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다른 감염병 겪었던 ‘행운’
- senior6040
- 2020년 11월 10일
- 2분 분량
<조선일보>박은호 논설위원 입력 2020.11.10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이 승리 선언 직후 맨 처음 한 일이 ‘코로나 대응팀’ 출범이다. “코로나를 잡지 못하면 경제도, 삶의 활력 회복도 불가능하다”고 했다. 아닌 게 아니라 미국은 지금 코로나로 초토화 직전이다. 매일 10만명 감염자에 500~1000명씩 숨지면서 사망자가 24만명을 넘겼다. 세계 인구의 4% 남짓한 미국인이 코로나 사망자는 전 세계 20%나 된다.

/do
▶코로나는 초강대국 미국인의 자존심에도 큰 상처를 남겼다. 사망자 24만명은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걸프전쟁 등 최근 미국이 치른 5개 전쟁 전사자를 합친 수보다 많고, 2차 세계대전에서 목숨을 잃은 미국인의 절반 수준이다. “미국의 비참한 실패” “치욕적 사태”라는 말이 나오는 게 무리가 아니다. 코로나는 경선 막바지 트럼프의 발목도 잡았다.
▶유럽도 코로나 2차 대유행이 최악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 연일 감염자 수만 명에 사망자가 수백 명씩 쏟아지고 있다. 영국은 급한 대로 값싸고 구하기 쉬운 아스피린이 코로나 치료제가 될 수 있을지 알아보는 집단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어제 하루 감염자가 8만명을 넘긴 프랑스에선 의료진 부족이 심각해지자 의료진에게 “확진 판정을 받았어도 설사, 구토 같은 증세가 하나뿐이라면 진료를 계속하라”고까지 주문하고 있다.
▶코로나 2차 대유행 양상은 감염병 전문가들이 올해 초 예고한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 바이러스 활동이 왕성한 올겨울에 최악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 하버드대 감염병 전문가는 올 2월 “코로나가 1년 안에 인류의 40~70%를 감염시킬 것”이라고까지 내다봤다.
▶그런데 아시아, 아프리카에선 코로나 타격이 상대적으로 작은 게 눈길을 끈다. 북미·남미와 유럽은 각각 전체 인구의 2~3%가 코로나에 감염됐고, 확진자의 2~3%가 사망한 반면 아시아, 아프리카는 인구 대비 감염자 비율이 0.2~0.3% 수준이고, 치사율도 미국·유럽의 절반 수준이다. 코로나에 덜 걸리고, 걸려도 목숨 잃을 확률이 낮은 것이다. 먼저 겪었던 다른 감염병에서 얻은 ‘사회적 면역’ 효과일 수 있다. 아시아에서 과거 유행한 사스, 메르스, 인플루엔자 등 감염병은 이번 Covid-19(코로나의 정식 명칭)와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 계열이다. 그때 감염돼 생긴 면역력이 이번 코로나 공격을 버티는 데 도움이 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러 풍토병을 많이 겪는 아프리카인들도 마찬가지다. 먼저 겪은 불운이 뒤늦게 행운으로 돌아온 것인지.
Commentair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