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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두 토끼 잡은 ‘T방역’

  • 작성자 사진: senior6040
    senior6040
  • 2020년 12월 17일
  • 2분 분량

<조선일보>김홍수 논설위원 입력 2020.12.17


며칠 전 대만 정부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올렸다. 8월 전망(1.5%)보다 1%포인트나 올린 것이다. 29년 만에 성장률이 중국(1.8%)을 앞지르게 됐다. 16일 현재 대만 코로나 확진자는 742명, 사망자는 7명에 불과하다. 대만 인구는 한국의 2분의 1이지만, 확진자는 61분의 1, 사망자는 87분의 1 이다. 한국 정부가 ‘K방역’을 자랑하지만 ‘방역’과 ‘경제’ 두 토끼를 다 잡은 것은 ‘T(타이완)방역’이다.




▶코로나 확진자는 한국에서 1월 20일, 대만에선 1월 21일에 처음 나왔다. 출발점은 같았지만 대응이 달랐다. 대만은 2월 초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내리고, 마스크 수출 금지, 마스크 배급제를 실시했다. 코로나 발생 사흘 만에 마스크 실시간 재고 앱을 만들어 뿌렸다. 코로나 무료 검사를 실시해 ‘무증상 감염자’ 포착망도 조기에 구축했다. 조기 진압 덕에 최대 명절 중추철에도 가족, 친지들이 모여 파티를 즐길 수 있었다.


▶코로나 초기 한국은 마스크 배급제와 마스크 앱은 대만 모델을 그대로 따라 했지만,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하지 않았다. 확진자 동선 추적, 접촉 의심자 역학조사, 부분 봉쇄 조치 등으로 신천지 사태 같은 불을 겨우 껐다. 하지만 성공에 도취해 소비 쿠폰을 뿌리고 거리 두기도 오락가락했다. 그 결과 새 확진자가 하루 1000명을 웃도는 3차 대감염이 시작됐다.


▶대만도 코로나 추경을 했지만 한국의 4분의 1 수준이었다. 그런데도 2.5% 성장을 예상한다. 한국은 4배 추경을 쏟아붓고도 성장률 -1.3%란 성적표를 받게 생겼다. 올해 GDP 대비 재정 적자 비율이 한국은 5.7%에 이르는데 대만은 1.5% 수준에 그친다. 한국이 비굴할 정도로 중국 눈치를 보고 있지만 한국의 대중 수출은 6% 감소했다. 대만은 미국에서 최신예 전투기를 구매하는 등 미국과 안보 협력을 대폭 강화해 중국의 신경을 정면으로 건드리고 있다. 그런데 대만의 대중 수출은 10% 늘었다. 대만의 반도체, 의료 장비, 배터리가 없으면 중국 경제가 돌아가지 않는다.


▶지난 9월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이 ’2020년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 중 한 명으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을 선정하자, 청와대는 “K방역이 세계가 본받아야 할 모범으로 인정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 타임이 차이잉원 대만 총통을 표지 인물로 선정한 사실은 알리지 않았다. 이제 방역 ‘자화자찬’은 그만둬야 할 때다. 백신도 제대로 구하지 못했고 병실조차 모자라는 실정을 바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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