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카페] 할아버지 코로나 치사율은 할머니의 2.5배
- senior6040
- 2020년 8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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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입력 2020.08.31 06:59
영국, 스페인 등 유럽 국가 조사에서 노년 남성 취약 드러나

영국에서 70세 중반 이상인 사람이 코로나에 감염되면 1000명 중 116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50~60대는 5명에 그치고 50세 미만은 0명에 가까웠다. 또 나이 든 남성은 같은 나이 여성보다 치사율이 두 배를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Pikist
스페인에서 80세 이상 남성은 코로나 치사율이 같은 나이 여성보다 2.5배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75세 이상 영국인이 코로나에 걸리면 65~74세보다 3배나 더 많이 목숨을 잃는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지난 28일(현지 시각) 스페인과 영국, 이탈리아, 스위스 제네바에서 인구 중 항체를 보유한 사람이 어느 정도인지 조사한 연구 결과를 통해 나이별, 성별 위험도를 정량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항체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결합해 무력화시키는 면역 단백질이다. 항체가 형성됐다면 코로나에 감염됐음을 알 수 있다. 영국 조사 결과를 보면 코로나 감염 환자 중 40세 이하는 1000명 중에 사망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지만, 40대에서 60대 초반까지는 5명이 목숨을 잃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네이처는 밝혔다. 70대 중반 이상이면 환자 1000명 중 116명이 사망한다고 조사됐다. 미국 다트머스대의 앤드루 레빈 교수는 “최근 통계는 60세 이상이 코로나에 감염되면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보다 50배는 더 치명적임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유럽 각국의 연령별 코로나 치사율./Nature
◇영국인 75세 이상 코로나 치사율은 65~74세의 4배 네이처는 이번 통계는 코로나 환자의 치사율(IFR)을 처음으로 구체적인 조사들을 통해 추산한 결과라고 밝혔다. IFR은 아직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지 않았거나 증상이 없는 사람까지 포함해 전체 감염자 중 얼마나 많이 사망할지 예측한 수치다. 이번에 나이별, 성별로 코로나 환자의 치사율 차이가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확인돼 앞으로 방역과 치료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의 헬렌 워드 교수 연구진은 지난 21일 논문 사전 출판사이트인 메드아카이브(medRxiv)에 “지난 6~7월 10만9000여명을 조사했더니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보유한 사람이 6%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를 근거로 영국인의 코로나 치사율이 0.9%라고 추산했다. 감염 환자 1000명당 9명이 사망한다는 의미다. 나이별로 보면 15~44세는 치사율이 0%에 가까웠다. 반면 65~74세는 3.1%, 그 이상 나이는 11.6%로 급상승했다. 다른 나라도 사정은 비슷했다. 스페인 카를로스 3세 보건연구소 과학자들이 6만1000여명을 조사한 결과에서 코로나 치사율이 영국과 비슷한 0.8%로 나왔다. 역시 50세 미만은 0%에 가까웠지만 80세 이상 남성은 11.6%로 급상승했다. 하지만 같은 나이 여성의 코로나 치사율은 4.6%에 그쳤다. 이번 결과 역시 아직 동료 평가를 통해 정식 논문으로 출판되지는 않았고, 지난 7일 메드아카이브에 우선 발표됐다.

스페인의 연령병, 성별 코로나 치사율./Nature
◇흑인, 동남아인 코로나 사망·입원자 많아 영국 연구진은 인종별로 사망 위험과 입원 가능성도 조사했다. 그 결과 영국에서 흑인과 동남아시아인이 더 많이 코로나로 사망하거나 입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헬렌 워드 교수는 “흑인과 동남아시아인이 백인보다 더 많이 코로나에 감염되지만 그렇다고 더 많이 죽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감염자가 많다 보니 사망자와 입원 환자가 많다는 의미다. 국가별 코로나 치사율 차이도 나타났다. 지난달 국제 학술지 ‘랜싯 감염병’에 실린 논문을 보면 스위스 제네바의 65세 이상 코로나 감염자의 치사율은 5.6%였다. 반면 지난 26일 프랑스 파스퇴르 연구소가 메드아카이브에 발표한 조사결과로는 스페인의 80세 이상 치사율은 그보다 높은 7.2%였다. 영국은 75세 이상 치사율이 11.6%나 됐다. 미국 존스 홉킨스 블룸버그 보건대의 앤드루 아즈만 교수는 “노인들이 당뇨병이나 비만, 심장질환을 이미 앓는 비율이 높은 나라는 코로나 치사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반대로 아직 병원에 여유가 있는 나라는 코로나 환자의 생존율이 더 높다”고 밝혔다. ◇면역세포의 반응이 여성에서 더 강해 미국 프린스턴대의 제시카 메트칼프 교수는 네이처 인터뷰에서 “남녀의 면역시스템 반응 차이가 위험도가 각각 달라지는 것을 설명할 수 있다”며 “여성의 면역시스템은 남성보다 좀 더 빨리 병원체를 감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암세포(보라색)를 공격하는 T세포들(연두색). 나이 든 남성은 T세포가 약해 코로나에 걸리면 여성보다 더 증세가 심한 것으로 밝혀졌다./Science source
이는 앞서 연구 결과들이 입증한다. 미국 예일대의 아키코 이와사키 교수 연구진은 지난 26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나이 든 남성은 면역반응이 여성보다 약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더 취약하다”고 밝혔다.
이와사키 교수 연구진에 따르면 여성 코로나 감염 환자는 남성보다 T세포를 더 많이 생산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백혈구의 하나인 T세포는 항체가 결합한 바이러스를 파괴해 감염과 전이를 막는다.
이는 특히 나이 든 남성이 코로나에 취약한 것도 설명해준다. 남성이 나이가 들면 T세포 반응도 약해지기 때문이다. 반면 여성은 90세가 돼도 여전히 면역반응이 잘 나타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남성은 사이토카인 수치도 여성보다 높았다. 면역 단백질인 사이토카인 수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 장기에 치명적인 염증을 유발한다. 이른바 ‘사이토카인 폭풍’이다. 최근 코로나 환자들에게서 사이토카인 폭풍으로 목숨을 잃는 사례가 자주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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