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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에서] 통신 정책도 부동산 꼴 날라

  • 작성자 사진: senior6040
    senior6040
  • 2020년 11월 7일
  • 2분 분량

<조선일보>정철환 기자 입력 2020.11.07


현 정부가 대한민국 통신 기업들을 보는 시각은 ‘국민을 대상으로 통신비 장사를 해 막대한 이윤을 내는 재벌 기업’인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통신 요금 낮춰 이윤을 줄이라”고 몰아붙이면서 “디지털 뉴딜 성공을 위해 5G(5세대 이동통신) 투자는 대폭 늘려달라”고 요청을 하는 모순적 태도를 설명하기 어렵다. 심지어 연간 2400억원대의 전파 사용료를 받는 것도 모자라 수조원의 주파수 할당 대가까지 두 배나 올려 받아내려 한다. 보유세와 거래세 두 개의 ‘폭탄’으로 투기꾼을 때려잡겠다는 부동산 정책이 연상된다. 세계적으로 전파 사용료와 주파수 할당 대가를 모두 받는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통신 기업을 부동산 투기꾼처럼 부정적으로 보는 데는 나름의 배경이 있다. 1980년대 한국통신의 독점 체제가 깨지고 ‘정보통신 산업진흥책’이 경제 개발 전략의 한 축으로 등장했다. 민영화된 통신 시장에 막대한 민간 투자가 필요했지만, 재벌마저 은행 빚에 의존하던 시절이었다. 빈약한 통신 산업의 자본력을 키우는 방법의 하나가 ‘적정 이윤 확보를 통한 재투자’였다. 경쟁을 촉진하되 통신 기업이 지속적으로 이윤을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기술 발전에 맞춰 반복적으로 대형 투자를 집행할 체력을 키운다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SK, LG가 참여해 KT와 함께 3사 과점 체제를 만들고, 정부가 통신 요금을 ‘적정 수준’으로 통제하는 구조도 만들어졌다. “정부의 비호로 비싼 통신비를 받아 초과 이윤을 누린다"는 인식이 이때부터 생겼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정책적 틀이 이 나라의 통신 산업을 세계적으로 만들었다. 세계 최초의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서비스 투자,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 IMT-2000이라 불렸던 3G와 4G LTE 선제 투자에 이은 세계 최초의 5G 서비스까지 대한민국 통신의 기념비적 사업이 통신 산업의 '적정 이윤’에서 나온 공격적 투자 덕분에 가능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과 네이버·카카오, 엔씨소프트·넥슨 등 IT(정보기술) 산업의 성공 스토리가 그 토대 위에 이뤄졌음을 부인할 수 없다.


지금 정부가 요금 인하에 투자 확대, 주파수 할당 대가까지 통신 기업들에 각종 청구서를 내미는 것을 보면 마치 “그동안 키워준 빚을 갚아라”라고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윤이 줄면 투자도 줄이는 게 기업의 속성이다. 통신 산업의 투자 역량이 줄어들면, 서비스의 품질은 후퇴하고 많은 미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다. 그로 인한 타격은 온전히 국민과 통신 소비자의 몫이 된다. 지금의 부동산 시장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정치적으로 묵인될 수는 있어도, 시장에서 대가를 치르지 않는 정책 실패는 없다. 요즘 끊임없이 ‘탈(脫)통신’을 외치는 통신 3사의 모습이 그 전조인 듯해 마음이 편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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