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염 빼곤 건강한 고교생 이틀만에 사망… 국민은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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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10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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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양지호 기자 입력 2020.10.20
독감백신 맞은 18세 돌연사 파문
건강했던 18세 고등학생이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맞고 이틀 만에 숨지면서 보건 당국이 원인 조사에 나섰다. 상온이나 영하에 노출된 48만명분 백신이나 흰색 침전물이 나온 61만5000명분 백신이 아닌 데다 평소 알레르기 비염을 제외하면 기저 질환이 없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 3000만명분의 독감 백신이 접종되고 있는 상황에서 질병관리청이 고교생 사망 사실을 인지한 지 사흘이 지난 19일에야 이를 발표하면서 정보 공개의 투명성과 신속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신성약품 유통 백신 맞고 이틀 뒤 사망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해당 백신은 신성약품이 유통했지만 (적정 온도를 벗어나) 회수 대상이었던 백신은 아니고, 유통 과정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방역 당국은 아직 예방접종과 사망 사이에 직접적 연관이 있는지는 불확실하다는 입장이다.

19일 오후 한 시민이 서울 송파구의 한 병원에서 인플루엔자(독감) 무료 예방 접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사망 원인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마상혁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부검을 해봐야 확실한 사인이 나타나겠지만 백신 접종이 원인이 돼 숨졌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계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백신을 맞았을 때 아나필락시스(전신 알레르기 반응)가 나타날 수 있지만 이 같은 경우 접종 15분이 지나면 이상 반응이 나타나기 때문에 이 고교생은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바이러스가 죽은 사(死)백신을 맞고서 부작용으로 사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면서도 “예외가 늘 존재하기 때문에 확언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명확한 결론은 2차 부검 결과가 나온 이후에나 나올 수 있을 전망이다. 경찰에 따르면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1차 부검 결과 백신 접종과 사망 간 관련성은 확인되지 않아 사인은 미상”이라고 밝혔다. 의료계는 2차 부검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약 1주일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시신에서 검체를 채취해 바이러스나 세균을 배양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질병청은 “부검에 걸리는 시간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고 했다.
◇당국 사흘 뒤에야 사망 사실 알려
방역 당국은 고교생이 숨지고 사흘 뒤에야 사망 사실을 공개했다. 올겨울 국내 독감 백신 접종 물량은 약 3000만명분에 달하고 지난달 ‘상온 노출’과 이달 초 ‘흰색 침전물 백신’으로 국민의 불안이 고조된 상황에서 발표가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70세 이상 독감 무료백신 접종 시작… 길게 늘어선 줄 - 19일 서울 송파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서울강남지부에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무료 접종을 위해 온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 이날부터 만 70세 이상 고령층은 지정된 의료기관이나 보건소에서 독감 무료 접종을 맞을 수 있다. 만 62~69세는 오는 26일부터 독감 백신을 무료로 맞을 수 있다. /연합뉴스
19일부터 만 70세 이상을 대상으로 무료 접종이 시작됐고, 오는 26일부터는 무료 접종 대상이 만 62~69세로 확대된다. 그러나 이날 백신 접종 이후 사망한 사례까지 나오면서 ‘과연 백신을 맞아도 되느냐’는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서울 종로구에 사는 김희창(63)씨는 “독감 백신과 관련해 계속 사건·사고가 터지니 백신 예약 취소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또 정 청장이 “기억상 독감 백신 접종이 원인이 돼 사망한 사례가 없다”고 19일 브리핑에서 발표했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다. 질병청은 이날 밤 “국내에서 독감 백신 접종이 원인이 돼 사망한 사례는 2010년에 한 건 있었다”고 밝혔다. 2009년 10월 기저 질환이 없던 65세 여성이 독감 예방접종을 맞은 뒤 근력 저하 등 이상 반응으로 입원 치료를 받다가 약 넉 달 뒤인 2010년 2월 병원에서 흡인성 폐렴으로 숨졌다는 것이다.
또 뒤늦게 사망 사실을 공개했지만 사망자의 기저 질환 여부도 알리지 않았다가 불안감만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질병관리본부가 질병청으로 격상하면서 조직과 책임이 더 커졌는데 우왕좌왕하고 있다"며 “최근 독감 백신 관련 이슈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면서 질병청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백신 접종 이상 반응 총 353건 보고
방역 당국에 따르면 이날까지 독감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은 총 353건 보고됐다. 알레르기 반응이 99건으로 가장 많았고 주사 부위 통증 등 국소 반응 98건, 발열 79건 등이 주요 사례였다. 수거·회수 대상 백신 접종에서 이상 반응 사례 신고는 80건 들어왔다. 주된 증상은 국소 반응(32건), 발열(17건), 알레르기(12건) 등이었다. 해당 증상이 백신 접종 때문인지에 대해서는 조사가 필요하다.
엄중식 교수는 “독감 백신이 원인이 돼 사망했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정상적으로 예방접종을 하는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양지호 기자 사회부, 국제부, 문화부를 거쳤습니다. 현재는 사회정책부에서 COVID-19 관련 이슈를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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