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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김정은의 눈물과 웃음

  • 작성자 사진: senior6040
    senior6040
  • 2020년 10월 12일
  • 2분 분량

<조선일보>안용현 논설위원입력 2020.10.13


1914년 북한 여성의 평균 키는 149.1㎝로 한국 142.2㎝보다 컸다고 한다. 그런데 100년 뒤 한국 여성은 162.3㎝로 조사 대상 200국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한 반면 북한 여성은 159㎝에 그쳤다. 김정은 집권 뒤 북한군은 입대 가능한 신장을 145㎝에서 142㎝ 이상으로 낮췄다고 한다. 국군 병사보다 머리 하나가 작다. 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절 태어난 아이들이 영양 결핍으로 제대로 크지 못했기 때문이다. 탈북한 20대 병사들은 키가 150㎝ 남짓인 경우가 많다. 우리 젊은 층과 비교할 때 다른 종족처럼 돼 버렸다.



▶김일성이 식량 자급을 한다며 ‘주체 농법’을 들고 나왔다. 논을 뺀 땅을 개간해 화학 비료를 쏟아붓고 옥수수를 대량으로 심으라고 했다. 산비탈마다 ‘다락 밭’이 생겼다. 그런데 폭우가 쏟아지자 다락 밭부터 무너져 내렸다. 소련 붕괴로 화학 비료 공급에 문제가 생기고 지력(地力)이 소진하면서 생산량이 뚝 떨어졌다. 북 간부들은 재앙이 닥칠 줄 알면서도 ‘무오류’인 김일성 지시에 누구 하나 토 달지 않았다. 북한 기아는 인재(人災)다.


▶북 식량 생산량은 매년 100만t쯤 부족하다. 전 주민이 100일간 먹을 분량이다. 그럼에도 지금 북에서 아사자는 드물다고 한다. 90년대처럼 ‘당 배급’만 믿고 가만 앉아 있는 주민은 없기 때문이다. 이 정도 부족량은 북 정권이 숨통을 조금만 열어줘도 주민들이 밀수나 뙈기밭(개인 소토지) 경작 등으로 스스로 메울 수 있다. 무기력한 사람들이 아니다.


▶국제 인도주의 단체가 어제 발표한 ‘2020년 세계 기아 보고서’에서 북한의 영양 결핍 인구 비율이 47.6%에 달했다. 북한보다 더 나쁜 곳은 아이티(48.2%)뿐이다. 기아 상태가 가장 심각한 순위에서도 북은 차드·동티모르 등에 이어 12위였다. 평양에 사는 특권층을 빼고 조사하면 훨씬 심각할 것이다. 그러고 보니 북에서 고도 비만자는 김정은이 유일한 것 같다.


▶김정은이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대북 제재, 코로나, 수해의 삼중고를 버틴 주민들에게 “고맙고 미안하다”며 울먹였다. 그래놓고 ‘괴물 ICBM’과 중국을 흉내 낸 신형 무기들이 등장하자 활짝 웃었다. 눈물은 쇼였고, 웃음이 진심이었을 것이다. 작년 7·8월에만 신형 미사일을 쏘는 데 전 주민의 이틀치 식량값을 날렸다는 추정이 있었다. 무기 개발 비용의 일부라도 주민에게 썼다면 인구의 절반 가까이 영양 결핍에 시달리는 참상은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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