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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상속세, 공제 깐깐” 내도 망하고 안내도 망할 中企

  • 작성자 사진: senior6040
    senior6040
  • 2020년 11월 12일
  • 4분 분량

[중앙일보]입력 2020.11.12 최선욱 기자


사진 Pixabay

아버지 고(故) 이종익 대표가 1987년 창업한 식품회사 삼익유가공을 5년 전 물려받은 2세 기업인 이봄이(39) 대표. 그는 취임 뒤 각종 비용 부담을 감수하고 공장 가동률을 높였다. 의욕적으로 사업을 키워 보겠다는 의지였다. 아버지한테 물려받은 회사에서 편하게 대표 직함만 유지한다는 편견을 극복하겠다는 뜻도 있었다. 납품하는 고객사들의 신뢰가 커지면서 회사 매출은 물려받을 당시의 198억원에서 지난해 249억원으로 늘었다. 편견에 발목 잡힌 중기 상속·승계

하지만 그의 머릿속엔 상속세에 대한 고민이 떠나질 않는다. 물려받을 당시 이 회사의 자산 가치는 156억이었다. 선대부터 30년 이상 운영한 회사여서 회사 가치의 최대 50%를 상속세로 내는 일은 면했지만, 매년 상속세 공제 조건을 맞추기가 만만치 않다. 이 대표는 “중소기업은 업황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며 “퇴사자가 생기더라도 회사 사정이 다시 좋아질 때 뽑으면 좋겠는데, 경영 환경과 상관없이 임직원 수를 의무적으로 매년, 그것도 10년간 유지해야 하니 회사 운영이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올해 코로나19로 전반적인 회사 여건이 힘들어진 상태에서도 예외는 없다. 한해라도 채우지 못하면 공제받은 상속세를 토해내야 한다.


이봄이 삼익유가공 대표. 사진 삼익유가공


중소기업들 사이에서 “너무 엄격한 제도”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자 정부는 10년이었던 고용유지 의무를 올해 가업을 물려받는 경우부턴 7년으로 완화했지만, 이 대표는 당연히 기존 제도의 적용을 받는다. 이 대표는 “채용을 하더라도 대기업보다 인재를 구하기 위한 노력과 시간이 더 필요한데, 그럴 여유가 없어 난감하다”고 덧붙였다. 그나마 2016년부터는 고용 직원 수 유지와 총 급여액 유지 둘 중 하나만 되면 상속세 공제 요건을 충족시키는 것으로 제도가 개선됐다. 다만 이 역시 훗날 추가 채용을 꺼리게 되는 잠재적 부담이라는 게 이 대표를 비롯한 중소기업계의 주장이다. 이 대표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가업 상속과정 경험담을 12일 중소기업중앙회 주관 토론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개인 재산 담보 맡기고 맡을 사람 있을까”  

물려받는 회사 가치의 최대 50%를 상속세로 내야 하는 국내 상속세 제도와, 이를 면제해주는 대신 엄격한 조건을 다는 가업승계 공제 제도에 대해 중소ㆍ중견기업들의 불만이 크다. 문구ㆍ사무용품 유통업체인 드림오피스의 김소희(41) 대표도 아버지(김학상 회장)가 세운 가업 상속을 준비 중인 2세대 경영인이지만 “코로나19 원격 수업 여파로 문구용품 소비가 줄어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상속세 고민까지 해야 하니 괴롭다”고 말한다. 중기중앙회 유관단체인 한국가업승계기업협의회 회장인 김 대표는 중소기업의 원활한 가업 승계를 도와 한국의 명문 장수기업들을 키운다는 꿈도 함께 꾸고 있다. 하지만 그런 그도 상속에 따른 준비를 따로 못하고 있다. 김 대표는 “하루하루 일에 치이면서 경영에 전념하느라 승계에 따른 준비를 제대로 못 하고, 막상 일이 닥쳐야 허둥지둥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중소기업 창업주 가족의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김소희 드림오피스 대표. 사진 드림오피스


가업승계공제 요건을 못 맞춰 창업주가 물려주는 재산 가치의 최대 50%(중소기업 법정 세율 기준)에 이르는 돈을 세금으로 내면, 기업 자체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것이 중소기업계의 호소다. 실제 국내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창업주가 자신이 세운 회사를 매각하기 위한 자문 의뢰가 늘고 있다”며 “상속세 부담으로 본인 사망 이후 상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회사의 존속 자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어, 경영 의지가 있는 누군가를 미리 찾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경영 의지가 있는 누군가를 찾는 일도 만만치는 않다. 김소희 대표도 “상당수 중소기업 대주주가 개인 재산을 담보로 걸고 운영하는 점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며 “자기 재산을 담보로 맡기는 위험 부담까지 안고 경영에 뛰어들 전문 경영인이 있으면 좋겠지만, 실제 경영 현장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사정이 이런데도 가업 승계가 마치 공짜로 부를 세습 받는 것처럼 비치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치즈ㆍ튀김가루 제조업체 킹스코의 왕용래(65) 회장도 “회사라고 다 삼성 같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왕 회장은 “그렇게 큰 회사는 운영 시스템이 탄탄하게 갖춰져 있어서 대주주가 바뀌어도 회사가 굴러가는 데 지장이 없을 지도 모른다”면서도 “그런데 우리 같은 중소기업은 사장이 일일이 관여하지 않으면 안 되는 구조인데, 소득 대비 노력을 고려했을 때 이런 일을 가족 아닌 사람이 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2008년 창업주 별세 뒤 유가족들이 상속세 부담 때문에 경영권을 다른 회사에 넘긴 손톱깎이 회사 쓰리세븐은 매각 이후 사세가 쪼그라든 대표적 사례다. 2003년 300억원대였던 쓰리세븐의 매출은 지난해 170억원으로 줄었다.


상속세 부담에 따른 경영권 매각 사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법무법인 태평양 가업승계팀장인 임채웅 변호사는 “자녀에게 많은 재산을 물려주겠다는 사업가의 의지가 성공의 원동력이 되고, 그것이 경제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점도 상속세 제도 개편에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너가 실무에 개입하는 수준이 대기업보다 큰 중소기업의 특성이 반영된 상속세 제도 조정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인 양향자 의원(광주 서을)도 상속세 완화론을 편다. 양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현행 상속세율은 부의 재분배 효과를 노린 것인데, 실제 재분배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지 않다”며 “편법을 조장하는 상속세가 아닌, 자랑스럽게 낼 수 있는 상속세가 되도록 개편 논의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와 전문가들은 ▶상속받은 가업 자산을 추후 처분하기 전까지는 과세 시점을 연장해주고 ▶중소기업이 대출로 상속세를 낼 수 있도록 상속 재산을 담보로 정부가 장기 저금리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하는 방안 등을 대안으로 꼽는다. "처분할 때 세금 매기는 해외 사례 참고를"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호주와 스웨덴은 상속받은 가업 자산을 추후 처분할 때 세금을 매기는데, 한국도 이를 반영한 상속세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동주 중소기업연구원 부원장은 “상속 재산을 담보로 정부가 장기 저금리 안정 자금을 지원하는 것도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어떤 유형과 규모의 기업에 대해 이런 지원을 할지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물론 반론도 있다. 오세형 경제정의실천연합 경제정책국 팀장은 “부에 의한 경제적 불평등 문제를 조금이나마 조율할 수 있는 상속세 제도는 필요하다”며 “중소기업의 가업 승계를 조건으로 한 공제 제도가 있지만 이를 더 확대하는 논의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반대한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은 존경, 제조업은 대접 못 받아” 

가업 승계 활성화를 위해선 우호적 여론도 꼴 필요하기 때문에 반기업정서 해소도 업계에선 그 과제로 꼽힌다. 이봄이 대표는 “스타트업 창업자는 우리 사회에서 존경받는데, 우리 같은 제조 기업 사장은 회사 맡겨두고 놀러 다니는 이미지가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밖에 가업 승계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상속세 개편 외에 증여 제도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중소기업 CEO의 27%가 60대 이상이라는 점 때문이다. 신상철 중소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상속이란 게 이전 경영자의 사망 뒤 이뤄지는 절차여서 당사자로서는 갑작스럽고 혼란스러울 수 있다”며“앞으로는 창업자 별세 전 승계 작업 중 하나인 증여 제도에 대해서도 개편 논의를 본격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세계 최고 상속세, 공제 깐깐” 내도 망하고 안내도 망할 中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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