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새옹지마(塞翁之馬)
- senior6040
- 2020년 11월 5일
- 2분 분량
[뉴욕 중앙일보]발행 2020/11/05 이강민 / 관세사

아직도 코로나 세력이 수그러들 줄 모르며 오히려 제2유행이 온다는 등 반가운 소식이 없는 이때 생각나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새옹지마(塞翁之馬)’입니다. 여기서 새(塞)는 변방 새이며 옹(翁)은 늙은이 옹이고, 지(之)는 접속사(영어 of), 마(馬)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이를 직역하면 변방 늙은이의 말입니다. 새옹지마에 나오는 노인의 이야기는 좀 재미있습니다.
이 노인이 살았을 때는 중국 진나라 진시황 때이고 살던 지역은 중국 북쪽 몽골과의 국경지방입니다. 이 노인은 수말 한 마리를 가지고 이 말을 부리면서 버는 돈으로 생계를 꾸려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말이 국경을 넘어 도망가 버렸습니다. 이 노인은 생계가 막막해졌을 것입니다. 더욱이 말이 국경을 넘어갔으니 가서 찾을 수도 없습니다. 이에 이를 딱하게 여긴 이웃 사람들이 와서 위로하였으나 이 노인은 별로 상심해 하지 않으며 “그것이 복이 될 줄 누가 알겠나” 하고 말할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그 말이 암말을 데리고 돌아왔습니다. 이것을 본 이웃 사람들이 이번에는 이 노인에게 축하를 해주었습니다. 그러나 이 노인은 별로 기쁜 내색 없이 그저 “그것이 화가 될 줄 누가 알겠나”라고 말할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노인은 외아들과 함께 살았는데 그 아들이 너무 좋아서 암말을 타고 다니다가 말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졌습니다. 그러니까 이번에도 이웃 사람들이 와서 위로의 말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그 노인은 그저 담담히 “그것이 복이 될 줄 누가 알겠나”하고 말할 뿐이었습니다.
그때는 진시황이 북쪽 이민족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 국력을 다 기울여 만리장성을 쌓고 있었습니다. 이 장성을 쌓기 위해 많은 백성이 무보수로 동원되었고 이 동원령을 어기면 죽임을 당하였고 동원된 사람 중 많은 사람이 성을 쌓던 중 굶주림과 추위 속에서 죽었다고 합니다. 기록에도 십만 명 이상이 죽었으며 그래서 그때 진나라에서는 만리장성 쌓는데 동원되어 가는 길은 죽으러 가는 길이라는 말이 널리 퍼져 있었다고 합니다. 이 노인의 아들이 말에서 떨어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진나라 병사들이 이 노인의 마을을 덮쳤습니다. 그리고는 일할 수 있을 만한 사람은 모두 잡아서 장성 쌓는 곳으로 끌고 갔습니다. 그 사람들이 끌려가는 길은 죽음의 길과 같았습니다.
그러나 진나라 병사들은 이 노인의 아들은 잡아가지 않았습니다. 다리가 부러져 일어나지도 못하는 사람을 데려다가 뭐 하겠습니까? 그 후 그 아들의 다리는 다 나았고 비록 절기는 했으나 노인과 말 세 마리를 데리고 잘 살았다고 합니다.
이렇듯 흉한 일이 기쁜 일이 되고 기쁜 일이 슬픈 일로 변하는 일이 인생사에 있으므로 새옹지마는 굴곡 지는 인생사를 표현하는 사자성어가 되었습니다. 전화위복이 된 경우 또는 어떤 일에 일희일비하지 말라고 할 때도 쓰입니다.
지금 코로나로 많은 사람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성황리에 돈을 버는 곳도 있습니다. 아마존 같은 온라인 업체나 UPS나 FedEx 같은 배달 업체가 대표적입니다만, 또 이때 맞는 아이디어를 개발해서 성공한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저처럼 전화위복하는 뾰족한 지혜도 없고 튀는 아이디어도 없는 사람은 그저 변방의 노인처럼 일희일비하지 않으면서 하루하루해야 하는 일을 꾸역꾸역 해 나가는 것 외에는 없습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코로나는 물러가고 모든 사람이 마스크 없이 즐겁게 만나고 경제도 회복되는 날이 오겠지요. 그 날을 기다리며 엄친 유필의 뜻을 다시 살펴봅니다.
인간만사 새옹지마 진인사후 천명기이(人間萬事 塞翁之馬 盡人事後 天命己耳).
사람의 모든 일이 새옹지마이니 사람의 일을 다 한 후 하늘의 명령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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