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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달리기 한 82세 노인 "내몸에 코로나 바이러스 넣어달라"

  • 작성자 사진: senior6040
    senior6040
  • 2020년 7월 17일
  • 3분 분량

[중앙일보]입력 2020.07.18 임선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싸우는 인류에 백신이 희망이듯, 백신에는 인류애가 희망이다. 누군가의 희생이 없이는 백신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 백신 걸림돌 임상시험 '구인난' 스스로 팔 걷고 나선 '백신 영웅'들 UAE 보건청장, 美 80대 할아버지 자원 "코로나 이기는 유일한 방법에 동참"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단계에 돌입하면서 시험 참가자 모집에 애를 먹고 있다. 이런 가운데 80대 노인, 보건 분야 고위 공무원, 의사와 직장인 등 임상 자원자들의 헌신이 눈길을 끈다. [로이터=연합뉴스]



백신은 독성을 줄인 병원체를 인체에 주입해 면역 체계를 만드는 의약품이다. 현재 개발 중인 코로나 백신들 역시 제조 방식에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결국은 코로나바이러스를 몸에 주입해야 한다. 아직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백신을 시험단계에서 몸에 넣는 데에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 160개의 백신 후보가 개발되고 있고, 이 중 23개는 임상시험 단계에 들어갔다. 최종 임상 3상 단계에 가면 하나의 백신에만 3만명가량의 시험 참가자가 필요하다고 전해진다. 백신 개발사들은 백방으로 뛰고 있지만, 대규모 참가자를 구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한 자원자가 백신 임상시험에 참가해 주사를 맞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영국 옥스퍼드대와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 중인 백신과 중국 바이오기업 시노백에서 개발 중인 백신, 중국 제약사 시노팜이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개발 중인 백신이 3상을 진행 중이다. 미국 제약사 모더나는 이달 27일 3상 시험을 시작한다. 이들 개발사는 자국뿐만 아니라, 백신의 효과를 뚜렷하게 알기 위해 코로나19가 확산 중인 다른 나라들에서도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인류를 코로나로부터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몸에 바이러스를 넣는 용기를 내준 이들은 누굴까. 효과에 대한 의문 등 부정적인 관측도 있지만, 백신 개발에 성공한다면 이들은 백신 개발자들과 함께 코로나로부터 인류를 구원한 ‘백신 영웅’으로 기억될 법하다.       


셰이크 압둘라 빈 무함마드 알하미드 UAE 아부다비 보건청장이 백신 임상시험 3상에 참가해 주사를 맞고 있다. [트위터 캡처]



중국 시노팜이 UAE에서 3상에 돌입한 백신의 첫 접종자는 셰이크 압둘라 빈 무함마드 알하미드(47) 아부다비 보건청장이다. 그에 이은 두 번째 시험 대상자는 자말 알카비 보건청 차장이 될 전망이다. UAE 매체 걸프뉴스 등은 보건 당국의 두 지도자가 솔선수범하기 위해 접종에 자원했다고 16일 보도했다. 


중국 제약사가 백신 개발지로 UAE를 택한 건 확진자(5만6129명)가 많은 편인데다가, 다양한 인종이 살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전 세계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백신을 시험하기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브라질의 소아과 의사 루이스 아우구스토 리조씨. 영국 옥스퍼드대가 개발 중인 백신 임상 3상에 자원했다. [트위터 캡처]



브라질의 소아과 의사 루이스 아우구스토 리조(29)씨는 옥스퍼드대와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 중인 백신의 임상 3상에 자원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영국과 브라질, 남아프리카에서 3상을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브라질의 상파울루에선 2000명이 시험에 참가했다. 그는 14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바이러스를 이길 유일한 방법이 백신을 갖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자원 이유를 밝혔다.  


임상시험 대상자가 되는 데는 몇 가지 제약 조건이 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적이 없어야 하고, 다른 백신 임상시험과 중복 참여해선 안 된다. 또 백신 접종 후엔 번거로운 과정도 거쳐야한다. 매일 자신의 체온을 기록하고, 상태를 관찰해 ‘일기’를 써야 하며 연구진과 정기적으로 상담도 해야 한다.  


백신 임상시험에 자원한 로널드 스콧씨. 올해 82세인 그는 시험 참가를 위해 아침 달리기를 하고,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며 체력을 단련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임상시험엔 건강한 사람만 필요한 게 아니다. 모든 사람에게 사용해도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선 고령자‧소수인종‧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도 필요하다. 하지만 코로나에 특히 취약한 이들을 시험 대상자로 구하는 건 쉽지 않다. 


미국 미시간주에 거주하는 로널드 스콧(82)씨의 도전이 눈에 띄는 이유다. 25년간 목사로 일하다 은퇴한 그는 최근 백신 임상시험에 자원했다. 백신 투약에 대비해 요즘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 아침마다 달리기를 하고, 일주일에 세 번은 체육관이 문을 닫기 직전까지 운동한다. 


그는 슬하에 5명의 자녀, 7명의 손주, 3명의 증손주를 뒀다. 가족 모두 그의 용기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한다. 스콧씨는 미국 매체 클릭온 디트로이트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내 삶을 가치 있게 만든다”면서 “부작용이 두렵지 않다. 오히려 설렌다”고 말했다.  


영국의 39세 여성 케시. 백신 임상시험에 참가해 주사를 맞고 있다. [유튜브 캡처]



영국에 거주하는 39세 여성 직장인 케시도 임상시험 자원자다.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코로나 사태에서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몰랐는데, 이제 찾은 것 같다. 백신이 나오기 전까진 우린 이전의 생활로 되돌아가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코로나와의 싸움에서 한몫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영국 윌리엄 왕세손은 최근 옥스퍼드대가 개발 중인 백신 임상시험에 자원한 이들을 찾아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윌리엄 영국 왕세손이 옥스퍼드대가 개발 중인 백신 임상시험에 참가한 자원자와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많은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없다면, ‘백신 접종 구인난’은 피할 수 없다.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전 세계 각지에서 백신 임상시험이 동시에 이뤄지고, 규제와 절차를 축소하는 '속도전'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백신 개발사들은 약국과 교회에 참가자 모집 공고를 붙이는가 하면, 가족·친척, 회사 직원들까지 모집 대상으로 삼는 등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한 명의 자원자가 두 개의 다른 임상시험에 참가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임상 참가자 확보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매일 달리기 한 82세 노인 "내몸에 코로나 바이러스 넣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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