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또 광화문 공사, 누가 왜?
- senior6040
- 2020년 11월 18일
- 2분 분량
<조선일보>박은호 논설위원 입력 2020.11.18
미국 워싱턴 한복판 59만㎡에 조성된 내셔널몰 잔디광장에 서면 훤히 트인 사방으로 백악관⋅국회의사당⋅링컨기념관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미국의 과거와 현재가 집약된 이곳은 시민 조깅 코스로도 인기가 높다. 대영제국의 기틀을 다진 넬슨 제독 동상이 있는 영국 트래펄가 광장, 프랑스 샹젤리제 거리의 콩코르드 광장, 러시아 붉은광장 등도 자국민에게 사랑받는 광장이다.

사람이 쉬고 걷기 편한 광화문광장' 조성을 위한 공사가 내년 10월 완공을 목표로 시작된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일대에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2020.11.17./뉴시스
▶서울 광화문 광장 조성 아이디어가 처음 나온 것은 1990년대 초반이다. 당시 이원종 서울시장이 ‘1994년 서울 정도(定都) 600주년 사업’의 하나로 추진했다. 하지만 첫 민선 서울시장으로 당선된 후임 조순 전 시장이 ‘전시 행정’이라며 단칼에 거부했다. ‘경제통’ 조 전 시장은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정말 서울 시민을 사랑한다면 이런 불요불급한 일은 벌이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현재의 광화문 광장은 오세훈 시장 시절인 2009년 완공됐다. 광화문~청계광장을 잇는 세종대로 중앙에 2만㎡ 공간을 내느라 왕복 16차선 도로가 12차선으로 줄었다. 도로 중앙에 있던 수령 50~100년 아름드리 은행나무 수십그루를 베어낸 자리엔 세종대왕 동상이 들어섰다. “일본이 가장 무서워할 인물 동상을 세우라”는 박정희 대통령 지시로 1968년 세운 이순신 동상도 광장 중심에 있다.

▶서울시가 그제 착공한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세금 791억원을 들여 광장 서쪽의 편도 6차선 도로를 없애 광장에 새로 편입하고 동쪽 도로만 왕복 7차선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광장을 지금의 곱절로 키우겠다는 박원순 전 시장의 추진 계획과 흡사하다. 이렇게 되면 광장이 한쪽으로 치우치면서 현재 광장 중심에 있는 이순신·세종대왕 동상은 동쪽 도로변으로 밀려나게 된다. 광장이 더 넓어지면 가뜩이나 심한 시위를 더 부추길 것이란 우려도 있다. 광장을 주인인 시민이 아니라 시위꾼에게 넘기는 것과 같다.
▶박원순의 ‘치우친 광장’ 아이디어는 노무현 정부 시절 문화관광부가 내놓은 ‘광화문 역사 광장 조성 계획’과 비슷하다. 당시 광화문 광장을 추진하던 이명박 시장이 받아들이지 않아 결국 무산됐다. 박원순 전 시장도 작년 9월 광장이 한쪽으로 치우친다는 등 논란이 일자 “시민들과 더 소통하겠다”고 물러섰다. 그런데 시장도 없는 서울시가 착공식조차 거르고,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5개월 앞둔 시점에서, 소리소문없이 도로를 파헤치는 등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정권 지지 세력인 대부분 시민단체가 반대하고 “언론 보도를 보고야 알았다”는 시민도 많다고 한다. 무슨 곡절이 있기에 이렇게 성급하게 밀어붙이나.
Comment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