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급휴직·명퇴 중 고르라” 다시 덮친 진퇴양난 구조조정 공포
- senior6040
- 2020년 9월 3일
- 3분 분량
롯데관광개발에 재직 중인 40대 직장인 박정민(가명)씨는 지난달 중순 6개월간 무급휴직과 희망퇴직 중 한 가지를 고르라는 통보를 회사로부터 받았다. 이 회사는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유급휴직을 실시 중인데, 더는 유급휴직은 연장하지 못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워놓았다고 한다. 희망퇴직을 선택하면 실업급여와 퇴직금을 받을 수도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관광업 자체가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은 상태여서 사실상 재취업은 어렵다는 게 박 씨의 고민이다. 6개월간 무급휴직을 선택한다 해도 퇴직 시기만 늦출 뿐 당장 탈출구는 보이지 않는 상황. 박 씨는 2일 “무급휴직을 선택하면 당장 아이 학원비도 걱정할 판이고, 그렇다고 희망퇴직을 했다간 다시는 직장생활을 하지 못하게 될 것 같아 두렵다”고 말했다.
코로나 실적 악화에 감원 칼바람 ㈜한화·호텔롯데, 희망퇴직 받아 이스타항공, 매각 위해 정리해고
코로나19로 인한 실적 악화와 산업 구조재편 바람이 맞물리면서 희망퇴직을 비롯한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생존을 이유로 실적이 부진한 사업부문 정리에 착수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한화는 현재 무역부문에서 사실상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무역부문에는 지난해 상반기 입사한 신입 직원을 포함 265명(2분기 말 기준)의 정규직 직원이 있다. ㈜한화 무역부문은 지난해 4분기 3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올 1분기에는 188억원, 2분기에는 6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미 수익성이 좋지 않은 해외사무소 중 총 6곳의 문을 닫았다. 한화 측은 “가뜩이나 상사 부문의 실적이 좋지 않았던데다 코로나19가 악재가 됐다”고 말했다.

제주항공과의 합병이 무산되면서 이스타항공 직원들의 시름이 깊다. 직원들은 올해 2월 급여의 40%만 받았고, 3월부터는 아예 임금을 받지 못했다. 텅 비어있는 이스타항공 본사 사무실의 모습. 장진영 기자
경영 위기에 빠진 이스타항공도 회사 매각을 위해선 약 1300명에 달하는 직원 중 600명 가까이 직원 수를 더 줄여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M&A) 불발된 이후 새로운 매수자를 찾기 위해서다. 대형 사모펀드와 기업 등 직ㆍ간접적으로 이스타항공에 투자 의향을 밝힌 곳들은 대개는 인력 구조조정 등 조직 슬림화를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달 마감한 희망퇴직 접수에 신청한 이는 91명에 그친다. 이스타항공은 이르면 이달 8일 정리해고 대상자 명단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호텔롯데도 실적 악화에 사실상 명퇴
호텔롯데도 지난달 이미 사실상 명예퇴직인 ‘시니어 임금제도’를 도입했다. 만 58세 이상인 직원을 대상으로 하프 임금제도(주 20시간 근무ㆍ통상임금 50% 지급)와 명예퇴직 등 선택지를 주고 이중 선택하도록 했다곤 하지만, 업계에선 이를 사실상의 구조조정으로 본다. 호텔롯데도 갈 길이 멀다. 신동빈(65) 롯데그룹 회장이 몇 차례 상장 의지를 밝힌 바 있지만, 올 상반기 지난해보다 매출은 48.2% 줄어든 1조7964억에 그치고, 영업이익 973억원 흑자에서, 올 상반기 342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구조조정을 둘러싼 노사 갈등 역시 수면 위로 떠오른다. 지난달 26일 경남지방노동위원회가 두산중공업 소속 생산직 207명이 낸 부당휴직 구제신청에 대해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준 게 대표적이다. 앞서 두산중공업은 지난 5월 사무직 111명, 생산직 357명을 대상으로 오는 12월까지 휴업을 통보한 바 있다.
임금동결 대신 고용안정 약속도

포스코는 1일 ‘2020년 임금협약 조인식’을 열고 코로나19에 따른 경영위기를 함께 극복하자는 차원에서 임금을 동결키로 합의했다. 사측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화답했다. 장인화(왼쪽) 포스코 사장과 김인철 포스코노동조합 위원장이 협약서를 들고 기념촬영하는 모습. 사진 포스코
희망퇴직이나 무급 휴직 등 겉으로 드러난 구조조정은 빙산의 일각이다. 우회적인 전환배치 등을 통해 암암리에 구조조정을 하는 기업들도 상당수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 항공사는 해외 지점에 대한 대대적인 통폐합 작업을 진행중이다. 해외 지점장들이 국내로 복귀해도 자리가 없는 상황이라 자연스럽게 구조조정 작업으로 이어질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해외 근무자들은 국내 귀국을 피해 통폐합되는 다른 해외 지점으로 가려고 치열한 눈치 싸움을 하고 있다.
구조조정 가능성에 대해 불안해하는 직원들이 늘자 조직 안정을 위해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기업도 등장했다. 포스코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바탕으로 최근 노동조합 측과 임금협상을 마무리했다. 노조는 임금 동결을 약속하고 고용 안정을 챙겼다.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이랜드 리테일도 지난달 말부터 직원들이 자율적 무급휴가를 실시하는 대신, 회사 차원의 구조조정 ‘압박’은 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이영민 숙명여대 인적자원개발학과 교수는 “하반기 고용지표도 나아질 것 같지 않은 상황에서 제조업 일자리 감소와 비경제활동인구 급증은 재난상태라 할 만큼 심각한 수준”이라며 ”정부 예산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미봉책보다는 단기적으론 구조조정 인력들을 재교육해 언택트(비대면) 산업과 같은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장기적으론 미래 고용시장과 구조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사람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수기ㆍ강기헌 기자 lee.sooki@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무급휴직·명퇴 중 고르라” 다시 덮친 진퇴양난 구조조정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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