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사설] 초(超)불확실성 시대에 길을 묻다
- senior6040
- 2021년 1월 4일
- 3분 분량
<미주한국일보>2021-01-04 (월)

2021년 신축년(辛丑年) 새해가 밝았다. 신축년의 신(辛)은 흰색을, 축(丑)은 소를 의미하니 올해는 흰 소의 해다. 소는 정직하고 인내력이 강하며 부지런함의 상징이다. 특히 흰 소는 전통적으로 신성한 기운을 갖고 있다고 전해진다. 새해를 맞은 한인사회가 흰 소의 신성한 기운을 받아 코로나19 시대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마음의 평화와 경제적 번영을 기대해본다. ■초불확실성 시대의 도래 2021년은 초불확실성의 시대다. 1977년 존 갈브레이스의 ‘불확실성 시대’ 에 이어 지난 2017년 베리 아이켄그린 교수가 선언한 ‘초불확실성 시대’(Age of Hyper-Uncertanity)가 현실로 다가왔다. 초불확실성은 예측조차 할 수 없는 불확실성을 말한다. 바로 사람에게 가장 두려음을 주는 가늠할 수 없는 미래다. 초불확실성의 첫 요인은 코로나19의 행로다. 우리는 지금 코로나19 소용돌이의 최중심에 놓여있다. 불과 10개월여 만에 170만여 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고 8,000만여 명이 고통을 받고 있다. 업소들의 영업은 중단되고 종업원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도시가 봉쇄되고 국가간 이동이 중단됐으며 공장이 폐쇄됐다. 100년된 기업에서부터 신생기업들까지 줄줄이 도산하고 있으며 소비와 기업의 생산이 중단되거나 축소돼 경제의 축이 붕괴될 위기에 직면했다. 경제학자들은 1930년대 대공황이후 최악의 경제위기의 도래를 점치고 있다. 이에 더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피즘(Trumpism)과 브렉시트(Brexit)로 나타난 글로벌 보호주의는 국가간, 사회간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이같은 양극화는 최근 4차 산업혁명의 물결과 함께 ‘노동자 없는 공장’ ‘고용 없는 성장’으로 이어져 1:99라는 자본의 초양극화 현상으로 나타났다. 초양극화 현상은 원리와 제도, 체제와 구조가 상호 충돌해 사회를 파멸시키는 위험사회(Risk Society)로 내몰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파장이 상상을 초월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불확실성은 4차 산업혁명이다. 인공지능(AI), 빅 데이터, 로봇공학,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유전공학 등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이 2021년을 기해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일상생활에서부터 경제, 산업, 사회, 문화의 기반이 송두리째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기계공학분야에서만 기능했던 로봇이 인문·사회·의학 등 전 분야에서 일자리를 침범하고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4차산업의 미래를 쉽게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초불확실성 시대에 나아갈 길 이 시대에 우리의 갈 길은 무엇인가. 초불확실성 시대를 맞아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는 달라진다. 다시 번영의 길로 들어서느냐 아니면 낭떠러지로 떨어지느냐의 갈림길에 놓여있다. 첫 번째는 변화의 길이다. 변화는 사회와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맞고 마스크를 쓰고 비대면과 비접촉의 ‘뉴노멀 시대’에 적응해야 한다. 무모하게 전염병과 맞서서는 안 되고, 기업은 도도히 흐르는 산업혁명의 물결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 고용과 투자를 통해 4차 산업혁명에 동참해야 한다. 변화하는 사람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찰스 다윈은 “가장 강한 자가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는 자가 살아남는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둘째는 진실 추구의 길이다. 한치 앞을 예측하기 쉽지 않은 초불확실성 시대에 명심해야 할 길은 오로지 진실에 기대어 중심을 잡고 나아가는 것만이 길을 잃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방법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최근 각종 소셜미디어의 발달과 함께 가짜뉴스와 이에 기댄 선동이 판을 치고, 진실과 거짓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다. ‘대안 사실’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개념까지 마치 새로운 시대원리인양 제시되며 우리를 현혹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거짓 정보의 늪에 빠지게 되면 거짓이 사실로 둔갑돼 도덕과 질서가 무너지고 사회가 혼란해진다. 그것은 공멸(共滅)의 길로 이어진다. 혼돈의 시대에 우리를 승리로 이끌어주는 유일한 길은 그야말로 ‘진실’뿐이다. 셋째는 단결의 길이다. 단결은 한 마음 한 뜻을 가지고 함께 행동하고 협동하는 일이다. 지금 미주 한인사회에 꼭 필요한 길이다. 돌이켜보면 한인 이민 118년 역사는 한 순간도 마음 편할 날 없었던 간난(艱難)과 신고(辛苦)의 치열한 여정이었다. 이방인이라는 멸시와 천대도 받았고, 피와 땀으로 일구었던 한인 경제의 버팀목들이 4.29 폭동으로 한 순간에 잿더미로 변하는 아픔도 겪었다. 그러나 우리는 좌절하지 않고 또 일어섰다. 그같은 재기와 재도약의 바탕에는 바로 서로 하나되어 힘을 합치는 단결과 결집의 힘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를 통해 한인사회는 한인 LA 시의원들을 배출했고, 4명의 연방하원의원을 탄생시켰으며, 미 주류사회가 인정하는 한인사회로 성장했다. 이는 한인사회가 단결의 저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러나 한인사회에서도 최근 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 등으로 나뉘는 극단적 분열과 양극화의 바람이 일각에서 나타나고 있다. 아직 그 강도의 크기는 미약하나 이민사회에서 결코 불어서는 안 될 위험한 바람이다. 이같은 바람이 심화되면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을 적으로 간주하고 자신만 살겠다고 발버둥 치다 결국은 둘 다 공멸하는 ‘공명지조(共命之鳥)’의 우를 범하게 된다. 도산 안창호 선생도 ‘세상의 모든 일은 힘의 산물이다. 힘이 적으면 적게 이루고 힘이 크면 크게 이룬다. 만일 힘이 없으면 이룰 일은 하나도 없다. 그 힘은 바로 인격과 단결의 훈련에서 나온다’며 단결을 강조했다. 이제 새로운 해 신축년을 맞았다. 위축되고 암울했던 2020년을 뒤로 하고 코로나 팬데믹을 함께 극복하며 새로운 도약을 이룰 때다. 변화와 진실추구, 단결의 길이야말로 초불확실성의 시대에 우리가 더 나은 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해 명심해야할 영원불멸의 생존전략임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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