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악플 대처법
- senior6040
- 2020년 10월 19일
- 2분 분량
<조선일보> 한현우 논설위원 입력 2020.10.19
지난 2016년 초 네이버에 ‘스시녀+김치남’이란 만화 연재를 시작한 일본인 고마츠 사야카에게 악플이 쏟아졌다. “한국 여자를 무시하는 왜×” “남편한테 맞아봐야 정신을 차리지” 같은 말과 욕설이 난무했다. 한국 남자와 결혼한 고마츠는 별 뜻 없이 만화 제목을 지었고 그 내용도 전혀 성차별적이지 않았다. 아무 이유 없는 테러였다. 욕설 쪽지가 한 달간 1300통 넘게 쏟아지자 고마츠는 ‘가장 많은 10가지 비난’을 골라 일일이 해명을 시도했다. 그러나 악플이 점점 더 심해져 그는 연재 중단은 물론 정신적 충격으로 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훗날 그는 ‘악플 후기’라는 책을 내고 인터넷 활동을 사실상 중단했다.

▶악성 댓글을 뜻하는 ‘악플’은 그 대상을 자살로까지 몰고 가는 범죄다. 2000년대 중반부터 사회적 문제로 등장해 2013년엔 교과서에까지 실렸다. 연예인과 운동선수, 정치인 등 유명인들이 주로 이런 악플 테러에 시달린다. 최진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도 다음 아고라를 중심으로 퍼진 온갖 헛소문과 악플 때문이었다. 작년에 연달아 극단적 선택을 한 설리와 구하라도 지독한 악플 때문에 우울증을 앓았다고 한다.
▶국민의힘 재보선 경선준비위원에 임명된 이수정 경기대 교수의 뉴스에 “친일파” “원래 보수꼴통” 같은 악플들이 쏟아졌다. 이 교수는 그러나 “끓던 물이 다 마르면 냄비가 타고 끝날 것”이라며 일절 대응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범죄심리학자답게 “욕하다 지치면 안 할 것”이라며 철저히 무시하는 방법을 택했다.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은 올해 초 새벽에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비난 문자를 받고 자신이 “일찍 일어나시네요”라고 답장한 문자 화면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악플 대처법’이란 제목을 붙였다. 그는 “이렇게 답하면 상대도 부드러워진다”며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고 했다. 연예인들도 여러 가지 악플 대처법을 공유한다. 악플 전체가 나오도록 스크린샷을 찍고 아이디와 IP 주소, URL 정보도 캡처해야 한다며 ‘악플러 고소하는 방법’도 서로 알려준다.
▶심리학자들은 악플을 일부러 찾아보지 말라고 권유한다. 악플과 싸우려 하지 말고 속이 상했다면 주변의 친한 사람과 얘기하며 마음을 풀라고 한다. ‘선플’(착한 댓글)에 집중하는 것을 권하기도 한다. 심리 상담 이론인 ‘합리적 정서행동 치료’를 대입해 ‘나는 이런 악플을 받을 사람이 절대로 아니야’라는 생각을 ‘세상엔 나를 이해 못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어’ 하고 생각을 바꾸는 것도 유용하다. 악플 대처법을 알아두어야 살 수 있는 세상이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