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자유당 경찰의 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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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12월 18일
- 2분 분량
<조선일보>금원섭 논설위원 입력 2020.12.18
경찰 권력이 가장 막강했던 때로 1950년대 자유당 시대가 꼽힌다. 언론제한법 통과를 반대하며 의사당을 점거한 야당 의원들은 ‘무술 경관’ 300명에게 끌려 나갔다. 3·15 부정 선거 항의 시위에 나선 고교생 김주열군은 경찰이 쏜 최루탄이 눈에 박힌 채 마산 앞바다에 떠올랐다. 4·19 시위대를 향해 발포 명령을 내린 사람도 군인이 아닌 경찰 간부였다.

경찰 로고/조선일보DB
▶친일파 청산을 위한 반민특위를 해체한 것도 경찰이다. 당시 현장에 검찰총장이 찾아오자 경찰은 그를 몸수색하고 휴대한 권총까지 압수하는 위력을 과시했다. 경찰 고위직 수사로 ‘미운털’이 박힌 끝에 검찰총장에서 서울고검장으로 강등되는 수모를 겪은 이도 나왔다. 일반 국민에겐 경찰의 힘이 더 강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미제 지프를 개조해 흰색으로 칠한 ‘백차’에 탄 경찰이 “거기 서”라고 하면 “대통령 빼고 다 선다”는 이야기까지 있었다고 한다.
▶5·16 혁명으로 경찰 권력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 이후 경찰은 권력이라기보다는 권력의 수족이 됐다. 고 김근태 의원은 ‘고문 기술자’라는 경찰관에게 전기고문, 물고문을 당한 후유증에 시달렸다. “탁 하고 쳤더니 억 하고 죽었다”던 서울대생 박종철군을 고문한 사람들도 경찰관이었다. 주요 야당 정치인 동향을 챙긴 사람들도 경찰관이었고 심지어 웬만한 운동권 학생들까지 ‘담당 형사’를 달고 다녔다.

▶민주화 이후 경찰 권력은 한 계단 더 내려왔다. 이제는 시위대에게 얻어맞는 사람들이 됐다. 검찰과의 위상 차이가 너무 커지기도 했다. 이렇게 30년 가까이 지나면서 커다란 반작용이 일어났다. 검찰과 국정원의 수사권을 경찰로 넘긴다는 대통령 공약이 법 개정으로 현실화했다. 국가수사본부, 국가경찰, 자치경찰로 몸집을 키우며 ‘공룡’이 되고 있다. 경찰청장 스스로 “경찰 비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음을 잘 알고 있다”고 할 정도다.
▶경찰이 정권 행동대 역할을 한 것은 대통령에게 잘 보여 잃어버린 권력을 되찾겠다는 일념 때문일 것이다. 드루킹 여론 조작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것도, 울산시장 선거 공작을 직접 벌인 것도 모두 경찰이었다. 대학생들이 대학 구내에 대통령 비판 대자보를 붙였다고 주거 침입 혐의를 씌우기도 했다. 경찰은 12만 명 넘는 인력과 예산 10조원을 쓰는 거대 조직이다. 이 조직이 힘까지 갖고 ‘정권의 몽둥이'로 나서면 자유당 경찰의 재림이다. 이러다 민주주의가 자유당 시절로 후퇴할지도 모른다는 것은 정말 기우일 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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