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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은퇴생활 42]-즐길 수 없으면 피하라?

  • 작성자 사진: senior6040
    senior6040
  • 2020년 4월 27일
  • 3분 분량

신재훈 슬기로운 은퇴생활연구소장|승인2020.04.28


[논객칼럼=신재훈]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은 평소에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주변의 힘들어 하는 친구나 동료, 후배들을 위로하며 해주던 말도 이 말이었을 것이다. 어떤 선배는 힘들어 하는 나에게 “知者 不如好者, 好者 不如樂者(지자 불여호자, 호자 불여락자)” “아는 사람보다 좋아하는 사람이 낫고, 좋아하는 사람보다 즐기는 사람이 낫다”라는 공자의 말을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열심히 하는 사람 못 당하고, 아무리 열심히 하는 사람도 즐기는 사람 못당한다”라는 말로 각색해서 조언하곤 했다. 어차피 할 거라면 투덜대지 말고 그냥 기꺼이 하라는 의미에서부터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의미까지 상황과 문맥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제목이나 부제가 들어간 책들만 수십 권에 이른다. 어지간히 유행하기는 한 모양이다. 이 말은 미국의 심장 전문의 로버트 엘리엇(Robert S. Eliet)의 저서 <스트레스에서 건강으로: 마음의 짐을 덜고 건강한 삶을 사는 법>에 나온 명언으로, 매사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삶의 고통을 줄이고, 적극적으로 살라는 인생 처방전이다.불가피한 경우, 즉 피할 수 없거나 피했을 때 치명적인 결과가 예상된다면, 그래서 싫든 좋든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즐거운 마음으로 기꺼이 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도 좋다는 얘기다.특히 사서 고생하는 것 조차도 가치있다고 여겨지는 젊은 시절이라면, 성공이건 실패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정면으로 부딪혀 보는 것은 바람직한 자세로서 권장되었다. 그러나 이 말이 은퇴인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을까? 그 말을 적용할 곳과 적용하지 말아야 할 곳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은퇴인들에게 피할 수 없는 불가피한 것이란 건강과 생존에 관한 일 외에는 별로 없다. 손자병법의 마지막 책략인 36계가 줄행랑, 즉 피하는 것이라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 전략적 판단에 의한 작전상 후퇴(피하는 것)는 오히려 더 미래지향적이고 효과적일 수 있다. 전쟁에 있어 패배가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또한 아무리 선방해도 아군의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면으로 적과 싸우는 것은 치명적일 뿐만 아니라 어리석기까지 하다.맞서 싸우기 보다는 잠시 피해서 전열을 정비하고 유리한 다음 기회를 노리는 것이 더 현명하다.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다. 특히 은퇴 후의 인생은 더 그렇다. 그래서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라는 말 대신 “즐길 수 없으면 피하라”라는 말을 따르는 것이 우리를 더 행복하게, 최소한 스트레스를 덜 받게 해줄 수 있다. “즐길 수 없으면 피하라”에서 “즐긴다”는 의미는 말 그대로 즐겁게 행한다는 행동 차원뿐만 아니라, 어떤 상황이나 사람에 의해 발생하는 감정 차원의 느낌까지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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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베이

가령 동창 모임을 예로 들어보자. 모임에 나가면 꼴 보기 싫은 동창, 잘난 척 하는 동창도 봐야 한다. 또한 괜히 서로 비교하게 되고, 학교 다닐 땐 나보다 못했지만 크게 성공하거나, 남편 잘 만나 성형에 보톡스에 동창들보다 10살은 어려 보이고, 온몸을 명품으로 치장하고 나온 동창을 보며 부러움, 질투, 열등감을 느끼기도 한다. 기분 좋은 감정 대신 열등감, 분노, 스트레스 같은 나쁜 감정들만 잔뜩 쌓일 뿐이다. 이러한 감정들은 우리를 즐겁지 않게 만들 뿐만 아니라 즐길 수도 없는,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는 것이 훨씬 좋은, 우리의 행복을 좀먹는 감정들인 것이다. 그런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모임은 나가지 않는 것이 나의 정신건강을 위해 더 좋다. 내가 즐길 수 없고, 즐겁지 않은 그런 자리는 피하는 것이 상책인 것이다. 이는 비단 모임에만 해당 되는 것이 아니다. 사람에도 해당된다. 아이러니 하게도 우리를 즐겁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도 사람이고, 기분 나쁘고 스트레스 받게 만드는 것도 사람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받는 스트레스의 상당 부분도 사실 사람에 의한 것이다. 은퇴 후에는 사람, 모임, 활동 등을 “나에게 즐거움을 주는(최소한 기분 나쁘지 않고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것인가” 라는 기준으로 다시 평가하고, 평가결과를 바탕으로 취사선택할 필요가 있다. 은퇴인들의 특권 중 하나는 많은 것을 내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한다. 이러한 특권은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유효하다. 비록 내 마음대로 대상을 선택하고, 언제든 내가 원하면 만날 수 있는 그런 종류의 특권은 아니지만, 어쩌면 더 필요하고 유용한 특권인 “내가 원치 않으면 만나지 않을 수 있는, 다시 말해 피할 수 있는 특권”인 것이다. 내가 서울을 떠나 부산에서 은퇴생활을 하는 것도 어찌 보면 이러한 특권을 누리기 위한 것이다. 서울은 내가 경제활동을 하는 동안 살았던 곳이다. 모든 장소, 활동, 인간관계가 대부분 경제활동과 연관되어 있다 보니 은퇴 후에도 은퇴 전 경제활동 기간의 잔상이 어른거려 나를 불편하게 만들곤 했다. 한마디로 서울은 더 이상 내가 마음 편하게 온전히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즐길 수 없는 서울을 피해 새로운 마음으로 여행객처럼 즐길 수 있는 부산으로 떠나온 것이다. 부산에서는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장소, 활동, 인간관계가 거의 없다. 은퇴 후 즐겁고 행복하게 생활하고 싶다면 나처럼 이러한 “피할 수 있는 특권”을 잘 활용하여 즐겁지 않거나 즐길 수 없는 생활 환경을 피해보는 것도 꽤나 유용한 방법일 수 있다. “즐길 수 없으면 피하라”는 말은 우리 은퇴인들에게 즐겁고 행복한 은퇴생활을 위한 매우 유용한 실천지침이 될 수 있다. 코로나19로 집에만 있어 몸이 근질근질한 요즘 “즐길 수 없으면 피하라”라는 말은 더 유용할지도 모른다. 실내건 실외건 바깥활동을 함에 있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기가 조금이라도 찝찝하다면, 그래서 그 활동을 즐겁게 온전히 즐길 수 없다면, 과감히 피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그 문제에 대한 나의 기준은 이렇다. 외부활동으로 인한 즐거움이 걱정보다 크면 즐기고, 걱정이 즐거움보다 더 크면 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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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훈

BMA전략컨설팅 대표(중소기업 컨설팅 및 자문) 전 벨컴(종근당계열 광고회사)본부장 전 블랙야크 마케팅 총괄임원(CMO)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신재훈 슬기로운 은퇴생활연구소장 news34567@nonga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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