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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이번엔 美 국민이 “트럼프, 넌 해고야!”

  • 작성자 사진: senior6040
    senior6040
  • 2020년 11월 9일
  • 2분 분량

<조선일보>강경희 논설위원 입력 2020.11.09


할리우드 영화 ‘인 디 에어’에서 톱스타 조지 클루니가 해고 통보 전문가라는 생소한 직업의 주인공으로 분장해 열연한다. 1년에 300일 이상을 비행기 타고 미국 전역을 누비면서 해고 대상자를 찾아가 해고 사실을 통보하는 일이 주업무다. 누군가에게 엄청난 상처를 주는 일이지만 아무런 감정도 못 느끼는 듯 그 일을 해낸다. 그러다 그 역시 해고 위기에 몰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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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닌 현실에서 “넌 해고야(You’re fired)”라는 말을 가장 많이 사용한 사람은 아마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일 것이다. 2004년 출연한 TV 리얼리티 쇼 ‘어프렌티스’에서 그 말을 즐겨 쓰는 바람에 트럼프를 상징하는 유행어처럼 됐다. 트럼프는 자신이 애용하는 소셜 미디어의 암호도 ‘넌 해고야’로 설정했을 정도다. 트럼프가 안하무인의 표현 “넌 해고야”를 스스럼없이 쓸 수 있었던 것은 금력과 권력의 최정점에 오른 ‘갑 중의 갑’이었기 때문이다.


▶2년 전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아프리카 순방 중에 ‘트윗 해고’를 당했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가 TV 쇼에서 했던 “넌 해고야” 방식의 해임이 실제 상황이 됐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의 폭로에 따르면, 오바마에 대한 트럼프의 질시와 깎아내리기가 너무 심해 오바마 닮은 배우를 데려다 모욕 주고 해고 통보를 하는 동영상을 찍은 적도 있다고 한다.


▶트럼프 유행어가 자신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 조 바이든의 승리가 굳어지자 민주당 지지자들이 “넌 해고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트럼프 패배를 자축했다. 온라인에는 “넌 해고야” 동영상과 메시지도 넘쳐난다. 농구 스타, 할리우드 스타도 이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서는 “대통령, 당신 해고됐어” 기념 티셔츠까지 팔린다. 영국 가디언지는 ‘민주주의’ 단어가 쓰인 옷을 입은 여성이 트럼프를 향해 “넌 해고야”라고 외치는 만평을 실었다.


▶ 트럼프 집권 이후 민주주의 퇴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베스트셀러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는 트럼프가 독립적인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사법부를 공격하고, 상호 관용과 제도적 자제라는 미국 민주주의의 근간을 무너뜨렸다고 지적했다. 패배를 인정 않는 트럼프를 향해 ‘트럼프가 패배했다’는 말 대신 ‘트럼프가 해고됐다’는 패러디가 넘쳐나는 건 의미심장하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을 ‘고용’하는 사람도, ‘해고’하는 사람도 국민이라는 상식을 강조하는 문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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