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냄새가 난다, 냄새가… 코로나 시대, 구취의 역습
- senior6040
- 2020년 6월 12일
- 2분 분량
조선일보 박돈규 기자 입력 2020.06.13
013명 중 68%가 입냄새 경험
구강청결제·사탕 등 판매 급증
냄새가 난다.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에서 포착한 반지하나 가난의 냄새는 아니다. 친여(親與) 방송인 김어준씨가 음모론으로 던진 공작(工作)의 냄새도 아니다. 이 악취는 훨씬 더 보편적이고 실체가 뚜렷하다. 코로나 사태로 외출할 때마다 마스크를 쓰고 생활한 지 4개월이 넘었다. 그렇다. 이 불쾌한 냄새는 구취(口臭). 마스크로 입을 가렸다가 내부에서 역습을 당한 셈이다. "몰랐던 내 구취를 맡게 돼 괴롭다"는 사람이 주변에 많다. 양치질을 빈틈없이 해도 입냄새는 이내 돌아온다. 코로나 시대의 부산물처럼 떠나질 않는다.

"마스크 속 입냄새를 '직빵'으로 맡다 보니 얼큰하게 취하네요. 벗을 수도 없고 미칠 노릇이에요. 안 되겠다 싶어 효과가 좋다는 치약을 바로 구매했어요."
인터넷에 최근 올라온 체험담이다. 직장인 윤모(여·42)씨는 "양치도 꼼꼼히 하고 서너 시간마다 구강청결제를 사용하는데 임시로 땜질한다는 느낌이지 해결이 안 된다"며 "입안에 넣는 캡슐형 향수도 섭취하고 있다"고 했다. 물론 근본적인 해법일 수는 없다.
'아무튼, 주말'은 SM C&C 플랫폼 '틸리언 프로'(Tillion Pro)'에 의뢰해 지난 9일 성인 2013명(여성 1007명)을 설문조사했다. 응답자 중 1365명(68%)은 '코로나 사태로 마스크를 쓴 후 입냄새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여성이 661명, 남성이 704명이었다. 구취는 대체 어떤 수준일까. '매우 심하다'가 4%, '심한 편이다'가 30%. 합치면 34%였다. 세 명 중 한 명은 입냄새로 꽤 고통받고 있는 셈이다. 구취를 체감한다는 응답은 남성이 여성보다 다소 많았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입냄새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이 문항은 복수 응답이 가능했다. '자주 양치한다'가 59%로 으뜸이었다. '구강청결제를 사용한다'(30%) '껌이나 사탕을 쓴다'(22%) '냄새나는 음식을 기피한다'(13%) '치과 치료를 받는다'(11%)…. 구강청결제를 사용한다는 응답은 남성에게서, 냄새나는 음식을 피한다는 응답은 여성에게서 더 높았다. 커피·마늘·생선·달걀·양파 등이 냄새 유발 음식으로 꼽힌다.
입냄새가 일으킨 파도는 전국 편의점에도 밀려온다. 이마트24에 따르면 지난 5월 한 달 동안 상품별 매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 사탕이 29%, 구강청결제가 25%, 껌은 20% 더 높았다. 이마트24 이해성 바이어는 "코로나로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면서 구강청결제·치실·치간칫솔 같은 구강 관리 상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입냄새는 늘 그곳에 있었을까, 아니면 마스크를 쓰고 나서야 우리가 알게 된 것일까. 서울성모병원 치주과 고영경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코로 숨쉬기가 불편해 입으로 숨을 쉬게 된다. 그럼 침이 마르고 입안이 건조해지면서 냄새가 나기 쉬운 환경이 된다. 구취가 더 심해지는 것이다."
입냄새의 주범은 입속 세균이다. 세균이 단백질을 분해하면서 휘발성 황화합물을 만들어낸다. 전문가들은 "구취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십중팔구는 구강 질환(치주염) 탓"이라며 "그게 아니라면 냄새에 따라 다른 질환의 신호일 수도 있다. 시큼한 과일향이 난다면 당뇨병, 암모니아 냄새가 난다면 콩팥 질환, 달걀 썩는 냄새가 난다면 간 질환, 음식 썩는 냄새가 난다면 역류성 식도염, 갑작스러운 입냄새라면 이비인후과 질환을 의심할 만하다"고 설명한다.
코로나 사태 이후 치과 환자는 줄어들었다. 너나없이 마스크로 입을 가리는데 치과에서는 "입 좀 벌리세요" 요구를 받으니 두렵다는 사람이 많다. 고영경 교수는 "그런데도 심하다면 치과부터 가야 한다"며 "최근에는 대인 관계를 피하는 '구취 공포증' 환자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릇된 치아 관리가 입냄새의 원인이지만 사탕이나 케이크 같은 단것을 너무 많이 먹거나 저(低)탄수화물 다이어트를 하는 게 구취를 만들 수 있다고 미국 CNN이 최근 보도했다. 입속 세균들에게 설탕은 '환호의 합창'이 나오는 수퍼푸드다.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는 몸이 지방을 태우게 해 '케톤'이라는 폐기물을 입김으로 내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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