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편 가르기 ‘종부세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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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12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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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김승범 기자 입력 2020.12.09
“전 국민의 1%라니요.” 한 부동산 전문가는 “계산 방식이 잘못됐다”며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26일 내놓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보도 설명 자료에 들어 있는 내용을 문제 삼았다. 올해 주택분 종부세 납부 대상자가 66만7000명으로 전 국민의 1.3% 수준이라는 대목이었다. 지난해 기준 전체 인구가 5178만명이니까 산술 계산으로는 맞는다. 하지만 그는 “종부세는 주택 소유자에게 부과하는데 갓난아기와 유치원생까지 모든 사람이 다 개별적으로 주택을 갖고 있다면 모를까 전 국민 수를 갖고 종부세 대상자 비율을 뽑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가구 수나 주택 보유자 수를 분모에 대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금 폭탄
여기에서 감안할 게 더 있다. ‘고가(高價) 주택’에 과세한다는 종부세 취지를 감안할 때 산간 마을처럼 집값이 거의 오르지 않는 지역의 주택까지 다 계산에 포함할 경우 통계 착시 현상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집값이 큰 폭 상승한 서울만 놓고 보면 올해 집주인 6명 중 1명꼴로 종부세를 내야 한다. 7년 전 서울 송파구에 국민주택 기준 크기인 전용면적 84㎡ 아파트를 장만해 올해 처음 종부세 대상이 된 김모(49)씨는 “내가 집값을 올린 것도 아니고 시세 차익을 얻은 것도 아닌데 왜 세금만 물리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부동산 세금이 ‘벌금’ ‘폭탄’이라며 불만을 터뜨리는 사람 중에 종부세 대상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종부세 대상이 아니더라도 집 가진 사람이라면 작년보다 크게 오른 재산세 고지서를 받아들었다. 올해는 시작에 불과하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김모(39)씨는 올해 재산세로 300여 만원을 냈다. 내년에는 종부세까지 합해 보유세가 450만원 정도로 늘 전망이다. 그는 “대출받아 어렵게 집을 샀는데 한 달 치 월급을 세금으로 내라고 하는 건 너무하다”고 말했다. 연금 외에 일정한 수입이 없는 은퇴자는 공시가격이 오르면서 치솟는 건강보험료에 허리가 휠 지경이다.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는 “정부가 부동산 세금 중에서도 굳이 종부세를 갖고 무리하게 ‘1.3%’라는 통계를 뽑아낸 것은 ‘1대99’의 프레임(틀)을 강조하려는 의도일 것”이라며 “부동산 세금을 일부에게만 해당되는 ‘부자세(稅)’로 규정하고 국민을 편 가르기 하려는 전형적인 부동산 정치”라고 말했다.
정부는 부동산 정책 실패를 숨기려다 여러 차례 통계 축소·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주택 공급은 외면하고 수요를 억누르는 규제 일변도 부동산 정책 탓에 집값이 올랐는데 그 부담을 왜 국민에게 떠넘기느냐는 불만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1명 바꾼다고 부동산 정책이 달라질 것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후임 장관 후보자인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은 현 정부의 부동산 철학을 공유하고 정책 현장에서 실무를 주도했다. 똑같은 정책을 되풀이해봐야 결과는 똑같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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