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경제부총리의 제 눈 찌르기
- senior6040
- 2020년 10월 8일
- 2분 분량
<조선일보>강경희 논설위원입력 2020.10.09
80년대 아파트값이 급등할 때 당시 집값 대책을 입안한 경제 관료에게 들은 일화다. 담당 부서에 있으니 아내의 지인이 “집값이 이제 안정되나. 정부 믿고 집 팔아도 되겠나”라고 물어왔다고 한다. 정부가 집값 안정시킨다고 큰소리를 쳤고 그 말 듣고 지인이 진짜로 집을 팔았는데 정부 대책이 발표되고도 아파트 가격은 잡히질 않고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나라 경제 책임진다면서 동네 복덕방보다 물정을 모른다며 아내와 지인에게 두고두고 원망을 들었다고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내년 1월 만기가 돌아오는 전셋집을 비워줘야 할 처지가 됐다. 부총리 가족은 당장 그 전세금을 빼서 인근에 크기가 비슷한 아파트 전세를 얻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 전세 매물부터가 별로 없는 데다 6억3000만원이던 아파트 전세가가 지금은 8억3000만~9억원이 됐다. 정부와 여당이 막무가내로 추진한 임대차보호법의 유탄을 정작 부총리 자신이 맞았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67주째 상승 중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말 서울에서 전세 아파트 10채 중 6채(59%)는 4억원 이하였다. 지금은 4억원 이하로 서울서 전세 얻을 수 있는 아파트는 절반도 안 된다.
▶경제부총리가 이 지경이니 서민들의 주거 불안은 오죽하겠나. 임대차 2법의 부작용은 특히 심각하다. 서울서 시작된 전세 대란이 전국으로 번졌다. 서울의 전·월세 매물은 7월 말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기 직전에 비해 72%나 감소했다. 월세도 폭등하고 있다. 집값보다 전셋값이 더 올라 집 팔아도 전세금을 못 내주는 ‘깡통 전세’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홍 부총리는 황당한 부동산 정책에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 제 손가락으로 제 눈을 찌른 격이다. 원래 살던 경기도 의왕시 아파트 외에 세종시에 주상 복합 아파트를 당첨받아 분양권을 갖고 있었다. 2005년부터 살아온 경기도 의왕의 아파트에 “가족의 삶이 녹아 있었다”고 했는데 다주택 논란에 못 버티고 지난 8월 의왕 아파트를 팔았다. 2주택이면 무조건 투기꾼 취급을 하면서 국민들을 몰아붙였으니 무슨 염치로 부총리가 2주택을 유지하겠나. 업무 때문에 서울 마포에서 전세 살고, 공직 마치면 의왕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는데, 돌아갈 의왕 집은 팔았고 전세 아파트도 빼줘야 하는 ‘주거 난민’이 됐다.
▶이참에 부총리는 자신이 살 전셋집을 구하러 직접 서울 곳곳의 부동산을 다녀보길 권한다. 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집값과 전셋값을 얼마나 들쑤셔 놨는지를 몸소 체험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현실적인 부동산 정책도 내고,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황당한 부동산 발언도 삼가지 않겠나.
강경희 논설위원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