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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해간 오지마라 카네, 코로나 찬말로 나쁜긴가보네”

  • 작성자 사진: senior6040
    senior6040
  • 2020년 11월 20일
  • 2분 분량

<조선일보>이승규 기자 입력 2020.11.16


‘2020경북도문해대전’ 수상작 절반이 코로나 극복 주제 "코로나가 내 친구 유모차 동작 그만시켜" 재치 한가득


최방윤 할아버지의 '코로나가 뭐길래'/경상북도평생교육진흥원



“코로나가 뭐길래 칭구를 만나지 마라카네. 코로나가 뭐길래 보고시픈 새끼들도 몬(못)보게 하네.”


“아이구야~ 코로나가 찬말로(정말로) 나쁜긴가보네. 그라마 시킨대로 잘 해가 빨이(빨리) 저거집으로 보내뿌야(보내야) 될따(되겠다)”


지난 5일 경북 안동의 경북도청 1층 안민관에서 최방윤(86) 어르신이 직접 쓴 시를 낭송하는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글을 모르는 아내가 홀로 남게될 것을 걱정해 부부가 함께 손을 잡고 문해학교에 다니게됐다는 최씨는 방역 수칙을 지켜 코로나를 극복하겠다는 시화(詩畵) ‘코로나가 뭐길래’를 그려 대상을 받았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고령의 나이에 한글을 처음 배운 어르신들의 축제인 시화전 역시 변화를 맞고 있다. 올해 수상작 중 절반이 코로나를 극복하거나 혼내주자는 내용으로 바뀐 것이다. 기존에는 배움에 대한 소회 등이 대부분이었다.


현장에서 한글을 가르친 교육자들 사이에서는 “시화에서 노익장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 “어르신들께서 배움에 대한 열정을 그대로 시화에 녹여 코로나 극복의 의지를 보여주신 것 같다”는 말이 오갔다고 한다.


박말분 할머니의 '내 친구 휴가 주는 코로나 바이러스'/경상북도평생교육진흥원



올해 열린 ’2020 경상북도 문해대전'에서는 도내 문해교육 학습자 127명이 참가해 37명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중 18개 작품이 모두 코로나와 관련돼 있다.


박말분(72) 할머니는 평소 보행을 보조하는 기구인 유모차를 친구로 표현했다. 박씨는 시에서 “경로당 갈 때 내 발걸음에 발 맞추는 유모차, 친구집 마실 갈 때 덩실덩실 같이 가던 유모차”라면서도 “내 친구 유모차를 동작 그만시키는 무서운 코로나 바이러스, 내 친구 유모차에게 휴가를 주었네”라는 문장으로 코로나로 인해 야외 활동을 중단하던 상황을 재치있게 풀어냈다.


코로나 바이러스 장기화에 대한 걱정도 드러냈다. 김경남(68) 할머니는 “무서운 코로나 19는 손씻기로 예방하는데 우리들의 우울증은 무엇으로 예방하나”라고 썼다. 정현숙(69) 할머니는 “나의 봄을 송두리째 앗아가고도 어찌 멈출줄도 모르다니요”라면서 답답한 마음을 표현했다.


최지숙 할머니의 '보고 싶구나 친구야!'/경상북도평생교육진흥원



하지만 시는 대부분 코로나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며 마무리됐다. ‘의성마늘’을 쓴 안순옥(78) 어르신은 “코로나가 제아무리 무서워도 마늘농사 수학(확)철이라 정신업네. 온천지 마늘 냄새에 코로나가 도망가네. 독한 마늘맛을 아는가베(아는가 보네)”라면서 마늘 냄새로 코로나를 물리치겠다는 희망을 담았다.


최지숙(69)씨는 “우리 모두 감옥 아닌 감옥에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면서도 “아무리 어두운 밤이라도 끝나면 밝은 해가 뜬다”고 했다. 성기락(60)씨는 코로나를 외로움에 빗대 '외로움 19 떠나보내고 내가 너의, 네가 나의 햇빛이 되길"이라고 썼다.


정병윤 경상북도평생교육진흥원장은 “어르신들의 열정이 담긴 시처럼 코로나가 하루 빨리 종식되길 기원한다”면서 “문해교육으로 어르신들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했다. 해당 작품들은 모두 경상북도평생교육진흥원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이승규 기자 이곳에서 대구경북의 이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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