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사상 최대의 ‘회복할 수 없는 손해’
- senior6040
- 2020년 12월 22일
- 2분 분량
<조선일보>최재혁 기자 입력 2020.12.22
윤석열 복귀 여부 주내 판결 人事 통해 정권 수사팀 해체 검·경 수사권 조정 혼란 예상 총장 不在 2개월 평가가 관건
‘정직 2개월’ 중징계를 받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 복귀 여부가 이번 주 서울행정법원에서 결정된다. 윤 총장은 총장직을 수행하면서 본안(本案) 소송을 진행하게 해달라며 징계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한 상태다. 정직 상태가 윤 총장에게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힐 것이라고 재판부가 판단하면 윤 총장은 이번 주 복귀할 것이고, 아니면 앞으로 2개월간 모든 권한이 박탈된 채 ‘식물’ 상태로 있어야 한다.

21일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 윤석열 총장 지지 화환이 놓여 있다. 윤 총장 '정직 2개월' 징계 처분에 대한 법원의 심문은 22일 열린다./연합뉴스
앞서 정권은 윤 총장 ‘해임’을 목표로 감찰과 수사를 밀어붙였다. 법무부와 대검 감찰부가 한통속이 돼 ‘판사 문건’을 뒤로 주고받으며 ‘판사 사찰’이라는 해임 사유를 창조해 낸 다음 윤 총장을 ‘성명불상 피의자’로 형사입건했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의 포렌식(데이터 복구)팀까지 투입돼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을 압수수색했다. 그러나 그들의 기대와 달리 대검 압수수색에선 아무것도 나오질 않았다. 불법으로 얼룩진 ‘친위 쿠데타’는 연이은 내부 폭로로 되레 역풍을 맞았고 분노한 외부 감찰위원의 요구로 소집된 법무부 감찰위원회에선 그 내용이 낱낱이 까발려졌다.
지난 1일 서울행정법원 조미연 부장판사는 추미애 법무장관이 직무를 정지시킨 윤 총장을 제자리로 되돌려놨다. 그 판결문은 ‘일개 법무장관’이 들었다 놨다 할 수 없는 검찰총장직의 무게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숱한 위법·탈법·불공정 논란 속에, 그것도 막판에 징계위원장이 “회의를 한 번 더 열어 반론할 기회를 주겠다”고 해놓고는 곧바로 뒤집는 바람에 윤 총장 변호인 퇴장으로 끝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는 온 국민이 잠든 새벽 4시에 쥐어짜내듯 ‘정직 2개월’을 의결했다. 전대미문의 현직 검찰총장 징계 결정에는 7명의 징계위원 가운데 정족수가 겨우 넘는 4명이 참여해 3명이 찬성했다. 윤 총장 측이 “규정에 따라 예비위원을 충원해 7명을 다 채웠으면 부결(否決)될 수도 있었다”고 주장해도 법무부는 할 말이 없다.
절차 하자(瑕疵)도 문제지만 향후 2개월 동안 전개될 상황은 윤 총장이 그 자리에 있고 없고에 따라 하늘과 땅 차이다. 정권은 윤 총장 부재 상태에서 또 한 번의 ‘검찰 학살 인사’를 할 것이다. 벌써 다섯 번째다. 월성 원전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대전고검, 윤 총장 감찰을 불법 진행한 대검 감찰부를 수사 중인 서울고검 등 정권 수사의 지휘부와 수사팀이 해체 대상으로 거론된다. 대검 간부 가운데 이번 ‘거사’에 참여하지 않았던 조남관 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도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검찰권 왜곡의 피해는 결국 국민이 보게 된다.
또 하나 큰 변수는 내년 1월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의 결과가 전면 시행된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지난 1년간 ‘윤석열 찍어내기’에 몰두한 것에 비해 ‘검·경 수사권 조정’ 준비는 뒷전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 전체가 불안감을 느끼며 미증유의 혼란을 예감하고 있다.
경찰이 힘센 사람 친화적인 법 해석을 통해 사건을 묻어버려도 내년부터는 그나마 있던 제어 장치(의무적 기록 편철 이후 검찰 송치)마저 없어진다는 것도 이용구 법무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이 보도되면서 국민은 처음 알게 됐다. 한 법조인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초유의 제도라 그 누구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고 해봐야 안다”고 했다. 총장 대행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결단이 필요한 장면이 속출할 수 있다.
이번 주 윤 총장 가처분소송에 사법 역사상 가장 큰 ‘회복할 수 없는 손해’에 대한 판단이 걸린 셈이다. 가장 첨예한 ‘2개월’을 놓고 재판부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