무더위 쉼터 상당수는 문을 닫았거나 감염 예방을 위해 축소 운영되고 있어 폭염 취약계층을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무료급식 활동을 하는 비영리단체 ‘바하밥집’의 이용찬 운영지원실장은 “더위를 피할 길이 없는 이들은 관공서나 은행, 지하철역 등에서 잠깐이나마 쉬다 오는 것 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고 전했다. 바하밥집은 그동안 직접 조리한 국과 반찬, 밥을 주 3회 배식했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배식을 주2회로 줄이고 김밥·주먹밥 등 포장된 음식을 나눠주고 있다. 음식을 받으러 오는 이들은 대부분 쪽방촌 사람들이나 독거노인, 노숙인 등이다.
온열질환에 걸려도 제대로 치료를 받기가 힘들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서울시가 노숙인과 주거 취약계층을 위해 운영하는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는 서울역에 희망지원센터와 진료소를 열고 있다. 더위에 지친 이들이 이곳을 찾아오면 먼저 체온 측정부터 한다. 정상 체온인 경우 희망지원센터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고, 발열 증상이 있으면 진료소 내 별도 보호 공간에 머물며 코로나 검사를 받는다. 현재 격리 공간이 한 군데뿐이어서 만약 코로나 의심 환자가 2명 이상일 경우 수용이 어렵다.
진료소를 찾은 환자의 증세가 위급한 경우 응급실로 이송한다. 박상병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현장지원팀장은 “센터와 연계돼 무료 진료를 제공하는 국립·시립 병원이 예전에는 5곳이었는데 그중 3곳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돼, 코로나 환자가 아닌 경우 연계해줄 수 있는 병원이 2곳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센터가 선제적으로 나서서 얼음찜질팩과 얼음물 등을 나눠주는 등 온열질환 예방 활동을 펼치고 있어 아직은 심각한 증상을 보이는 사례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온열질환자와 같이 발열 증상이 있는 환자의 경우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점도 난제다. 문성우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은 “발열은 여러 질환에 동반되는 증상이어서 반드시 코로나 진단 검사가 필요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많은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고 증상이 모호한 경우도 많아 발열이 있으면 되도록 다 검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문 센터장은 “그렇다고 해서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처치를 미루는 건 아니다. 온열질환의 경우 임상적 판단으로 수액 처치나 체온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병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문제는 일반 병원에서 발열 환자를 아예 받지 않으려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진료했던 환자가 나중에 코로나19 확진자로 판명되면 병원 폐쇄와 의료진 자가격리 등 조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책도 미비한 상태다. 박홍준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방역 대책을 갖춘 병원들이 환자를 적극 치료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그동안 쌓인 임상 자료를 활용해 일선 의료기관들이 안전하게 환자를 진료할 수 있도록 현실에 맞는 진료 지침을 만들어주면 좋겠다. 일반 발열 환자와 코로나 환자를 구분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증의 발열 환자들까지 3차 의료기관에 몰리게 되면 정작 코로나19 중증 환자들을 치료할 병상이 부족한 사태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온열질환뿐 아니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코로나 유사증상 응급질환에 대한 근본적인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장 올가을 환절기가 되면서 감기 환자가 늘면 이와 비슷한 문제가 반복될 수 있어서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코로나19 증상이 워낙 비특이적이라는 특성이 있어 감별 진단이 쉽지 않다”면서 “코로나 의심 환자들을 안정적으로 진료할 수 있는 시설과 체계를 갖춘 ‘감염병센터’를 지정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비(非)코로나 응급환자와 코로나 의심 환자가 진료받는 구역을 물리적으로 나누고, 센터 내에 관찰병상·처치실·격리실 등을 따로 둬서 환자들이 섞이지 않고 안전하게 진료받는 시스템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코로나에 감염될까 봐 병원에 가지 못하던 환자들도 안심하고 진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1시간 이내 신속 진단 키트 개발 시급
정부는 이와 비슷한 구상을 시험 중에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중증 코로나19 환자를 위한 ‘중증응급진료센터’를 한시적으로 운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중증응급진료센터는 응급실에 온 환자를 코로나19 의심 증상 여부에 따라 나누고 각각 다른 장소에서 진료한다. 의심 증상이 있는 환자라도 위급 상황 시 격리된 구역에서 응급처치를 받을 수 있다. 현재 전국에 57개가 운영 중이다. 문성우 센터장도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는 현실에서 의료체계 자체를 재편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문 센터장은 “코로나는 이제 변수가 아닌 상수라고 보고, 중장기적으로 튼튼한 응급의료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현숙 서울대 생명공학부 교수는 신속 진단 키트의 개발 및 도입을 제안했다. 진단의 정확도는 70~80%로 낮추더라도 진단에 걸리는 시간을 1시간 이내로 줄일 수 있다면 적용해볼 만하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그동안의 데이터를 분석해본 결과 무증상 감염자의 비율이 적어도 40%는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신속 진단이 가능해지면 무증상 감염자를 효율적으로 가려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혜 기자 choi.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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