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칼칼하면 덜컥 겁부터 난다"...일상 파고든 '상상코로나'
- senior6040
- 2020년 12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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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앙일보]기사입력 2020/12/13
“제 2020년이 사라진 기분이에요.”
서울 구로구에서 자취하는 대학생 정자형(25)씨.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올해 일정이 모두 틀어졌다고 털어놨다. 연휴엔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찾아뵙지 못했다. 대학 친구들과 계획한 연말 파티는 얼마 전 취소했다. 정씨는 “친구들과 화상 채팅으로 만나 캐럴 음악도 틀고 연말 분위기를 내보려 했지만 생동감이 떨어졌다”며 “추석에도 고향인 여수에 안 내려가고 집에만 있었는데 2020년은 사람 보고 싶어도 참아야 하는 ‘인내의 해’인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연말이라 들떠야할 분위기지만 사회 곳곳에서 한숨이 터져 나오고 있다. 올 한 해 내내 코로나 19가 모든 일상을 집어삼키면서 '글루미(gloomy·우울한) 2020' 이었다는 진단이 나온다.
①일상화한 ‘집콕 휴일’
특히 ‘집콕’ 휴일이 일상화하면서 아쉬움을 토로하는 이들이 많았다. 경기 수원시 장안구에서 직장을 다니는 최모(29)씨는 “코로나가 터진 이후 제대로 놀러 간 적이 없다. 11월 초쯤 서울 힐튼 호텔을 예약했지만 확진자 수가 늘면서 일정을 취소했다”며 “해외유학 준비도 내년으로 미룰 만큼 올해 계획이 많이 틀어졌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신모(25)씨는 “식당이나 카페를 가면 마스크를 벗어야 하니 휴일에도 어쩔 수 없이 집에만 있다”며 “코로나로 일상이 정지된 게 한두 번이 아니라 둔감해질 법도 한데 다시 심각해지는 상황을 보니 무력감이 온다”고 털어놨다.
②‘예측 불가’ 시험 일정
코로나 19 확산세로 시험 일정이 불투명해지면서 혼란이 가중한 적도 많다. 지난달 21일 실시한 중등교원 임용시험을 하루 앞두고 노량진의 대형 학원에서 무더기로 코로나 19 확진자가 발생하자 정부는 확진자는 시험을 볼 수 없다고 공지했다. 이후 수험생 불만이 터져 나왔다. 임용고시 및 국가시험 관련 코로나 확진자 응시 불가 조항을 재검토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올라왔다.
지난 3일 시행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도 마찬가지였다. 애초 이번 수능은 지난달 19일로 예정됐다. 하지만 코로나 19로 1학기 개학이 3월에서 4월로 늦춰지면서 시험 일정도 2주 미뤄졌다. 코로나 19 3차 대유행이 가시화하면서 수능 연기론이 수차례 불거졌다. 교육부는 지난 9월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하더라도 수능을 예정대로 치르겠다고 밝혀 수능 연기론을 진화했다.

수능 이후 있을 대학별 면접ㆍ논술고사를 앞두고 불안에 떤 수험생도 있었다. 확진자·자가격리자 응시를 제한할 수 있어서다. 광주광역시 서구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이모(19)양은 “수능 날 점심시간에 말을 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모두 마스크를 벗고 밥을 먹어서 코로나 19에 감염되지 않을까 불안했다”며 “무엇보다 수능 뒤 대면 면접이 있어 스터디 카페나 식당 등 집을 제외한 모든 곳에 들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③ ‘상상코로나’까지

‘상상코로나(피로·두통 등 일상적인 증상에도 코로나 19 감염을 의심하는 것을 뜻하는 신조어)’로 고통받는 이들도 많다. 직장인 이모(30)씨는 목이 잠시라도 칼칼하다고 느낄 때면 덜컥 걱정이 든다. 이씨는 “산발적으로 감염이 일어나는 만큼 어디서든 조금만 기침이 나거나 가슴이 답답해도 두렵다”며 “회사에서 기침하면 서로 눈치를 본다. 코로나 19에 걸리면 인사 고과에 반영한다는 소리까지 들려 모두가 부서 내 1호 확진자가 아니기만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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