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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혜민 스님

  • 작성자 사진: senior6040
    senior6040
  • 2020년 11월 16일
  • 2분 분량

<조선일보>한현우 논설위원 입력 2020.11.16


혜민 스님은 2012년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란 책을 내면서 본격 등장했다. 그 전에 이미 ‘트위터하는 승려’로 잘 알려진 유명인이었다. 이 책은 300만부 이상 팔리며 2010년대를 통틀어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마음의 평안과 무소유, 경쟁하지 않는 삶에 대한 짧은 글들이 주로 30대와 여성에게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이후 혜민은 TV 예능 프로그램을 종횡무진하면서 연예인급 인기를 얻었고 이어 출간한 책들도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러는 사이 이런저런 구설에도 올랐다. 책 표지와 내부 그림을 제공한 화가가 “내 그림을 공짜로 가져다가 애초 약속과 달리 삽화로 전락시켰다”며 문제 삼아 그림을 모두 교체해 재출간했다. 워킹맘들에게 “아이들과 함께할 시간이 없으면 새벽 6시부터 45분 정도 같이 놀아주라”고 했다가 “왜 엄마만 맨날 미안해해야 하느냐”는 반발을 사기도 했다.


▶최근 그는 자택을 TV에 공개했다가 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서울 삼청동 2층짜리 단독주택을 본 네티즌들이 등기부 등본을 떼 보니 혜민이 2년 전 한 불교 단체에 매각한 건물이었다. 그런데 그 불교 단체 대표가 혜민 본인이라는 것이다. 그는 지난봄에도 건물주 논란이 일자 “건물주 아니고 세 들어 살고 있다. 임대료 때문에 걱정”이라고 했다. 미국 시민권자인 혜민은 조계종에서 승적을 받았으나 절 생활을 하지 않고 서울 시내 사무실로 출근해 명상 앱을 개발하는 등 일반 승려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그의 홈페이지 약력에는 ‘산철 봉암사에서 수행하는 승려’라고 돼있다. ‘산철’이란 하안거와 동안거를 제외한 기간이다.


▶한국 선불교를 외국에 알리고 있는 미국인 현각 스님이 어제 소셜미디어에서 혜민이 집에서 명상하는 방송 영상을 올리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팔아먹는 기생충” “사업자이자 배우” “도둑놈”이라고 비판했다. 현각의 일갈에 인터넷에는 “혜민 책 인세만 수십억원” “무소유가 아니라 풀(full)소유”라는 글들이 온종일 올라왔다. 혜민이 운영하는 ‘마음치유학교’에서 타로카드 읽는 법을 가르치고 직장인 남녀 만남을 주선한다는 걸 지적하며 ‘이게 불교와 무슨 상관이냐’는 비판도 나왔다.


▶해탈한 부처라면 모를까, 말과 완벽히 일치하는 삶이란 불가능한 것이 인간이다. 혜민도 “나이가 들어갈수록 인간은 본디 모순이 많은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고 썼다. 불교는 ‘공수래 공수거(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간다)’를 강조하는 종교다. 혜민 스님은 ‘공수래 만(滿)수거’가 되고 만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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