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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반도체, 총성 없는 전쟁터

  • 작성자 사진: senior6040
    senior6040
  • 2020년 10월 21일
  • 2분 분량

<조선일보>김홍수 논설위원 입력 2020.10.21


세계 반도체 시장은 총성 없는 전쟁터다. 2007년 대만 D램 기업들이 생산량을 늘리면서 1차 반도체 치킨게임이 시작됐다. 극단적 출혈 경쟁 끝에 세계 2위 독일 키몬다가 파산했다. 2010년 2차 치킨게임이 시작됐다. 이번엔 3위 일본 엘피다가 무너졌다. 1차 치킨게임 당시 일본 정부 지원으로 살아남았지만 영업이익률이 마이너스 73%까지 떨어지자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엘피다는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으로 넘어갔다.



▶이후 세계 D램 시장은 삼성전자, 하이닉스, 마이크론의 ‘빅3’ 체제로 재편됐고, 한국이 치킨게임의 최후 승자가 됐다. 휴대폰 메모리 부품으로 주로 쓰이는 낸드 메모리 시장은 D램 시장과 달리 1위 삼성전자(시장점유율 36%) 아래에 키옥시아(도시바 메모리 부문), 웨스턴디지털, 마이크론, SK하이닉스, 인텔 등 5개 2위 그룹이 있고, 최근엔 중국 기업들까지 가세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수익성도 좋지 않다. 하이닉스조차 D램 이익으로 낸드 부문 손실을 메우는 실정이다.


▶세계 5위 SK하이닉스가 낸드 반도체 시장 개편 깃발을 들었다. 미국 인텔의 낸드 메모리 사업을 10조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한국 기업으로선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기업 인수다. 하이닉스는 단숨에 2위로 뛰어오른다. 55억달러를 투자해 중국 다롄에 공장을 지은 인텔이 낸드 사업을 포기하는 것은, 적자 사업은 접고 주력 분야인 시스템 반도체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세계 반도체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과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응해 복잡한 합종연횡에 나서고 있다. 미국 엔비디아가 반도체 설계 독점 기업 영국 ARM을 인수하고, CPU(중앙처리장치) 2위인 AMD는 특수반도체 제조 기업 자일링스를 인수해 인텔을 위협하려 한다. 삼성은 대만 기업 TSMC의 아성인 파운드리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공격적 투자에 나서고 있다. 최근 이재용 회장이 네덜란드로 날아가 극자외선(EUV) 반도체 제조 장비를 선점하려 한 것은 TSMC를 견제하기 위한 행보다.


▶반도체는 기술 패권을 좌우할 전략 자산이다. 제3차 치킨게임은 반도체 굴기를 추진하는 중국이 격발할 가능성이 크다. 2025년까지 반도체의 75%를 자급하겠다는 중국은 현재 64단 낸드 메모리를 생산 중이다. 128단 기술을 가진 삼성과 2년 정도 기술 격차가 난다. 하이닉스는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을 중국에 의존하고 현재도 중국 현지에서 D램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인수로 중국 의존도는 더 커지게 됐다. 향후 미·중의 반도체 전쟁에서 한국 기업이 볼모로 잡히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스러운 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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