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은 경로당…홀몸 노인들 “말벗 그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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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7월 21일
- 2분 분량
<경향신문>글·사진 최승현 기자 입력 : 2020.07.20
강원 노인들, 코로나19 여파 운영 중단에 이웃 교류 끊겨

강원 인제군 기린면 진동1리 경로당의 주차장이 19일 텅 비어 썰렁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홀몸노인들이 숙식을 함께하며 생활하는 ‘효(孝)합숙소’로 운영되던 진동1리 경로당은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2월부터 5개월째 운영이 중단되고 있다.
정담 나누던 ‘사랑방’ 못 나가
공동 숙식 ‘효합숙소’도 폐쇄
집 안에서 빙빙, 외로운 생활
“연로하신 분 아플까 걱정돼”
강원도 “맞춤형 서비스 강화”
코로나19 여파로 경로당 등에 가지 못하는 강원 지역 노인들의 사회적 고립감이 깊어지고 있다. 고령인구가 많은 지역 특성상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던 경로당이 문을 닫으면서 이웃 간 교류가 거의 끊기다시피했기 때문이다. 경로당에서 숙식을 함께하며 공동생활을 하다가 각자의 집에서 홀로 생활하는 홀몸노인들의 상실감은 더욱 크다.
지난 19일 오후 강원 인제군 기린면 진동1리 경로당. 왁자지껄한 노인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오던 평소 모습과 달리 휑한 정적만 감돌고 있었다. 굳게 닫힌 출입문에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차원에서 경로당 운영 중지 기간을 추가로 연장한다’는 내용의 안내문만 덩그러니 붙어 있었다.
이곳은 노인들이 친목을 도모하는 단순한 경로당이 아니다. 저녁시간대 이후 지역의 홀몸노인들이 공동으로 숙식을 하며 서로를 챙겨주던 ‘효(孝)합숙소’다. 하지만 지난 2월22일부터 운영 중지 결정이 내려지면서 이곳에서 생활하던 김모씨(81·진동1리2반) 등 홀몸노인 5명은 각자 집에서 지내고 있다. 매일 경로당을 찾아 이웃들과 정담을 나누며 시간을 보내던 20여명의 노인들은 무더위 속에서도 집 밖 출입을 삼간 채 외롭게 생활하고 있다.
최경오씨(76)는 “냉난방시설뿐 아니라 공동거실, 취사시설, 개인사물함까지 마련돼 있는 데다 식재료비까지 지원돼 홀몸노인들이 편안하게 공동생활을 할 수 있었는데 코로나19로 문을 닫게 돼 모두들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동1리 노인회장인 최씨는 “말벗이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 것인지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른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떨어져 집에서 홀로 생활하는 연로하신 분들이 혹 아프지나 않을까 걱정이 많다”고 했다.
지난해 말 기준 강원도 내 65세 이상 인구는 28만7000명으로 전체 인구(151만7000명)의 19%를 차지하고 있다. 고령화율은 전국에서 4번째로 높다. 강원도는 고독사 등 고령화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2014년부터 순차적으로 홍천, 영월, 정선, 양구, 인제, 고성, 철원 등 농산어촌 지역 7개 군과 협력해 22개 경로당을 리모델링해 효합숙소를 마련했다. 인제군에서도 기린면 진동1리를 비롯해 방동1리, 현6리 등 3개 경로당이 효합숙소로 운영돼왔다.
박안진 인제군 경로복지계장은 “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홀몸노인들의 안식처 역할을 해온 효합숙소뿐 아니라 88개 경로당의 문을 모두 닫았다”며 “대부분의 읍·면 노인회장들도 당분간 경로당 운영을 중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고 말했다. 강원도는 경로당 운영 차질로 인한 노인들의 고립감 해소를 위해 전화돌봄 등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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